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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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픽션 Pulp Fiction (1994)

멧가비|2021년 2월 2일

제목처럼 싸구려 범죄소설 잡지에나 실릴 법한 사실은 시시한 이야기들 일색이다. 갱단의 히트맨이 똥 싸다 죽었다던가, 그 갱의 보스는 항문에 괴롭힘을 당했다던가 하는, 어떻게 죄 다 똥꾸멍 같은 이야기들 뿐이질 않나. 하지만 타란티노는 결국 다 똥꾸멍으로 끝나는 이 영화를, 그가 오마주한 펄프 잡지들처럼 시시하게 놔두질 않는다. 타란티노는, 놀랍게도, 장편 영화 연출 단 두번째만에 영화라는 매체로 장난질을 치기 시작한다. 저급 종이로 만들어진 펄프 잡지에 인쇄되어 읽히고 잊히면 그 뿐인 통속적 3류 범죄 에피소드, 거기에 " 편집"이라는 묘수가 더해지면서 서사와 인과관계를 뒤섞는 독특한 전체그림이 완성된다. 빈센트 베가는 영화 중반에 이미 똥 누다가 사망했지만 관객은 강도 커플을 쫓아 보내고 식당에

저수지의 개들 Reservoir Dogs (1992)

멧가비|2021년 2월 2일

캘리포니아의 2류 범죄자들의 이합집산이라는 명쾌한 플롯. 타란티노는 그렇게 대경력의 문을 연다. 범죄를 모의할 요량으로 둘러앉은 갱들이 시시껄렁한 주제로 수다를 떨고, 총에 맞았다고 징징대면서 울고, 개중 지독한 한 놈은 흥겨운 복고 음악에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경찰의 귀를 잘라낸다. 타란티노의 출사표는 이렇게 평단을 열광케 할 새로운 파도를 몰고 온 것이다. 타란티노 본인이 이 영화에 대해 말하는 인터뷰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말은 영화의 플롯을 [용호풍운]으로부터 베꼈다고 당당히 밝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외에도 타란티노가 비디오 대여점 아르바이트 시절에 봤을만한 홍콩 누아르들의 기본적인 톤이나 마카로니 웨스턴의 피카레스크적인 면도 두루 갖추고 있다. 단순히 유명한 영화를 카피

보스 레벨 Boss Level (2021)

멧가비|2021년 2월 1일

세이브-로드가 가능한 비디오 게임의 감각과 루프물이라는 장르의 궁합은 사실 새삼 신기한 일도 아니다. 그 두 컨텐츠의 이상하리만치 찰떡같은 궁합은, 아주 최소한의 정성만으로도 기성품 팝콘 영화 하나 뚝딱 뽑아낼 수 있을 정도. 끝도 없이 터프한 남자의 자기 고문과도 같은 도전기, 일단 전제는 흥미롭다만. 제목부터 대놓고 비디오 게임 메타를 노린 건데, 아무리 그대로 그렇지, 아무리 리셋되는 하루라고 하더라도 전처의 죽음과 아들의 안위가 걸려있는 것 치고는 주인공의 태도가 처음부터 너무 캐주얼하다. 영화가 애초에 구조적으로 게임 감각인데 그 안의 주인공마저 게임을 즐기는 태도를 보여버리면 관객은 응원할 대상을 잃는다. 반전은, 저걸 반전이라고 하면 너무 실례 아닌가, 이 영화 반전 있다고 말했다

팜 스프링스 Palm Springs (2020)

멧가비|2021년 2월 1일

선댄스에서 상 탔다는 영화들 특징, 프로방스 개인 공방에서 파는 생활용품 같다. 알록달록 허우대는 예쁘장한데 당췌 쓸모가 없다. 특유의 그 멀건 맛, 라떼한 스푼 남은 잔에 물 부어 마시는 맛이 선댄스를 상징하는 맛이라면 맛인데, [사랑의 블랙홀] 한 스푼 남은 잔에 물 부으면 이 영화다. 모든 루프물이 [사랑의 블랙홀]의 자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건 게으른 핑계다. 게으름에 대한 핑계마저도 참 게으르게 대는 거지. 많은 [롤라 런], [엣지 오브 투머로우] 등 많은 후배 작품들이 장르 규칙을 따르면서도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들을 곁들인 역사가 있다. 여기선 그냥 루프에 묶인 사람만 몇 명 더 늘어난 거고, 결국은 같은 루프 타다가 "사랑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 루프 탈출합니다" 그게 전

소울 Soul (2021)

멧가비|2021년 1월 30일

꿈은 그냥 꿈이어야지, 직업을 꿈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수 많은 격언들이 무색하게도, 주인공 조 가드너는 지나치게 목표만으로 삶을 사는 열정 외길의 뉴요커다. 뉴욕이란 도시가 배경인 것은 스윙 재즈의 중심지라는 상징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뉴욕이란 도시가 가진 목적지향적인 이미지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가드너는 뉴욕의 재즈 뮤지션인데, 그는 뉴요커의 전형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재즈같은 사람은 아니다. 재즈는 기본적으로 즉흥성이 중요한 음악인데 그는 악보에 적힌 음표대로 완주하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 목적 지향의 삶이라는 건 그 목적이 이뤄진 후의 공허함과 이루지 못했을 때의 좌절을 반드시 수반하게 된다고, 삶은, 삶을 사는 것 그 자체가 삶이라고, 전연령 영화에서 이렇게나 아름다우면서도 직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