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본드'에서는 칼을 놓음에 대한 고민이 묘사된다. '진정한 달인은 칼을 쥐지 않고도 벨 수 있다' 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다. 검술에 대해 다루는 일본 만화에서 꽤 자주 거론되는 사유(思惟). 어두운 밤, 야생 짐승의 울음 소리, 무방비에서 오는 공포 등등, 생존물에 보통 따라붙는 장르적 소재들 하나 없이 오로지 모래 섬과 공 하나. (모험? 흥분? 생존자는 그런 것에 마음을 두지 않아.) 배구공과의 시덥잖은 대화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대사 조차 없다. 무인도에서의 수 년의 생활, 말 하지 않고 표정 짓지 않아도 털이 수북한 얼굴에 숨은 눈과 약간의 얼굴 근육만으로 모든 것을 말 한다. 살던 곳에 대한 그리움, 끝을 알 수 없는 섬 생활의 막막함,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