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L ME YOURS I WILL TELL YOU M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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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가미 나오코의 변신,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차고 넘치는 쓰레기, 하지 않고 쌓여있는 설거지, 아직 걷지 못한 세탁물과 여기저기 놔뒹구는 화장품들. 거기서 홀로 오니기리를 베어 먹는 여자 아이 토모. 전형적인 싱글맘 집의 풍경이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5년 만의 신작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는 이렇게 시작한다. 아빠는 어딘가로 사라지고 없고 엄마 역시 자리를 비운 상태며 집을 지키고 있는 건 고작 열살 내기 소녀 토모 뿐이다. 그리고 전해오는 메시지. 토모의 엄마는 쪽지 한 장을 남기고 사라졌다. 하지만 토모는 당황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 같은 이 상황에 토모는 익숙하다. 그저 낙심한 듯 고래를 떨굴 뿐 소녀는 힘든 기색을 하지 않는다. 토모는 서점에서 일하는 삼촌을 찾아가고 영화는 이후 토모가 삼촌 마키오, 그의 애

이산자
역사는 개인의 삶으로 구현될 때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 온갖 주의(ism)로 점철된 거대한 몸짓의 역사가 놓치는 부분을 개인의 삶은 말하곤 한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감독 문정현은 아마도 이러한 개인의 삶에 천착해 온 사람일 것이다. 한반도 분단 역사의 시간을 가족과 개인의 삶으로 서술했던 그의 두 번째 장편 '할매꽃'을 시작으로 그의 다큐멘터리엔 늘 사람이 있었다. 현대사의 파란 속에서 국경을 넘어야 했던 사람들의 삶을 편지란 매개체로 전달했던 '경계', 붕괴란 키워드로 개인과 국가의 역사를 오고갔던 '붕괴' 등. 그의 신작이 나왔다. 제목은 '이산자'. 흩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탈북자, 이산가족, 위안부 할머니, 재일 조선인 등 영화가 소환하는 이들은 이러한데 이들의 시간은 모두 분단과 일

황야
세상은 모르는 것 투성이다. 자신이 엄마에게 왜 버림 받았는지 모르고 아빠가 왜 목 매달아 세상을 떠났는지 모른다. 높은 청년 실업률과 자살 문제로 세상이 기울어진 시간 2021년. 영화 '황야'는 미래를 빌려 현재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죽음이 짙게 드리워진, 삶이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현실이 조금의 위화감도 없이 리얼하게 그려진다. 신지는 어릴 적 엄마에게 버림 받은 아이다. 켄지는 엄마의 죽음 이후 아빠와 함께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온 아이다. 두 남자의 삶은 처음부터 아픔을 품고 있었고,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러니까 둘은 삶보다 죽음 가까이에서 태어났다. 영화는 이 두 남자가 우연히 복싱과 만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시간을 그린다. 희망이란 병을 갖고 살아가는 시대를 배경으로, 사는

이별까지 7일
세상엔 찰나로 보내 버리기엔 아까운 순간들이 있습니다. 이후의 시간을 단단히 다져주는 순간들도 있습니다. 이시이 유야가 연출하고 츠마부키 사토시, 이케마츠 소스케가 주연한 영화 '이별까지 7일'은 이러한 순간들을 얘기합니다. 영화의 외피는 단순합니다. 건망증에 시달리던 엄마의 병이 뇌종양 말기로 밝혀지면서 시한부 7일 인생을 살아가는 엄마와 가족의 얘기가 그려집니다. 갑작스런 비극, 찾아온 슬픔. 여기저기서 흔히 보아온 스토리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그리고 있는 건 피상적인 슬픔, 틀에 짜여진 갈등이 아닙니다. 영화는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순간,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시간, 하지만 그래서 소중했고 그래서 중요했던 우리 삶의 어떤 부분을 얘기합니다. 그 순간이 없었더라면, 그러한 시간이 흐르지 않

그녀의 인생은 잘못이 없어
세상엔 이런 슬픔도 있다. 침묵으로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슬픔, 힘내라는 말조차 죄스럽게 울리는 슬픔,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미안해서 어찌할 수 없는 슬픔. 히로키 류이치 감독의 일흔일곱 번째 영화 '그녀의 인생은 잘못이 없어'를 보았다. 영화는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아픔과 절망, 상처와 고통을 바라보는 자세가 애절하게 가냘프다. 미유키(타키우치 쿠미)는 시청에서 일하는 평범한 20대 여자다. 엄마는 츠나미에 쓸려가 시체도 발견되지 못했고 아빠는 매일같이 술에 파친코다. 그러니까 그녀의 가정은 무참히 무너져내렸다. 그 안에서 미유키가 찾은 유일한 길은 성접대. 그녀는 주말이 되면 도쿄에 가 남자들을 상대한다. 영화는 고속 버스를 타고 도쿄에 향하는 미유키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