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 레벨 Boss Level (2021)
By 멧가비 | 2021년 2월 1일 |
세이브-로드가 가능한 비디오 게임의 감각과 루프물이라는 장르의 궁합은 사실 새삼 신기한 일도 아니다. 그 두 컨텐츠의 이상하리만치 찰떡같은 궁합은, 아주 최소한의 정성만으로도 기성품 팝콘 영화 하나 뚝딱 뽑아낼 수 있을 정도. 끝도 없이 터프한 남자의 자기 고문과도 같은 도전기, 일단 전제는 흥미롭다만. 제목부터 대놓고 비디오 게임 메타를 노린 건데, 아무리 그대로 그렇지, 아무리 리셋되는 하루라고 하더라도 전처의 죽음과 아들의 안위가 걸려있는 것 치고는 주인공의 태도가 처음부터 너무 캐주얼하다. 영화가 애초에 구조적으로 게임 감각인데 그 안의 주인공마저 게임을 즐기는 태도를 보여버리면 관객은 응원할 대상을 잃는다. 반전은, 저걸 반전이라고 하면 너무 실례 아닌가, 이 영화 반전 있다고 말했다
프리 파이어 Free Fire (2016)
By 멧가비 | 2023년 2월 27일 |
제목이라던가 외관으로 대충 어림 잡았다가 실제 내용물에 뒷통수 얻어맞는 기분 좋은 배신감 이거 아주 오랜만이다. 영화는 보고 싶은데 걸작을 보기엔 유난히 그릇이 작았던 날이라 시원한 건 액션이나 한 편 보자 했는데 아니 이거 왜 지리멸렬한 블랙 코미디고 흘러가는 거지. 등장인물 모두가 총을 들고 있다. 그들 모두가 신경질을 참은 채로 팽팽하게 날 서 있는데 누구 하나가 선빵을 내지르면 팽팽한 풍선이 터지듯 다들 빠바방, 스타팅 피스톨에 반응해 발사되는 단거리 선수들처럼 약간의 잡음 하나만으로 모두가 급발진해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는 그런 영화다. 간지나는 모잠비크 드릴, 호쾌한 헤드샷 등등 [존 윅]이나 마이클 만 영화 같은 데에서 나올 법한 프로페셔널한 총질의 쾌감 같은 것, 오우삼 영화처럼 총에
존 윅 John Wick (2014)
By 멧가비 | 2017년 8월 15일 |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인간병기물은 여기까지 왔다. [맨 온 파이어]라든가 [테이큰], [아저씨] 등으로 이어지는 서브 장르 계보가 있다. 이른바 "사람 잘 못 건드렸다"류의 탈환 액션 로드무비라고 할 수 있는데, 해당 영화들을 일렬로 늘어놓고 보면 '장르라는 게 만들어지는 과정'의 축약판과도 같다. 좋은 건 반복하고 필요 없는 건 버린다. 마치 이소룡이 절권도를 정의내리는 방식처럼. 아내는 진작에 죽었다. 구출해야 할 대상조차 생략한 거다. 아내가 납치당했거나 죽어서 복수를 해야한다면 필수적인 드라마가 발생하는데, 그럴 시간 없다 이거지. 자리는 하나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흥미로운 설정들, 그리고 수제 냄새 나는 세련된 액션 시퀀스들이 드라마가 빠진 자리를 충실히 채우고 있다. 어떤
사랑의 블랙홀 Groundhog Day (1993)
By 멧가비 | 2018년 11월 7일 |
겨울 날씨 된 기념 재감상 영원히 반복되는 하루. 이제는 너무나 유명한,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린 설정. 이게 어릴 때 보는 거랑 어느 정도 인생을 알겠다 싶을 때 보는 거랑, 이제는 진짜 인생 뭔지 모르겠다 생각되는 순간에 보는 거랑 번번이 느낌이 다르다. 어릴 때는 그냥 존나 재미난 판타지 로맨스지. 성장기에는, 뉘우치니까 타임루프에서 빠져나갔다는 결말이 지루한 설교요, 뻔한 헐리웃 크리스마스 영화의 단골 테마처럼 느껴져서 우습다. 철없던 청춘에는 "오빠가 뭘 잘못했는지 몰라?"라는 질문에 적절한 답을 찾아낼 때 까지 고통 받아야 하는 연애지옥처럼 느껴져서 영화의 장르가 호러로 바뀐다. 필이 영문도 모른 채 타임루프에 빠진 것은 매사에 시큰둥하고 투덜대던 남자에게 내려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