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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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 파이어 Free Fire (2016)

By 멧가비 | 2023년 2월 27일 | 
제목이라던가 외관으로 대충 어림 잡았다가 실제 내용물에 뒷통수 얻어맞는 기분 좋은 배신감 이거 아주 오랜만이다. 영화는 보고 싶은데 걸작을 보기엔 유난히 그릇이 작았던 날이라 시원한 건 액션이나 한 편 보자 했는데 아니 이거 왜 지리멸렬한 블랙 코미디고 흘러가는 거지. 등장인물 모두가 총을 들고 있다. 그들 모두가 신경질을 참은 채로 팽팽하게 날 서 있는데 누구 하나가 선빵을 내지르면 팽팽한 풍선이 터지듯 다들 빠바방, 스타팅 피스톨에 반응해 발사되는 단거리 선수들처럼 약간의 잡음 하나만으로 모두가 급발진해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는 그런 영화다. 간지나는 모잠비크 드릴, 호쾌한 헤드샷 등등 [존 윅]이나 마이클 만 영화 같은 데에서 나올 법한 프로페셔널한 총질의 쾌감 같은 것, 오우삼 영화처럼 총에

언컷 젬스 Uncut Gems (2019)

By 멧가비 | 2022년 11월 11일 | 
물건을 사고 파는 사람이라면 무릇 물건의 가치를 알아 볼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하는데, 특히나 귀중품을 거래하는 상인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랴. 진짜 좋은 것의 가치를 외면하고 외부 어딘가에 더 큰 한 방이 있을 거라 헛된 꿈만을 꾸는 어리석은 남자의 위태로운 삶을 적나라하게 구경시켜주는 영화라 하겠다. 유대인 귀금속상 하워드는 자신에게 호감이 있거나 충성도 높은, 적어도 중립적으로 성실하기라도 한 사람에게는 무신경하게 대하면서 인생에 도움 안 되는 시정잡배들에게만 아첨하기 바쁘다. 실용적인 측면을 따지자면 전혀 쓸모가 없는데 그저 과시하기 위해, 그냥 기분 좋으려고 천문학적인 돈을 갖다 바쳐 어는 게 귀금속 아니겠는가. 그 귀금속 상인에게 불현듯 찾아온, 다듬어지지도 감정되지도 않았지만 왠지 모를

드라이브 Drive (2011)

By 멧가비 | 2022년 11월 11일 | 
무신경하게 쓰곤 하는 "도시의 카우보이"라는 진부한 수사가 의외로 굉장히 철썩같이 영화를 표현할 때가 있는데 그게 바로 이 영화. 아닌 게 아니라, 떠돌이 마초가 한 가족을 구원하면서 겸사겸사 아이 엄마와 썸도 좀 타는 이야기, 즉 [셰인]이 플롯인데, 단지 그 배경이 매트페인팅으로 근사하게 구현된 미 서부 평야에서 LA 로케로 대체되었을 뿐이다. 주인공 "드라이버"는 흔히 떠올리는 방랑 카우보이의 어떠한 전형, 그러나 실은 자주 보진 못한 캐릭터, 욕망없이 계획없이 그저 가담할 수 있는 범죄라면 기꺼이 가담하고 일은 일로써 깨끗하게 선을 긋는 남자. 친절하고 너그럽지만 도발해 오는 폭력에는 주저하지 않고 더 큰 폭력으로 잔혹하게 대응하는 순도 높은 마초. 카우보이의 순정을 짓밟으면 그 땐 깡패가

타운 The Town (2010)

By 멧가비 | 2022년 11월 10일 | 
굳이 어떤 영화인가를 설명하자면 조금 미묘한데, 범죄가 대물림되는 도시의 비관적인 상황을 건조하게 르포하는 듯 시작하지만 결국은 범죄자의 애끓는 순정 이야기로 넘어가더라. 양쪽 모두 조금씩은 함량 미달이지만 양쪽 다 나름대로 진지하게 접근하려는 진정성은 보인다. 미숙했지만 벤 에플렉에게 장르적 감각은 있다는 증거. 어찌보면 많이 보던 강도단 이야기에 새로울 것 없는 이뤄질 수 없는 러브 스토리지만, 시나리오가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 정도로 캐릭터 묘사는 꽤 좋다. 주인공 더그, 무장 강도인데다가 인질 까지 잡았는데 그 인질에게 "다치지 않게 하겠다"며 상냥한 말로 안심시킨다. 이후 묘사를 봐도 은근히 금욕적이고 섬세한 부분이 있다. 이런 남자가 범죄의 세계에서 폭력을 마시고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