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 쇼]처럼 자신이 가짜 세상의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선 [버추오시티]의 SID처럼 세상으로 나오려는 인공지능, [로보캅]처럼 자아의 주체는 기억이라고 하지만 [블레이드 러너] 혹은 [매트릭스]처럼 그것은 전자 신호로 만들어진 가짜 기억. 즉, "자아"에 대해 철학적 냄새를 풍기는 SF 영화 속 아무개들의 집합체같은 영화다. 철학적이다 못해 추상적인 고민에 빠진 인물은 빈센트 도노프리오가 연기한 제리 애쉬튼. 그러나 이 남자, 아니 이 CG 퍼펫은 "나는 누구인가"라며 한가하게 처지를 비관하지 않는다. 뻔한 존재론적 고민에 빠지는 대신 그는 그래픽 세상과 그래픽 몸에서 벗어나 현실로 역류해 유저의 몸을 차지한다. 소 뒷걸음질로 쥐 잡듯 돌발적인 상황이었지만 어쨌든 그는 그렇게 자신이 태어난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