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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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2012)

멧가비|2021년 2월 8일

2천년대 한국 깡패 판타지 영화들 면면, 깡패를 수더분한 선인 혹은 의인으로 묘사하거나 싸움 실력이 씨발 무슨 김용 무협지다. 룸살롱 운영하고 삥 뜯고 경찰에 수배되고, 하는 짓들은 리얼인데 캐릭터가 판타지, 그게 그 시절 한국 깡패 영화였다. 깡패들이 영화 제작에 발 담그기도 한다는 소문도 돌고 그랬다. 그 목불인견의 역사가 저물고, 이제 더 이상 명절 극장가가 깡패 영화들로 도배되지 않는 시대에 와서 이 영화가 선보인 새로운 깡패 판타지는 정확히 그 반대 지점에 있다. 야망과 비열함으로 꿈틀대는 더러운 속성은 딱 깡패 그대로인데 그들이 속한 세계관이 판타지인 거지. 거대 기업을 운영하면서 경찰을 우습게 본다? 심지어 대낮에 깡패가 경찰을 담궈? 2천년애 깡패 판타지가 김두한, 시라소니로 대변되는

범죄와의 전쟁 (2011)

멧가비|2021년 2월 8일

최동훈의 [타짜] 이후로, 대사빨 잔뜩 살아있는 한국 영화들이 '밈'화 돼서 컬트적 인기를 누리는 현상들이 종종 발생한다. 그 대사빨 말고는 아무 것도 없지 않나 싶은데 또 그것들이 서사와 본질은 휘발되고 밈만 남겨서 불멸성을 얻는, 이쯤되면 그런 시대가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장난감처럼 갖고 놀기 좋은 영화들의 시대. 최익현이라는 기회주의자의 화양연화를 조명하는 누아르라기엔 결말도 딱히 패널티 없이 잘 먹고 잘 사는 해피엔딩. 형배와의 주인공 지분을 나눠먹는 면도 있고, 그러니까 조연들의 존재감이 너무 커서 최익현이라는 남자의 개인 서사로는 정의 내리기 힘들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깡패들의 군상극이라기엔 익현을 제외한 나머지들의 서사에는 기승전결이 없다. 즉, 코미디 스케치 캐릭터처럼 웃

크롤 Crawl (2019)

멧가비|2021년 2월 6일

장르물이라는 것의 성패는 똑같은 이야기를 이번엔 또 어떻게 썰 푸느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종의 이유로 통제에서 풀려난 무시무시한 괴수 혹은 육식의 포식자. 충분한 화력과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인공이 저 무시무시한 이빨을 피해 어떻게 살아남느냐에 대한 이야기는 [죠스]에서 이미 틀이 잡혔고 스필버그는 [쥬라기 공원]으로 그것을 또 한 번 변주한다. 그 괴수가 악어라고? [앨리게이터]가 나온지 40년이 넘었다. 이미 크리처를 CG로 구현하는 기술력 조차도 임계점에 달해서 기술력만으로 티켓을 팔아치울 수도 없다. 정말 원점으로 돌아가 순수하게 재미있어야 한다. 장르 영화, 그것도 괴수가 나오는 영화에서 누구도 작가주의를 기대하진 않는다. "장르"화 된 시점에서 이미 뻔한 이야기

레이저백 Razorback (1984)

멧가비|2021년 2월 6일

시나리오는 괴상하다. 할아버지는 결국 손자의 복수를 못하고 죽었다. 남자는 아내의 복수를 할 마음이 없는데 집에 가려다가 얼렁뚱땅 레저백에 맞선다. 잘 알지도 못하는 노인을 대신해 일면식도 없는 소년의 복수를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내가 정확히 왜 죽었는지, 도축업 깡패들이 정확히 믄슨짓을 했는지는 끝내 모르게 됐다. 처음부터 시나리오를 저렇게 허술하게 짰을 수도 있지만 현장에서 뭔가 꼬였을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애니매트로닉스인지 탈 쓴 건지 분간조차 힘든 멧돼지의 상태를 봐선 촬영 현장이 매끄럽게 돌아가긴 힘들었을거라는 짐작이 들긴 한다. 비포어 [쥬라기공원], CG 크리처를 기용하기 전 시대에, [죠스]처럼 물에 띄울수도 없고 수면아래에 스탭을 감출 수도 없는 사족보행 괴수를 대낮에 운

더 임파서블 Lo imposible (2012)

멧가비|2021년 2월 5일

'재난물' 하면 롤랜드 애머리히의 이름이 즉각 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이 영화가 당황스러운 것은, 그 재난물 황금기의 영화들이 관객에게 학습시킨 몇 가지의 공식들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상 현상을 예측하는 국가 기관이 없다. 모두가 코웃음 칠 때 홀로 헌신하는 과학자도 없고 성조기 그 자체인 해병대라든지 무감각하게 죽어나가는 군중이 없다. 영웅이 없고 내러티브의 인과관계도 없고 사필귀정, 권선징악의 메시지도 없다. 쓰나미 오고 사람 죽어, 그게 전부다. 영화에는 그저 타국에서 무력하게 다치는 평범한 한 가족이 있을 뿐이다. 거대 고릴라와 육식 공룡과의 삼각관계에서도 멀쩡하던 강철인간 나오미 왓츠는 죽음의 문턱을 반보 밟는다. 이완 맥그리거는 더 이상 포스가 함께하지 않아 막연히 가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