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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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서 생긴 일
공영 수영장을 찾아 몬주익으로 향한다. 올림픽 경기가 치러졌을 그곳. 입구를 찾아 헤매다 수영장이랑 연결된 레스토랑에 들어가 묻는다. 수영장 입구는 어디있나요? 아직 개장을 안 했다는 답이 돌아온다. 아, 하는 짧은 탄식과 함께 근처를 서성거려본다. 야트막한 잔디밭에 벌러덩 드러눕는다. 그러다 이내 잠이 들고만다. 한 사십여분 잤을까. 그늘 아래 서늘한 바람에 잠이 깼다. 달의 말에 따르면 나는 조용히 코까지 골았다 한다. 거짓말 하지 마, 라고 해도 진짜란다. 그만큼 달게 잤다. 이상한 일이다. 여행중의 나는 아무데서나 아무렇게 잠이 들곤 했다. 혼자 다닐 때도, 가방을 배 위에 올려놓고 두 손을 얌전히 모은 채로 낮잠을 잤다. 프라도 미술관의 정원, 뤽상부르 공원, 말라가의 바닷가, 베니스 리도섬. 거기

강아지 없는 나는 샹그리아와 함께
엘리가 키우는 강아지인 오또는 이제 칠 개월된 닥스훈트다. 이번 여름이 첫여름이라 더위에 어찌해야 할지를 모른다고 엘리가 말해줬다. 한낮이면 이렇게 자리를 옮겨가며 낮잠잘 곳을 찾는다. 식탁에 앉은 내 발등을 베고 눕기도 한다. 강아지 나이 칠 개월이면 사람으로 몇 살일까, 오또는 아직 어린이 같다. 엘리가 잠시 집을 비우면 짖는 것과 다른 목소리로 낑낑대며 운다. 달은 나보다 훨씬 능숙하게 오또를 돌본다. 낑낑대던 오또를 안아주고 등과 목을 쓸어준다. 그러면 고개를 척하고 떨구곤 조용해진다. 아침이나 밤이나, 자기 눈에 새롭게 만난 사람에겐 꼬리를 치며 달려간다. 발부터 손까지 핥고 냄새를 맡는다. 아마도 그게 인사인가보다. 방문을 열어놓으면, 아니 느슨하게 닿아놓아도 코로 밀고 들어온다. 그러곤 우리방

바르셀로나의 주말
첫 날은 새벽녘 잠이 깨더니 차차 이 도시의 시간에 적응해 간다. 이젠 어엿하게 시에스타까지 누리게 된다. 아침 나절 어슬렁거리다 점심 무렵 돌아와 잠시 쉰다. 달이 자러 간 사이, 맥주를 마시며 노트북을 연다. 정방형 블록들이 늘어선 이 곳엔 너른 중정이 있다. 그 네모난 하늘엔 제비들이 난다. 가끔 갈매기도 본다. 바다가 멀지 않으니 예까지 놀러오나보다.때이른 바다도 누려본다. 태닝 오일을 바르고 엎드려 잠을 청한다. 샹그리아와 맥주 덕에 알딸딸하니 좋다. 혈중 알콜농도를 일정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지침이라도 있는 것처럼 우리는 계속 마시고 마신다. 그 덕에 하루 이만 보 넘게 걸어도 피곤한 줄 모르나 보다. 대중교통 티켓을 샀는데 거의 쓸 일이 없다. 걷고 또 걷는다.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나 주말의

바르셀로나 동네 산책
이걸 보러 온 거다. 말도 안 되는 색의 하늘과 방금 만든 것처럼 싱싱하게 솟아나는 구름들. 길을 걷다 하늘을 바라보면 그 높이에 놀라게 된다. 어제 결국 저녁 8시에 브뤼셀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 달과 나는 죽은 듯이 기절했다. 눈을 떠보니 바르셀로나 공항. 우리를 기다렸을 안드레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내렸고 곧 택시타고 갈 거라고. 밤의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한다. 차창 왼편으로 바르셀로나의 야경이 펼쳐진다. 점점이 켜진 주황의 불빛들. 하루 종일 고생을 했음에도 내 마음은 쉽게 감동하고 만다. 안드레아와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안드레아는 엘리가 키우는 강아지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해준다. 오또는 엄청 귀엽고 얌전하다고. 엘리와 오또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라 함께

브뤼셀 공항에서
긴 봄이 지나고 여름이 성큼 다가온 것을 느꼈다. 일곱시 반이 넘어도 해가 지지 않더니, 어스름이 내리자 풀벌레가 울었다. 얼마 전 배탈이 났을 때, 포카리스웨트를 줄창 마셨다. 속이 좀 진정되고 나선, 보리차를 끓였다. 그 뒤로 우린 보리차를 마시고 있다. 그 옛날처럼 델몬트 주스병은 없지만, 뭔가 여름이라고 속삭이는 맛이다. 찹찹하고 구수하다. 마당의 풀들은 훌쩍 자랐다. 고양이들 역시 그렇다. 어느 늦은 아침, 밥을 주러 나갔더니 쪼르르 달려온다. 밥그릇 가까이 다가와 몇 번 냄새를 맡더니 먹기는 주저한다. 그릇 가까이 앉은 내가 영 부담스러웠나보다. 냄새만 서너 번 맡더니 조금 떨어진 곳에 가 턱하니 자리를 잡는다. 우리 만나면 눈 깜빡하고 인사도 나누는 사이잖아, 라고 혼자만 말해본다. 이 녀석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