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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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하루> - 변명을 위해 마련된 질문과 답변들
(2023/10/24 :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사실 '홍상수'가 내놓고 있는 최근 신작들을 보고 있자면 그의 작품 세계를 지탱해 온 서사가 본인의 인생 그 자체였다는 흐릿한 그간의 예상에 본인이 직접 정답 표시를 해주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되곤 합니다. 그러니까 질감은 다소 거칠어졌지만 그 덕분에 제작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간결해진 근작들만이 아니라 이나 그리고 같은 다소 노골적인 표정의 초기작 역시 실은 죄다 그의 인생으로부터 길어진 사연이었다는 걸 이제는 비로소 알 수 있게 되었다는 거지요. 그래서 어쩌면 이 거장의 영화에 부.......
복수는 나의 것, 2002
박찬욱 필모그래피 깨기 4탄. 데뷔작과 그 후속 작품의 처절했던 실패를 거울삼아, 박찬욱은 세번째 작품 에 이르러 대중친화적 감독으로 스스로의 방향성을 잡은 듯 보였다. 그런데 정작 다음 작품에서는 또 황급히 U턴. 뭐, 본인은 만들기 전부터 제작하고 싶었던 시나리오라고 말했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그의 차기작을 기대했던 당시 대다수의 관객들에겐 그야말로 뒷통수 같은 작품이었지. 제목부터도 그렇고, 영화의 전개나 그 묘사에 있어 왕년의 일본 영화 냄새가 좀 난다. 직전에 만들어진 보다 훨씬 더 B급스러운 부분들도 많고. 그럼에도 박찬욱만의 색이 무엇인지 정립한 작품이기도 하고, 또 촬영이나 사운드 디
공동경비구역 JSA, 2000
박찬욱 필모그래피 깨기 3탄. 숱한 인터뷰들을 통해 박찬욱이 뭐라 말했건, 하여튼 세번째 영화를 만들며 사활을 걸지 않기란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데뷔작은 물론이고 그 후속작까지 흥행 실패를 해버렸으니. 그래서였을까, 는 어떤 면에서 박찬욱의 가장 대중적인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박찬욱은 박찬욱이라서, 중간 중간 아주 짧게나마 B급스러운 부분들이 튀어나오기는 함. 그래도 영화 전체가 B급보다는 이제 A급 만듦새처럼 보인다는 게 포인트. 가장 한국적인 상황 속에서 피어오른 가장 한국적인 감정. 민족간 대치 상황에서 초코파이 마냥 돋아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 는 그걸 굉장히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원래 사람
소설가의 영화
한결같다는 말. 참 좋은 말이다. 어감도 좋고 뜻도 좋고. 언제나 항상 같은 모양새나 태도를 성실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니. 다만 예술, 특히 영화에 있어서 한결같다는 말은 때때로 위험할 수 있다.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똑같은 일상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 누군가의 창의성으로 촉발된 의외성을 경험하고 즐기는 것이 예술의 본질 중 하나 아니겠는가. 게다가 그 예술의 작가가 작품을 한 두 편도 아니고 수십편이나 내는 동안 내내 똑같기만 했다면 그건 문제가 될 수도. 맞다, 내가 보기엔 홍상수가 딱 그렇다. 홍상수의 자기복제적 스타일은 이번에도 여전하다. 소위 예술가랍시고 자신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고를 예의 없는 것과 혼동하여 타인에게 쏟아내는 식의 인물들 이야기. 물론, 그 자체로 충분히 값진데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