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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posts[씨네21]안느, 이것은 당신을 위한 노래입니다
이를테면 첫 번째 에피소드의 도입부, 그러니까 영화 전체의 도입부이자 예고편으로도 사용된 그 장면에서 유준상이 안느에게 불러주는 그 노래를 들어보라. "안느, 이것은 당신을 위한 노래입니다. 안느, 당신은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군요. 비가 오네요. 그러나 비가 오네요. 안느는 등대에 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비가 내리고 안느는 춥습니다. 당신은 등대에 가기를 원하나요? 그러나 우리는 몰라요. 우리는 몰라요. 안느, 안느, 안느." 이것은 홍상수가 이자벨 위페르에게 들려주는 노래이면서 이 영화가 안느에 대한 영화임을 분명히 밝히는 선언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 영화의 우화적 정황을 압축해 보여주는 후렴구이기도 할 것이다. '비가 오고 우리는 춥다, 생의 등대를 찾아야만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어디 있는
비기너스(2010)
집이 비어 엘지티비 vod 목록에 뭐가 있나 보다가 다른 데 없던 비기너스가 있길래 봤다. 게이인 아버지와 부모님의 이야기가 중심이라서 딱히 멜로영화라고 하기도 뭐하긴 하지만, 정말 특별할 거 없는 멜로였구나. 멜라니 로랑은 역시 내 취향이 아니라서 배우 보는 재미도 없었고. 너무 생선가시처럼 생겼어 -_- 이상하게 멜로영화에선 여주인공이 내 타입이어야 좀 더 관심을 갖고 보게 되는 것 같음. 간만에 혼자 있는 집에서 야심차게 본 영화였는데 좀 아쉽. 이따 봐서 다른 거 한편 더 보든지 해야겠다.

머니볼(2011)
(스포가 있을 수 있음) 우왓 이거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데. 재밌지만 뻔한 미국식 감동 스토리일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훨씬 건조하고 구체적이라 좋았다. 약간 소셜 네트워크 보던 때의 느낌? 연승 행진을 작위적인 연출 없이 신문기사 넘어가듯 사실만 보여 주는 것도 좋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퍼펙트게임에서 엄청나게 감동 밑밥을 뿌려 뒀던 강만수의 홈런보다도 해티버그의 홈런이 훨씬 더 눈물 났다는. 하지만 이건 사실 머니볼에 대한 얘기라기보단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는 게, 그 점이 더 재밌었다. 능력과 가능성을 믿었다가 실패했던 한 남자가 통계적 확률로 승부를 걸어 보지만 그러면서도 내내 또다시 패배자가 될까봐 불안해하는 모습, 그래서 어린 딸의 노래 부르는 목소리에 감탄하면서도 곧 본인의 젊은 시절을 떠올
래빗 홀(2010)
공감하며 볼 수 있길 기대하고 본 건데 예민하다기보단 신경질적이고 같은 일을 겪은 사람들의 슬픔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하고 보기가 어려웠다. 배우가 니콜 키드먼이라 더 그런 느낌이 들었던 건가? 나에겐 나밖에 없어요, 다른 사람들은 눈에 안 보여요 하는 것 같은 느낌. 니콜 키드먼을 전혀 싫어하지 않지만 가령 케이트 윈슬렛이었다면 똑같은 행동을 해도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오히려 남편이 훨씬 공감이 갔음. 참, 밀드레드 피어스가 디비디로 나왔던데 빨리 나머지를 마저 봐야겠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奇跡, 2011)
볼까 말까 계속 망설이고 있었는데 결국 일 핑계로 보게 됨. 일상이 기적이라는 깨달음이나 형의 성장담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낙천적인 동생이 더 인상적이었다. 내내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마지막으로 뛰어 본 게 언제였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뛰고 싶어졌다는. 그런데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비롯한 몇몇 일본 감독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좀 필요 이상으로 영화를 길게 만드는 듯.. 오즈 야스지로 영화는 보고 있어도 쓸데없이 긴 부분은 하나도 없는 것 같이 느껴지는데. 영화들 자체가 나쁘진 않고 물론 길게 늘어지는 데에서 생겨나는 정서가 분명 있긴 하지만, 이런 식은 아무래도 내 취향은 아닌 것 같음. 올여름엔 좀 뛰어 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