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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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2016)
굳이 따지고보면 영화의 톤이나 맥락도 산만한 감이 있고 재난물로서 각본이 썩 좋다고도 할 수 없는데 어쨌거나 지루하지 않고 끝까지 집중하게 되는 뭔가가 있다. 안에서는 하정우가 여전히 재미있는 하정우 연기를 하고 있고, 밖에서는 오달수가 휴머니즘을 쥐어 짜내고 있다. 다소 뻔하고 촌스럽지만 그게 꽤 먹힌다. 뻔하다는 것은, 그만큼 잘 먹히는 무언가가 반복되었다는 뜻이다. 뻔함 그 자체가 나쁘지 않다. 뻔하면서 재미없으면 나쁜 거고, 이 영화는 뻔하지만 재미있다. 터널 속 또 다른 매몰자의 존재는 호불호 갈리겠으나 난 좋았다. 인간성에 대한 메시지와 함께 또 다른 사회 문제도 건드리고 지나가는 지점도 있고, 같이 등장한 개와 함께 국면전환의 여러가지 장치들이 뒤엉켜 있는 점이 맘에 들었다.

선샤인 Sunshine (2007)
내부 침식 중인 태양을 폭발시키기 위해 두 번째 이카루스가 날아간다. 그리스 신화의 이카로스처럼 오만하거나 무모한 대신, 인류의 존망이라는 책임감만을 짊어지고 있을텐데 어째서 이 유인 우주선들엔 이카루스라는 이름이 붙은 것일까. 죽어가는 태양을 살리겠다는 것 자체가 신에 대한 도전이었을까. 영화는 확실한 대답을 주진 않지만 영화가 이카로스와 같은 꼴을 당한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마치 하드 SF와 같은(존나 지루한) 연출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영화는 그 어떤 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즉, 과묵한데 지적이지도 않은 영화라는 것. 하드 SF인 척도 제대로 못하는 전반부가 지나가면 미스테리 스릴러로 장르가 변한다. 그리고 역시나 영화는 과묵하다. 뭔가 재미난 그림이 막 펼쳐지는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캐스트 어웨이 Cast Away (2000)
'배가본드'에서는 칼을 놓음에 대한 고민이 묘사된다. '진정한 달인은 칼을 쥐지 않고도 벨 수 있다' 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다. 검술에 대해 다루는 일본 만화에서 꽤 자주 거론되는 사유(思惟). 어두운 밤, 야생 짐승의 울음 소리, 무방비에서 오는 공포 등등, 생존물에 보통 따라붙는 장르적 소재들 하나 없이 오로지 모래 섬과 공 하나. (모험? 흥분? 생존자는 그런 것에 마음을 두지 않아.) 배구공과의 시덥잖은 대화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대사 조차 없다. 무인도에서의 수 년의 생활, 말 하지 않고 표정 짓지 않아도 털이 수북한 얼굴에 숨은 눈과 약간의 얼굴 근육만으로 모든 것을 말 한다. 살던 곳에 대한 그리움, 끝을 알 수 없는 섬 생활의 막막함,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 외

주 Zoo S01E13 시즌 피날레
존나 짱이다. 첫 시즌부터 이렇게 꽂혀서 다음 시즌 성사되길 오매불망 기다리게 되는 드라마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대 동물전대 5인방이 드디어 다시 모이고 이래저래 난이도 높은 고행을 이겨내고선 드디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분위기인데, 동물로 인한 재난을 다루는 드라마이면서도 은근히 사람 이야기를 꽤 잘 다룬다는 느낌이다. 처음부터 극한 상황에 몰렸던 것도 아니고, 그저 조금 더 책임감 있고 조금 더 눈썰미가 좋아서 뛰어들었을 뿐인데 온갖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마치 슈퍼히어로처럼 스스로 기꺼이들 희생되는 저 다섯의 굳센 의지와 그에 깔린 피로감 모두가 느껴지더라. 5인방 중 의외로 제일 좋았던 캐릭터는 에이브러햄. 처음엔 또 무력 담당 흑형 하나 나왔구나 싶었는데, 보다보니 그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