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가비
Posts
2018 posts써클 Circle (2015)
[12인의 성난 사람들]에서 살인 혐의를 쓴 소년 대신 성난 배심원들 모두가 피고인이었더라면 아마 이것과 비슷한 영화였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피고인이라는 건, 모두에게 사연이 있거나 그 누구의 서사도 중요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한 시간 반 짜리 영화에서 50명이 피고인이라면 당연히 후자인 거지. 그 누구의 이야기도 중요하지 않다는 건 결국 스토리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토리도 없고 메시지도 없고 상징성도 없는 한 시간 반 동안, 이기심과 비겁함이 개입하는 논쟁의 각축전에서 사람이 얼마나 바닥까지 보여줄 수 있는지를 쉴 틈 없이 이 각도 저 각도로 계속 보여줄 뿐인 딜레마 게임의 기록 영상에 더 가까운 영화다. 방송 PD인 정종연의 TV쇼 대표작 중 [지니어스 게임]과 [소사이어티
킹콩 King Kong (1976)
33년 원작 킹콩이 있기 전에 영향을 끼친 레퍼런스 중 하나로 1930년에 만들어진 [Ingagi]라는 제목의 가짜 다큐멘터리가 있다. 대략 백인 탐험가들과 흑인 원주민들이 고릴라를 사냥하는 내용 쯤인데, 동물원도 적고 영장류 동물을 볼거리로 즐기고 싶은 수요에 의해 탄생한 컨텐츠일 것이다. 바로 그 영상 속 고릴라가 바로 배우가 수트를 입고 연기한 것이다. 그리고 76년, 스톱모션이 먹힐 시대가 아니고 CG는 당연히 없고 선택의 여지가 없이 수트 액팅인데, 그래서 '스톱 모션'으로 관객을 놀라게 했던 원작과 달리 이 영화의 수트 액팅은 다시 30년대로 퇴보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여기서의 수트 액팅의 묘미는 수트 입고 연기하기가 쉽냐 어렵냐의 문제가 아니라, 미니어처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하
킹콩 King Kong (1933)
20세기 초는 동물원도 많지 않았을 뿐더러 영장류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더 드물었다. 그래서 1913년 [정글의 야수], 1918년 [타잔] 이후 이미 소위 '정글 영화'라고 하는 어드벤처 장르가 인기를 끌던 시절. 외부 세계에 대한 탐구심과 동경에는 초기 대공황이라는 시대적 분위기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 이르러서는, 1903년 [대 열차 강도] 이후 수 십년이 지나 1925년 [잃어버린 세계]와 함께 화면 트릭을 이용한 이른바 '특수 촬영'이라는 드디어 주류 영화의 중요한 도구로 기능하기 시작한다. 노상에서 깽판치는 거대 괴수의 이미지를 "히트 시킨" 영화인데, 지금에 와서 보자면 인종 묘사에 다소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 미국의 그 '프론티어 정신'이라는 게 좋지 않은 결과
이퀼리브리엄 Equilibrium (2002)
키애누 리브스는 [스피드]를 통해 샤프한 미남 액션 배우의 시대를 열고, 웨슬리 스나입스는 [데몰리션 맨]으로 연기파 배우의 액션 스타로의 전업 사례를 남긴다. 스나입스는 또한 [블레이드]라는 작품으로 '하이브리드 액션'이라는 정체불명의 서브 장르를 소개함으로써, 땀에 절은 런닝 대신 잘 다려진 외투 자락을 펄럭거리면서 발차기를 날리는 스타일을 유행 시키기도 한다. 그 트렌드를 [매트릭스]가 본격적으로 싹 틔운 직후에 노골적으로 의식해서 나온 게 이 영화 되겠다. [매트릭스]처럼 실존철학의 냄새를 슬쩍 풍기면서 뭔가 문과 풍의 SF를 만들려는 야심찬 계획에는, 조지 오웰의 [1984]나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을 벤치마킹하려는 시도 역시 포함된다. 그 [화씨 451]의 실사화 감독이 누군지
스몰 솔저 Small Soldiers (1998)
애초의 기획은 10대 관객을 대상으로 한 사회고발 내지는 풍자극이었는데, 스폰서와의 이러저러한 이익 관계 때문에 결국 조금 더 안전한 전연령 SF 영화로 노선이 변경된다. 아마도 미국의 무기 산업과 전쟁 사이의 밀월관계? 아니면 지나치게 전쟁 집약적인 과학 기술 개발 정책? 정도를 다루려던 게 아닌가 싶고, 10대 들에게 알기 쉽게 이해 시키려고 군인 장난감을 소재로 삼았을텐데 결국 그게 이유가 돼서 원래 하려던 얘기를 못 하게 됐다는 점이, 이게 참 어디서부터 꼬인 건지 알 수 없는 아이러니다. 하지만 계획대로 안 풀린 애매한 결과물이라고 해도 결과론적으로는 나름대로 잘 빠진 삼천포다. 마을 소동극으로 코믹하게 묘사되고는 있으나 국방성 납품용 시제품 칩이 유용된 완구라는 설정은 유지됐고, 마냥 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