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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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postsBangkok, 여름 나라에서 3
우리의 겨울은 방콕의 건기. 한낮, 거리를 쏘다니면 구슬땀이 또르르 흘렀다. 그럴 때면 공원으로 숨어들었다. 같은 뙤약볕인데도, 공원의 볕은 어딘가 달랐다. 그늘과 그늘 사이를 건너다니며 몰래 앞섶을 펄럭였다. 낯선 생김새의 새들이 구우구우 울고, 스프링쿨러가 열심히 맴을 돈다. 커다란 호수엔 오리배가 둥실둥실. 탈 엄두는 전혀 나지 않았다. 물가엔 크디큰 도마뱀이 느리게 걷는다. 몇몇의 꼬마들이 넋을 잃은 채로 도마뱀을 구경하고 있다. 시선을 돌려, 손 차양 너머로 도시의 스카이 라인을 본다. 그리고 내 눈 앞의 트리 라인, 잘 어우러진 나무들의 움직임을 본다. 열심히 매만진 티가 나는 공원. 작업용 리어카엔 길고 긴 싸리빗자루가 놓여있다. 그리고 그 옆에 놓인 고무장화. 다른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오늘
Babgkok, 여름 나라에서 2
화사한 풍경은 필름과 카메라를 거치며 어딘가 조금 빛이 바랬다. 그리하야 한낮의 창 밖도, 아침의 정경도 어쩐지 해질녘의 모습 같다.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한 것은 아직 아기 소식을 모르던 때. 조금 더 긴 일정으로 방콕 인, 치앙마이 아웃을 계획했었다. 가려던 숙소도 다 예약해 둔 상황에서 우리는 잠시 당황했었다. 가도 될까? 에서 가도 되겠지? 로 마음이 기운 것은, 원래 우리가 그런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많이 아쉽지만 비행기 타는 것을 한번이나마 줄이고자 치앙마이 부분을 덜어내기로 했다. 환불 불가 조건으로 싸게 예약했던 호텔에 메일을 넣었다. 이러이러한 사정이 생겨서 우리가 다음에 가도 될까 라고. 담당 매니저는 아주 흔쾌히 전액 환불을 수락했다. 축하한다고, 나중에 아기와 함께 방문해 달라는
Bangkok, 여름 나라에서
7개월, 부른 배를 안고 다녀온 방콕. 많이 웃고 많이 먹고 많이 걸었다. 아직 입을 수 있네? 하며 지난 여름 입던 수영복을 입고 헤엄도 쳤다. 한낮의 왓포 사원에서 잠시 위기가 왔다. 숨이 턱턱 막히고 걸음이 느려졌다. 배가 무거워졌기 때문에. 서둘러 가까운 레스토랑을 찾았다. 우리는 대기 2순위, 열린 문 앞의 의자에 앉아 겨우 숨을 돌리려니 싹싹하고 날랜 직원이 자그만 그릇을 가져다 준다. 얇은 쇠그릇 안엔 작은 얼음들이 들어있다. 그걸로 열을 좀 식히라는 말. 나는 그릇을 이마에도 얹었다가, 팔에도 부볐다가 하며 열을 내린다. 점심을 먹고선 길가의 기념품 가게에서 지푸라기로 짠 부채를 하나 산다. 얼마에요? 물어보니 자리가 자리인만큼 비싼 가격이란 느낌이 온다. 딱 그거지 뭐, 인사동 앞에서 태극부

혼자서 치는 헤엄
책장에서 고심 끝에 고른 책은 '케빈에 대하여'였다. 힐끔 보던 달은 납량특집이냐 물었지만, 그럴 리가. 마침표 뒤에 붙는 말들을 숨기고, 나는 열어놓은 트렁크를 채우기 시작한다. 오직 하룻밤을 위한, 오직 나를 위한 물건들을 차곡차곡. 속도 제한 시속 백 킬로미터. 두들겨대는 드럼과 징징 울리는 기타 소리를 배경으로 마음껏 밟기 시작한다. 어디까지 올라가나 보자는 심정으로 계기판의 바늘이 백삼십을 넘는 것을 보았다. 참으로 장하다, 모닝. 어쩌면 굶주렸는지 몰라. 도심권 속도 제한 오십은 소격동 앞에선 사십, 삼청로에선 삼십으로 줄어든다. 그 길을 수동 기어로 달리는 나.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보면, 클러치를 밟는 왼쪽 종아리가 뻐근해 왔다. 설상가상으로 전기 문제가 좀 있었다. 지난 겨울, 아니 지지난
북촌 산책
이게 어인 일인지. 언제쯤 오려나 매일 같이 예보를 들여다봐도 장마는 오지 않았다. 몇 번의 짧은 비만 뿌렸을 뿐. 어느 날엔 푸른 하늘 위로 뭉실뭉실한 구름들이 뜨고, 또 어느 날엔 양떼구름이 옅게 펼쳐진다. 우리는 우리의 여름 여행과 그곳에서 본 구름들을 떠올린다. 오늘은 완전 파리 구름인데? 오늘은 로마 구름이야. 또 어떤 날엔 영원한 우리의 사랑, 바르셀로나 구름을 보기도 한다. 구름을 헤아리다 보면 시간이 잘도 흐른다. 해가 질 무렵이면 산 너머에서 바람이 분다. 습도 30퍼센트 내외의 날씨. 산책하기 딱 좋은 날들이다. 저녁 일곱 시 반, 우리는 감고당길 끝에서 만나기로 한다. 달은 해방촌에서, 나는 집에서 나선 길이다. 이상하게 그리 말하고 싶더라니. 아침나절, 오늘은 차를 가져가지 않는 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