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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의 거리 裏切りの街

배신의 거리 裏切りの街

일상은 어쩌면 도너츠일지 모른다. 구멍이 없으면 성립될 수 없는 밀가루 덩어리의 고체 말이다. 구멍은 평소엔 알아 차리지도, 느끼지도, 드러나지도 않지만 어딘가 어긋나거나 뒤틀어지면, 모가 나거나 이가 빠지면 알아 차리고, 느끼고,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순간은 잘 나가는 샐러리맨에게도, 방안에서 뒹구는 프리타에게도 찾아온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일탈이나 탈선, 그리고 다시 찾은 자유나 방황이 이 순간을 가리키는 현실의 언어일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은 일탈도, 탈선도, 다시 찾은 자유도, 방황도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모두다 구멍을 지닌 채 살아가고 그렇게 인생은 굴러간다. 이케마츠 소스케와 테라지마 시노부가 주연한 영화 '배신의 거리(裏切りの街)'를 보았다. 영화는 하는 일도 없이, 심지어

마호로역 타다 심부름집

마호로역 타다 심부름집

영화가 사람에게 다가가기까지에는 어느 특정한 타이밍이란 게 있는 것 같다. 아무도 모르는 어느 곳에서 정해진, 흐릿하게 새겨진 어느 시간 같은 거 말이다. '마호로역 타다 심부름집(まほろ駅前多田便利軒)'이란 제목의 작품을 처음 알게 된 건 드라마를 통해서다. 시즌이 바뀔 때마다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를 훑는 나는 그 때도 아무렇지 않게, 별 생각없이 드라마를 훑고 있었고 '마호로역 타다 심부름집'이라는 제목도 참 긴 드라마와 만났다. 하지만 나는 1화를 조금 엿보기만 했을 뿐 그냥 패스해버렸다. 마츠다 류헤이와 에이타가 심부름집의 두 남자로 출연하는 이 드라마는 무엇보다 비루해보였고 당시 내겐 그 비루함을 즐길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랬던 것 같다. 게다가 연출을 하는 사람이 오오네 히토시란 사실도 그리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자주 주눅이 든다. 움츠려 든다. 시무룩해지고 기운도 없다. 자주 그런다. 나에게 짜증이 나고 나에게 화가 난다. 이유도 없이, 원인도 모른 채 자꾸만 힘이 든다. 병원엘 다녀도, 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는다. 약으로, 병원으로 치유할 수 없는 무언가가 요즘 내 안에 있는 것 같다. 어제 밤 트위터를 훑다 다혜 선배가 적어 놓은 글귀에 마음이 동했다. 상처에 관한 글이었는데 그 순간 아, 내가 상처받고 있구나, 혼자 껴안고 낑낑대던 감정들이 상처받은 감정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 감정은 외면받고 있다는 느낌과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하고 있는 퍼블리 리포트가 잘 되지 않는다. 원고는 70% 정도 써놓은 상태인데 판매가 잘 되지 않는다. 브루타스와 뽀빠이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돈도 중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퇴사하겠습니다, 퇴사 학교, 퇴사 준비생의 도쿄, 나는 5년마다 퇴사를 결심한다, 퇴사 탐구생활. 퇴사가 붐이다. 퇴사를 못해 안달이다. 3포 세대의 21세기는 결국 퇴사란 키워드 앞에 멈춰섰다. 관련 책이 줄지어 출간되고 있고, 관련 기사도 넘쳐난다. 잔업 수당도 없고, 유급 휴가도 맘 놓고 쓰지 못하는 회사에 매달려 있기보다 차라리 회사를 그만두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의 확산이다. 그만큼 너도나도 힘이 들고, 그만큼 회사는 지옥같다. 그리고 퇴사를 소재로 한 영화가 한 편 개봉했다. 올해 5월, 새해를 시작하는 무렵(일본에선 4월이 새학기, 시무식의 시기다.)에 개봉한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라는 영화는 일본의 관료 시스템, 그 안의 회사라는 조직, 그리고 정사원이란 이름의 족쇄를 마치 하드

Let the Sunshine In

Let the Sunshine In

이런 순간이 있다. 세상 모든 얘기가 나의 것인 것 같고 세상 모든 노래가 나를 노래하고 있는 것 같으며 세상 모든 아픔이 나의 것 인 것 같은 그런 순간이. 영화를 보면서, 노래를 들으며, TV 드라마를 보며 종종 경험한다. 영화와 나, 드라마와 나, 음악과 나만이 존재하고 그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세상, 그런 세상이 아주 종종 찾아온다. 부산에서 두 번째 영화로 클레어 드니의 '렛 더 선샤인 인'를 보았다. 영화는 줄리엣 비노쉬의 신음하는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내려다보며 시작하는데 나는 여기서부터 극도로 몰입하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며 작품을 모으고 살고있는 그녀는 사랑을 찾기를 갈구한다. 언제나 같은 패턴의 반복이라 지치고 매번 실패하는 사랑에 이골이 난다. 첫 장면 섹스 신에서 상대가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