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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여행

짧은 여행

한량|2014년 3월 31일

잠시 들러 점심 먹고 가자, 하여 내렸더니 고속도로가 아니라 웜홀을 건너온 것 같았다. 이른 여름. 만연한 햇살. 여긴 오월쯤 되나봐. 하며 쭐래쭐래 골목길로 접어들었다.들어서 앉을 자리를 찾는데 사장님이 달의 이름을 부른다. 우리가 되려 놀란다. 이어지는 환영의 인사.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가서 한가득 점심을 얻어먹게 되었다. 해가 적당히 비쳐드는 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눈다. 얼음 띄운 커피를 홀짝이면서. 메뉴판을 들추던 달이 맥주 마실래? 하고 권했지만 점잖게 사양하였다. 날이 뜨뜻해 낮술을 장담 못하겠더라. 다시금 실감했다. 벌써 여름이 온 것인가.풍성한 접시를 앞에 두고 우리는 열심히 포크질을 한다. 나는 커다란 샐러드를 그러모으면서, 마당을 먹는 기분이야. 라고 말해 모두를 웃겼다. 사장님께 다시

어쩌다 보니 여행 5

어쩌다 보니 여행 5

한량|2014년 3월 21일

낄낄거리며 방으로 돌아온 우리. 씻고 잠옷바람으로 언니들 방을 노크한다. 침대와 쇼파에 엉겨놀다, 커다란 바스타월을 깔고 바닥에 앉는다. 순식간에 엠티 놀러온 모양새가 난다. Y언니가 면세 쇼핑한 것들을 꺼내놓는다. 자, 이거 발라봐. 그 김에 구부려 앉아 발가락에 페디를 바른다. 그러고보면 언니네 집에 놀러갔을 때나, 제주도에서도 밤이면 손톱을 바르고 놀았었다. 그땐 언니가 손수 큐티클 정리도 해주었는데. 처음이야 살살해 줘, 란 내 말에 피를 보게 해주겠어, 라며 니퍼를 들이밀었는데. 우리가 모인 밤이면 또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어여 꺼내봐, 란 말에 B언니가 판을 벌렸다.그리고 우리는 차례로 얌전히 앉아 인생을 점쳤다. 동자신이 기분 좋아야 좋은 말씀 해주신다며 분위기를 띄우고, 언니의 말 한 마디

어쩌다 보니 여행 4

어쩌다 보니 여행 4

한량|2014년 3월 13일

택시를 타고, 네 명이니 택시 타고 이동하기에 참 알맞구나 또 감탄해가며 목적지를 정한다. Y언니는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기사 아저씨에게 꽝시푸드로 데려가 달라고 한다. 도심의 도로는 막힌다. 몇 번 길을 돌아가더니 기사 말하길, 다른 괜찮은 씨푸드 레스토랑이 있는데 거기로 갈래? 한다. 어디? 물으니 쏨분씨푸드란다. 허술한 사전 회의 때 거론되었던 이름이다. 사실 알아본 게 두 개였지만. 멀지 않니? 언니가 묻고 가깝다길래 우리 모두는 오케이한다. 나는 오케이 정도만 한다. 나는 기쁠 때 감탄사를 말하며 말 같은 영어는 당황할 때만 한다. 뭔가 다급해지면 허술한 단어들이 줄줄 튀어나오고, 그 어조와 눈빛으로 상대의 귀를 잡아붙든다. 그리고 단어를 나열하다보면 대강의 결론이 나온다. 외교부, 그리고 정부기관

쿠바여행 열번째, 플라자 호텔의 가난한 이

한량|2014년 2월 5일

비냘레스 산중의 호텔, 우리는 느긋한 여행객이 되었었다. 풀 안에서 팔 다리를 너울거리고, 모고테를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는 사람. 다시 아바나로 돌아갈 버스표를 예약하면서, 달은 호텔의 쿠바나칸 아주머니와 친해졌다. 둥실둥실 환한 웃음을 짓는 아줌마와는 제법 친해질 만 했는데, 그 이유는 조금 특별했다. 의례 묻고들 하는 질문, 어디서 왔니? 에 한국에서요. 라고 답했을 뿐인데, 아줌마는 어마어마하게 놀라워하며 탄성을 지른다. 그리고 아줌마가 하는 말. 구즌표! 구즌표! 아아, 내가 쿠바에서 구준표를 들을 줄이야. 들어보니, 아줌마 딸내미가 꽃보다 남자의 열렬한 팬이란다. 그래서 아줌마도 보게 되었는데, 구준표가 너무 멋지더란다. 그런데 구준표의 나라에서 온 아이들을 보니 너무 신기하고 반갑더라며. 내가 마

아바나를 달리다

한량|2013년 12월 4일

Habana in 2013 SUM from euna on Vimeo.Habana, Cuba 까삐똘리오를 지나 부릉부릉 잘도 달리는 코코 택시. 기억도 안 나는 말들을 중얼중얼 거리며 바람을 맞는다. 아무렇지 않게 슥슥 도로를 건너는 사람들, 마차, 자전거 택시. 그리고 검은 연기 뭉실뭉실 피우던 올드카들. 안전 벨트는커녕 문도 없는 코코 택시에 앉아 덜컹이는 도로를 엉덩이로 읽으며 달리는 길. 나는 신이 나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