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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

덩케르크

총알을 피해 달아나던 남자는 아군을 만난다. 안도의 한숨을 내쉴 여유도 없이 뛰기 시작하는데 그가 향하는 것은 적군을 향해서가 아니다. 그는 도망을 친다. 도망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는 익히 알려진 것처럼 전쟁을 하기 위한 전쟁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도망을 치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분투이고, 삶을 향한 인간의 본능적 욕망에 대한 장대한 그림이다. 영화에는 전투가 묘사되지 않고 적군이 거의 등장하지 않으며 조직 내의 갈등, 싸움 역시 나오지 않는다. 화면을 채우는 것은 오직 '살려줘'라는 말이거나 '나도 데려가줘'란 말들 뿐이다. 그렇다. 이 영화는 도망을 가기 위해 애를 쓴다. 나는 이 생소함이, 전쟁 영화임에도 겁을 내는 이 나약한 태도가 의

택시 운전사

택시 운전사

두 번의 유턴과 한 번의 망설임. 나는 여기서 역사의 무게를 감당하려는 영화의 애씀을 보았다. 너무나 많은 걸 이야기하고 잔혹함을 잔혹함으로 묘사하는 딜레마에 빠져 다소 폭력을 전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의 이 애씀이 영화를 구해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시에 영화는 대중 영화기에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점도 명확히 보여준다. 나는 이 영화가, 주인공 택시 운전사가 이름과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독일 기자의 요청에, 성냥갑에 적혀있던 '사복'을 보고 '김사복'이라 쓰는 정도의 태도를 가졌다고 보았다. 있는 힘껏 도와주고도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않는 마음, 그것은 광주의 실상을 보았지만 다시는 얽히고 싶지 않은 마음이 아니라고 발뺌할 수 없을 것 같다. 영화는 그렇

Please Like Me

Please Like Me

어느 하나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다. 자꾸만 생각나는 건 못생긴 내 얼굴 뿐, Rubbish. 그러니까 매순간에 충실하지 못한다. 제목부터 사랑스러운 드라마 를 봤다. 드라마는 자신조차 케어하지 못하는 이들이 관계와 관계 사이에서 다치고 상처받으며 그럼에도 애쓰고 분투하는 모습을 그린다. 이제 갓 스무살이 된 조쉬는 게이인지 아닌지 사이에서 아리송하게 걸쳐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감정을 드러내는데 있어 너무나 미숙한 캐릭터고, 꽤 오래 사귄 것처럼 보이는 톰과 니브는 헤어지지 못해 힘들어진 커플이며, 조쉬의 아빠 앨런은 이혼한 아내인 로즈에게 아직도 마음을 거두지 못하고 있고, 그러한 마음의 대상인 로즈는 쉬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우울에 이성을 잃곤 한다. 하지만

내 사랑

내 사랑

오드는 그림을 그린다. 어둠에 갇혀 온몸으로 애를 쓰며 그린다. 영화 이 처음으로 건네는 건 어느 여자의 어두운 현실이다.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면서 애달픔에 마음이 시려왔는데 역시나 영화는 애달프다. 첫 장면만으로, 그녀의 고통스러운 그림만으로 영화는 이미 할 말의 절반 이상을 한다. 몸이 불편해, 정확히 말하면 발을 절어 부모와 떨어져 이모와 함께 지내는 그녀는 남자에게도 버림 받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난 내 편, 아이는 몸이 기형이라 산매장됐다. 그렇다. 그녀는 버림받은 인생이다. 그러니 사는 게 녹록할 리 없다. 돈만 밝히는 오빠는 빚을 메우러 엄마의 집을 매각했고 오드의 흔적은 그와 함께 사라졌다. 그녀는 기댈 곳이 없다. 연약한 손 하나, 애쓰며 그려내는 오지 않을

이효리 음악을 비판하려면...

이효리 음악을 비판하려면...

음악성을 비판하면서 근거가 멜로디가 단조롭고 가사의 내용이 단편적이며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것 뿐, 그리고 역량 부족이라는 결론. 비판을 하는 건 쉽다. 하지만 비판을 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마음 역시 들여다 볼 시간이 비판하는 자에게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음악성에 대한 비판이라면 음악적으로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효리의 음악을 옹호하는 게 아니라 그녀가 비판받는 지점의 허약한 근거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다. 이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