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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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탈출 Escape From New York (1981)

멧가비|2018년 10월 26일

나에게 이 영화는 멋이란 어디에서 오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다. 커트 러셀, 스네이크 플리스킨. 아놀드 슈월츠네거처럼 근육질의 거한도, 이소룡처럼 깎아낸 조각같은 몸도 아니다. 그렇다고 장 끌로드 반담처럼 예술적인 돌려차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미국 중서부 블루칼라 노동자 풍의 미묘한 근육, 왠지 가슴털이 수북할 것만 같은 몸뚱이에, 영화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절뚝거리기나 한다. 그런데 멋있잖아. 존나 폼 나잖아. 내가 이 영화에서 충격받은 지점은 거기다. 진짜 폼이란 건 폼에서 나오는 게 아니고 태도에서 나온다는 것을, 김치 따귀 맞듯이 눈이 번쩍 뜨이며 깨달았던 어느 순간 말이다. 워터게이트 사건과 오일 쇼크에 대한 풍자로 가득한 B급 디스토피아 세계관. 그러나 그

새벽의 저주 Dawn Of The Dead (2004)

멧가비|2018년 10월 26일

사건 발발, 피난, 가족 드라마, 군중, 갈등과 결집, 탈출. 이 익숙한 패턴. 재난물과 액션이 결합된 21세기 좀비 영화의 표준을 제시한 작품을 하나 꼽으라고 했을 때 이 영화를 1순위에 놓지 않을 수가 있을까. 이전까지 B급 장르 영화 시장에서 그 명맥을 이어 오던 좀비물, 그 어느 흐름 한 지점에서 느닷없이 나타난 돌연변이 작품이다. 장르의 흐름 자체를 바꿔버리고 이후에 나올 동 장르 후배 작품들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표준이 되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영화가 나왔을 당시만 해도 이질적인 느낌이 더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좀비가 뛴다고? 좀비 대부 조지 A. 로메로도 싫어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비슷한 시기에 나온 [28일 후]도 있지만 그 쪽은 한 끗 차이로 "좀비" 영화가

데어데블 시즌3 (2018)

데어데블 시즌3 (2018)

멧가비|2018년 10월 22일

닌자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가 취향이긴 한데, 이 디펜더스 시리즈에서 닌자를 다루는 방식은 왠지 좀 덜떨어져 보여서 맘에 안 들었던 차에 잘 됐다. 시즌1 갑빠 돌아왔다. 수미쌍관처럼 다시 흑두건맨과 탈모 뚱보의 범죄 느와르로 돌아온 거지. 맷한테 악마 수트 단 한 번도 안 입히는 게, 제작진들이 시즌1을 엄청 의식하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 특히 4, 5화는 정말 숨 참은 채로 봤다. 교도소 탈출 시퀀스! 그 끝날 듯 안 끝나면서 진 빠지게 이어지는 긴장감, 혼돈! 파괴! 시즌1처럼 '프랭크 밀러'에 대한 직접적인 재해석이라서 역시나 밀러 특유의 느와르 성향이 강하게 묻어난다. 다만 역시나 시즌1을 너무 의식한 건가, 킹핀이라는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이 지나치게 패턴화 된 느낌은 있다. 뭐만 하면 "사

아이언 피스트 시즌2 (2018)

아이언 피스트 시즌2 (2018)

멧가비|2018년 10월 22일

제목의 의미가 달라진 거였구만. 아이언 피스트인 '대니 랜드'가 주인공이 아니고, 아이언 피스트를 "장착"한 사람은 누구나 주인공일 수 있는 드라마. 혹은 아이언 피스트 자체가 주인공이다. 예컨대 [드래곤볼] 같은 제목인 거지. 이야기가 야광 주먹 쟁탈전으로 흐를 줄은 예상 못 했다. 주인공 몸에 있는 어떤 특수한 능력이 무슨 USB 메모리처럼 탈부착식인 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전개인데 하필 그 걸. 그 와중에 대니 랜드는 지난 시즌처럼 기 모은다고 찌질대진 않지만, 아예 뺏겨버린다. 그래서 어느 시점 쯤 가면 대니 저 정도면 그냥 사이드킥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 이건 사실상 콜린 윙이 주인공인 드라마다. 기분 탓인가 액션 시퀀스도 대니보다 많은 것 같고, 특히 다찌마리가 많아서 더

꽁치의 맛 秋刀魚の味 (1962)

꽁치의 맛 秋刀魚の味 (1962)

멧가비|2018년 10월 17일

류 치수의 오즈 영화 캐릭터들이 늘 그랬듯 어디에나 있을 평범하고 점잖은 초로의 남성 히라야마 슈헤이는 딸의 결혼을 앞두고 만감이 교차함을 느낀다. 그러나영화에서 결혼식이라는 것은 히치콕식으로 말하자면 맥거핀이다. 영화의 서사는 딸의 결혼 준비에 맞춰 흘러가지 않으며 그 결혼식 자체도 숫제 나오질 않는다. 영화의 서사는 히라야마가 딸의 결혼 문제로 심란한 가운데 마주치는 일상의 여러 순간들로만 채워질 뿐이다. 딸의 결혼이라는 게 딸을 둔 아버지라면 자연스럽게 겪게 되는 사건이다. 하지만 "관혼상제"의 딱지가 붙는 굵직한 사건들이 아닌, 그 사이에 존재하는 마주침부터 헤어짐 까지의 작은 순간들로 사실은 이뤄져 있다고 영화는 말하고 있다. 언제나 한발짝 물러서서 일본의 일상을 관조했던 오즈는 그의 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