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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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나날 4
머리를 잘랐다. 충동적으로. 길을 가다 우연히 미용실을 보았다. 자를까 말까, 고민하다 다음날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오전 나절 미용실에 들렀다. 프랑스 아주머니 혼자서 하는 조그만 미용실. 손님인 아주머니 한 분이 의자에 앉아계신다. 저, 머리를 자르려구요. 아주머니는 내게 뭐라 뭐라 말을 했는데, 나는 자신있게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저 사진 가져왔어요. 이렇게요. 조금 후 알았다. 아주머니 하는 말씀인즉, 예약을 해야 한다는 것. 아 예... 그럼 언제 예약이 가능하죠? 물어보니 오후 여섯시에 오란다. 나는 내 이름을 적어두고 미용실을 나왔다. 자르지도 않았는데 벌써 떨린다 마음이. 그리고 여섯시가 조금 안 되어 다시 찾은 미용실. 아주머니 한 분이 의자에 앉아 계시고, 다른 아주머니는 드라이를 하

파리 나날 3
나 먼저 여행을 가노라는 말에 두 어머니 다 뭐라고? 안 돼. 라고 하셨다. 다른 장소, 다른 시간에서 둘이 똑같이. 가족오락관도 아닌데. 두 어머니는 서로 참 통하는 것이 많아 종종 길고 긴 수다도 떠는 모양이었다. 위험하지 않아요, 안전해요. 카드와, 멋진 사진 많이 찍어올게요 카드로 난관을 통과했다. 휴.. 그래, 그럼 잘 다녀오고 조심 조심 다니거라. 대답 역시 똑같았다. 걱정이 무색하게 너무나 안전하게 다니고 있다. 커다란 에코백에 지갑, 핸드폰, 생수, 이어폰, 책 등을 넣어서 다니는데, 그 어떤 위협이나 불안한 기운을 감지한 적이 없다. 몇 년을 들어 다 낡아 터진 모서리들을 실로 꿰매놓았는데, 다른 부분이 터진 것을 발견한 것은 함정. 혹시나 몰라 짐을 챙길 때, 실도 들고 왔지 내가.

파리 나날 2
지금은 오후 네 시경. 해가 지려면 아직 다섯 시간 넘게 남았다. 틈틈이 날씨 어플을 보고 있으면, 그래도 매일 일몰 시간이 빨라지고 있다. 그래봤자 아홉 시가 훌쩍 넘지만. 여기서 나는 굉장히 단순하게 살고 있다. 졸리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걷고 싶으면 걷는다. 다른 도시로 이동 없이 여기에만 쭉 눌러있다 보니, 조바심 나는 것이 하나 없다. 열 시나 열한 시쯤 되면 잠이 든다. 늦잠을 좀 자고 싶은데, 일곱 시쯤이면 눈이 떠진다. 그래도 많이 늦춰진 거다. 처음엔 여섯 시면 눈이 반짝, 잠이 다시 오지도 않았다. 아직 직장인의 영혼이 눌러 붙어 있나보다. 아침을 먹으면서 여행책을 좀 뒤적거린다. 오늘은 여기에 가 볼까. 구글 지도로 가는 방법을 좀 찾아 본다. 그러나 마음은 쉽게 쉽게 변하기

파리 나날
책의 마무리와 인쇄, 서점에 책배달, 그리고 이사 후 다음날 거제도로 병문안까지. 다시 서울에 와 재입고(!)까지 숨 돌릴 틈 없는 대장정이 이어졌다. 사장님, 저 배달 중이에요. 사장님, 저 지금 거제도에요. 이런 메시지를 보낼 때 마다 사장님은 키읔을 많이도 찍어댔다. 내일 이사 아니에요? 어제 배달 중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이렇게 자상히도 물어오시면서. 그리고 여행 전날 밤이 되어서야 캐리어를 펼쳐놓고 짐들을 챙겨 넣는다. 어째, 여행 준비가 늘 이렇다. 그러니 급히 짐 싸는 데는 도가 텄다. 늦은 밤, 몸은 피곤한데 잠은 오지 않는다. 독서등 하나 켜두고, 록셔리 4호를 정독한다. 도핑 테스트 운운하던 말이 틀리지 않았다. 다 읽고 나니 어쩐지 비장하고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선잠을 자고

<지금 아니 여기 그곳, 쿠바>
정확히 일 년이 지났다. 작년 오늘, 우리는 깊은 밤 아바나 공항에 내렸다. 그리고 시작된 여행. 여행을 한 마디로 압축하기 어려워 소감을 물어오는 이들 앞에서 나는 고심했다. 그리고 말했다. 애증의 여행이었어요. 면면이 사랑스러운 여행이었고, 그만큼 고생스럽기도 했다. 어느 여행인들 그러지 않을까. 다만 후유증이 길었다. 서서히 바닥을 친 체력을 회복하는 데는 꼬박 일 년이 걸렸다. 그리고 책이 나오기 까지도.필름을 현상해 들여다보면 그때의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그것들을 조금씩 살려 글을 썼다. 질감과 무게를 지닌 책으로 만들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의 대부분은 망설임이었다. 나는 툴을 제대로 만질 줄도 모르고, 서체나 배열 등의 디자인에도 영 자신이 없었으니. 결심은 앞서고 자신은 없기

![[CV] [Comi] 'ファイブスター物語'(더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 19권. 연재분에서 벌어지는 '검성 대 검성'](https://img.zoomtrend.com/2026/06/06/1780766083-ECB2ABEB93B1EC9EA5EB8DB0ECBD94EC8AA4.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