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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뜨거웠던 여름이 지려한다, 아무로 나미에

가장 뜨거웠던 여름이 지려한다, 아무로 나미에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계절이 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계절이 있다. 꽃 내음, 거리의 낙엽, 그리고 찬 서리와 함께 찾아오는 봄, 가을, 겨울과 달리 여름은 어느새 우리 곁에 다가와 성큼 자리한다. 그러니까 여름에 시작과 끝은 없다. 여름은 단지 거짓말 같이 작열하는 태양과 같고 최고 밀도의 파란 하늘을 닮았으며 열기를 머금은 아스팔드의 새벽 녘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시간은 당연하게도 흐르고 계절은 어김없이 다음 절기에 자리를 내주기에 우리는 여름을 사라짐으로, 갑작스런 뙤약볕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지금, 일본에서는 하나의 여름이 지려한다. 가수 아무로 나미에가 은퇴를 고한 것이다. 1991년 5인조 댄스 그룹 '슈퍼 몽키즈 Supeer Monkeys'로 데뷔해 25년이 된 지금, 1억 3천만의

아름다운 실패, 자유의 언덕

아름다운 실패, 자유의 언덕

홍상수 영화에서 제목은 문과 같다. 제목을 본 순간 우리는 그의 영화 세계에 진입한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혼자'가 말미에 놓였을 때, '극장전'에서 '전'이 전(前)과 전(傳) 사이에서 부유할 때, 그리고 '그 후'의 영화 제목이 'The Day After'일 때 우리는 홍상수 월드의 프레임, 윤곽, 골자와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그만의 언어로 구성된, 그렇게 실천된 세계와 부대낌 없이 만날 수 있다. 동시에 현실에서 본질을 모색하는 그의 영화를 마주하는 최소한의 준비를 할 수 있다. 꽤나 다행인 일이다. 하지만 문을 통과했다고 해서 그의 영화가 수월하게 다가오는 건 아니다. 현실에서 본질을 마주하기란 도통 어려운 일이 아니며, 영화란 프레임이 더해졌다고 해서 그 어려움이 덜해지는

그녀에 대한 오해, 오기가미 나오코의 영화

그녀에 대한 오해, 오기가미 나오코의 영화

오기가미 나오코는 느리지 않다. 오기가미 나오코는 느긋하지 않다. 오기가미 나오코는 조용하지 않고 고요하지도 않다. '카모메 식당', '안경', '토일렛', '고양이를 빌려 드립니다'를 만들었음에도 그렇다. 물론 우리는 안다. 그녀는 고작 5천 명만이 살고 있는 카고시마의 섬 요론도에서 안경이란 공통점 하나만으로 106분의 영화를 만들어낸 사람이다. 심지어 해외 모 영화제에서는 그녀를 '일본에서 가장 느긋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 소개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녀의 최근작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는 다르다. 무엇보다 제목이 길어졌고, 그것도 문장형이며, 처음으로 취재를 한 뒤 시나리오를 완성한 작품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그녀가 달라졌다고, 그녀가 진심을 드러냈다고 말이다. 공백이 5년이나 됐으

도시의 민낯을 담아내는 언어, 사이하테 타히

도시의 민낯을 담아내는 언어, 사이하테 타히

시가 영화가 될 수 있을까. 스토리는 없고 여백은 많아 감정과 심상만으로 이루어진 세계가 영화화 될 수 있을까. 설령 있다 한들, 가능하다 한들 시 이상의 것이 될 수 있을까. 그저 시를 닮은 영화에 그치지는 않을까.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망하지 않을까. 최소한, 내가 아는한 시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없다. 만들어진 것도, 만들고 있는 것도, 만들 예정인 것도. 그런데 이시이 유야가 그 난제에 도전했다. 이시이 유야라면 '행복한 사전', '이별까지 7일' 등 사람 애기를 휴머니즘 터치로 녹여낸, 훈훈하고 따듯한 영화를 만들어온 감독이다. 동시에 데뷔작인 ’사와코 결심하다'와 그 다음 몇 편을 제외하면 프로듀서의 입김이 강한, 그래서 다소 정제되고 필터링된 작품을 만들고 있는 감독이기도 하다. '사와코

가장 순수한 형용사, 카세 료

가장 순수한 형용사, 카세 료

수오 마사유키의 법정 심리극 '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어'의 마지막. 나는 말을 잃었다. 법의 체계와 사회란 이름의 시스템 자체에 의문을 띄우는 이 복잡한 영화가 막을 내리는 건 한 배우의 얼굴이다. 무표정의 얼굴, 그 단 하나로 영화는 막을 닫는다. 앞모습과 뒷모습, 측면의 오른쪽과 왼쪽, 그리고 정면을 비추는 카메라는 한 사람의 얼굴에 주목한다. 아무 것도 말하고 있지 않지만 모든 걸 말하고 있는 듯한 얼굴은 우리의 감정을 확장시킨다. 외꺼풀에, 크지도 작지도 않은 코와 입, 그리고 부드러운 얼굴선. 그러니까 모가 나지 않은 얼굴. 주장을 한다기보다 이야기를 들으려는 듯한 모양새, 동시에 타인의 이야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생김새. 바로, 카세 료의 얼굴이다. 카세 료는 치한으로 오해받아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