이를테면 첫 번째 에피소드의 도입부, 그러니까 영화 전체의 도입부이자 예고편으로도 사용된 그 장면에서 유준상이 안느에게 불러주는 그 노래를 들어보라. "안느, 이것은 당신을 위한 노래입니다. 안느, 당신은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군요. 비가 오네요. 그러나 비가 오네요. 안느는 등대에 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비가 내리고 안느는 춥습니다. 당신은 등대에 가기를 원하나요? 그러나 우리는 몰라요. 우리는 몰라요. 안느, 안느, 안느." 이것은 홍상수가 이자벨 위페르에게 들려주는 노래이면서 이 영화가 안느에 대한 영화임을 분명히 밝히는 선언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 영화의 우화적 정황을 압축해 보여주는 후렴구이기도 할 것이다. '비가 오고 우리는 춥다, 생의 등대를 찾아야만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어디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