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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 혹은 말줄임표

마침표 혹은 말줄임표

한량|2017년 8월 6일

흔한 동네 바닷가에서 저녁 내내 헤엄치고 놀았다. 우리는 풍덩풍덩 함부로 뛰어들었다. 빌린 물안경을 끼고 바닷속을 보면 물고기들이 이리저리 내 손을 피해 흘러다녔다. 좁다란 보드에 의지해 선착순 몇 명을 외치며 그리 놀았다. 옆집과 우리는 같은 번지를 쓴다. 둘을 구분하는 것은 집의 대문 색깔. 그리하야 발레타의 파도 위에서 우리는 소리 높여 외친다. 노란대문 모여라, 빨간대문 모여라 하며. 소금기 어린 코를 킁하고 풀면서. 다다음날, 그 바다에 이어 또다른 바다에 가기로 한다. 우리는 어른들을 위한 술과, 아이들을 위한 과자를 사들고 약속 장소에 당도한다. 그렇게 요트에 오른다. 나는 기우뚱거리는 뱃전에 앉아 바람을 쐬다, 잠시 갑판 아래로 내려갔다. 침대에 누워 잠시 뒹굴대려는데, 영 머리가 어지럽다.

Bologna, Malta

Bologna, Malta

한량|2017년 8월 2일

오직 파스타를 먹겠다는 일념으로 이탈리아 마지막 도시를 정했다. 그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볼로냐. 원초적인 욕망이 이끈 도시. 그러나 도착한 날이 일요일이라 대부분의 곳들이 문을 닫았다. 막상 저녁을 먹은 곳은 한 일식집. 달은 초밥 세트와 볶음 우동을 시켰다. 나는 라멘을 시키고. 서버가 다가와 무슨 라멘을 먹을 거냐 묻는다. 그제서야 알았다. 나는 라멘 아닌 신라면을 골랐다. 그렇게 새우와 호박, 숙주와 버섯이 든 신라면을 먹었다. 볼로냐에서의 첫 식사였다. 달은 이게 왠 횡재냐며 듀카티와 페라리 박물관 탐방에 나서고, 나는 열심히 뒹굴거리다 볼로냐 시내로 나간다. 내륙 지방이라 그런지 볕이 강렬하다. 한낮의 온도는 40도. 이탈리아로 넘어오니 볕과 그늘의 경계가 뚜렷하다. 우리는 그늘을 골라 걷기로

Nice, Firenze

Nice, Firenze

한량|2017년 7월 30일

토리노를 떠나 니스로 향했다. 느지막한 오후에 도착해 짐을 풀고 저녁을 먹었다.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제법 긴 코스를 먹었는데, 둘다 그 맛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번 여행 중 가장 크게 싸웠기 때문이다. 그러느라 아주 느릿느릿하게 먹었다. 아, 지역 와인의 맛은 아주 좋았다. 쇼비뇽 블랑. 포도가 싱그럽게 입 안을 구르는 맛. 그렇지만 서로 유치한 부분까지 다 끌어내가며 제대로 싸우느라 와인의 이름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그렇게 냉랭한 분위기로 바다까지 걸었다. 아직 둘의 마음은 채 풀리지 않았는데, 자꾸 서로의 팔짱을 끼고 어깨를 보듬게 된다. 니스 중심가의 분위기는 우리가 상상했던 그런 니스가 아니었다. 해운대나 광안리의 밤이랄까. 방종을 부추기는 밤. 무장 경찰(경찰 모자 너무 귀여워서 놀랐다)과 무

Turin

Turin

한량|2017년 7월 28일

샤를드골 공항 매점에서 우표를 샀다. 의자에 앉아 트렁크에 발을 걸쳐놓고 엽서를 썼다. 원서동으로 가는 엽서. 프랑스에서 부치는 게 더 안전히 가지 않을까 싶은데, 바캉스 기간이니 또 모르는 일이다. 한 시간 조금 넘는 비행. 잠깐 눈을 붙였다 떠보니 창 밖의 풍경이 달라져있다. 산자락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그 아래로는 벽돌색 지붕을 인 도시가 보인다. 무사히 토리노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볼로냐까지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렌트카 사무실에 들러 여권과 국제면허증을 건넸다. 원래 예약했던 차는 피아트인데, 지금 그 차가 없단다. 그래서 약간의 추가금을 내고 키를 받은 것은 알파로메오. 달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고물 피아트를 타고 알프스를 넘는 상상은 잠시 접어두고, 묵직한 무게로 달려보기로 한다.호텔

Paris

Paris

한량|2017년 7월 25일

밤 열 시가 조금 넘었다. 하늘은 아직 푸른빛이다. 흐리거나 맑거나, 공기가 공기 그 자체로 느껴진다. 반짝 빛나는 해는 어찌나 해다운지. 날씨 하나로 이 여행의 가치를 찾는다. 흩뿌리는 비를 예감하고 구제옷을 파는 가게에 들어섰다. 빽빽히 걸려있는 옷들을 헤치고, 자켓 하나씩을 건졌다. 하나에 십 유로씩. 만족스러운 쇼핑이었다. 칠월 말에 가죽 자켓을 입고 거리를 활보한다. 그래, 삼 년 전엔 셔츠 위에 스웨터를 입고 머플러까지 두르고 다녔지. 뷰 파인더 안에 여름이 걸려든다. 초록의 도시. 공원에만 들어서면 털썩털썩 함부로 앉고 몸을 누인다. 거위와 오리와 까마귀를 보았다.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유모차 속 아기들을 보았다. 엄마 무릎 위에 얌전히 앉아, 차창 밖을 바라보는 아기도 보았다. 창밖의 풍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