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L ME YOURS I WILL TELL YOU M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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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사랑
내가 하는 말을/ 나 혼자 듣고 지냅니다/ 아 좋다, 같은 말을 내가 하고/ 나 혼자 듣습니다/ 내일이 문 밖에 온 지 오래 되었어요/ 그늘에 앉아 긴 혀를 빼물고 하루를 보내는 개처럼/ 내일의 냄새를 모르는 척 합니다. 사랑도 맘편히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랑이 찾아온 줄 알았는데 곁에 아픔이 있고, 현실이 아프다 생각했었는데 옆에 더 아픈 현실이 있습니다. 김양희 감독의 영화 '시인의 사랑'은 시를 읊으며 문을 열고 시를 읊으며 문을 닫는 영화입니다. 섣불리 사랑에 다가가지 못하는 남자와 현실의 늪에서 허덕이는 소년. 둘 사이의 거리는 무어라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품고 있고 있습니다. 시라는 형태로 밖에 세상에 나올 수 없는 어떤 감정, 시어로만이 구현할 수 있는 어떤 세계가 이 영화에는

우리의 20세기
하나같이 구구절절하다. 영화는 산타바바라에서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는 싱글맘의 서사부터 읊으며 시작하는데 영화가 진행되면서 이는 무려 다섯 차례나 인물을 바꿔가며 반복된다. 이야기의 층위도, 성격도, 방향도 제각각이라 정리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무슨 말을 하려 하는지 영화가 종반에 다다르기 전까지 아리송하다. 다만 한 가지 (그나마) 선명하게 다가오는 건 여기엔 세대의 충돌이 있고, 시대의 지나감과 다가옴이 있으며, 그 속엔 (지미 카터의 연설을 인용하면서까지 강조하는) 자존심의 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마이크 밀스의 영화 '우리의 20세기'(원제는 '20세기 여성들'이다)를 자존심의 위기를 맞은 55세 싱글맘의 이야기로 읽었다. 구구절절 다가오는 나머지 네 사람의 서사가 그녀에겐 위협이고 위기라

더 테이블
흩날리는 빗물, 흘러가는 꽃잎. 음악이 자리를 만들고 카메라가 감정을 내려 놓는다. 김종관 감독의 신작 은 여럿 사물의 클로즈업으로 시작하는 영화다. 빗방울과 물컵, 꽃잎과 테이블.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잡힌 사물들이 극의 무드를 잡는다. 꽤나 감성적인 첫인상이다. 이후에도 영화는 사물들을 주기적으로 자꾸 비춘다. 사람과 사람 사이, 대화와 대화 사이 사물이 감정의 결을 고른다. 하지만 이 감성 팔이용 영화거나 가볍기만 한 영화인 것은 아니다. 은 무어라 단정할 수 없는 감정의 맥락, 어떻게도 다 표현해내지 못하는 마음의 깊이와 품을 드러내려 애쓰는 영화다. 차분하고 침착하며 섬세하고 사려깊다. 그러니까 김종관 영화의 어떤 정수가

레이디 맥베스
자로 잰 듯한 사각 프레임, 숨이 막혀올 것 같은 폐쇄감. 영국의 윌리엄 올드로이드 감독이 연출한 는 죄어오는 느낌으로 수렴되는 영화다. 카메라는 정면의 인물을 초상화처럼 잡아내고 코르셋과 무언의 규율은 주인공 캐서린을 옥죄어오며, 지위를 유지하는 캐서린의 위압적인 치마 품은 좀처럼 꺼질 줄을 모른다. 시대는 19세기 중반의 영국. 캐서린은 어느 지주 가문의 중년 남자에게 팔려온다. 그런데 그녀의 태도가 심상치 않다. 있는 힘껏 힘을 주어 머리를 빗기는 하녀 안나의 손길에도 끄떡없이 견디며, 춥지 않냐는 말에도 괜찮다고 답한다. 밖으로 비친 풍경은 매서운 바람이 날카롭게 대지를 가르고 있다. 그렇다. 그녀는 강한 여자다. 영화는 바른 자세로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는

마음을 연금술사 사카모토 유지
츠라이. 괴롭다. 성격이 달라서 함께 살기 괴롭고, 이혼하고 싶지만 이혼 신청서가 프린터에 걸려 이혼 하지 못해 괴롭고, 이혼을 하자니 할머니의 생신이 걸려 괴롭고, 이혼하고도 그 얘기를 할 타이밍을 잡지 못해 괴롭다. 사카모토 유지가 각본을 쓴 은 결혼이란 대체 뭐길래 사람을 이렇게 괴롭게 하는지를 유려한 말과 대사로 그려낸 작품이다. 미츠오는 모든 게 꼼꼼하고 세세하며 치밀한 남자다. 반면 그의 아내인 유카는 후지산을 보고 자라 느긋한 성미며 왈가닥하고 대범한 여자다. 당연히 둘은 자주 부딪히는데 끝내 이혼을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둘은 이혼을 하고도 함께 사는, 그러니까 동거 생활을 유지한다. 다소 어처구니 없는 소동극 같아 보이지만 이건 사카모토 유지의 드라마다. 사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