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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나날 9

파리 나날 9

한량|2014년 9월 3일

몽마르뜨에 가기 위해서 지하철을 여러번 갈아탔다. 도심에서 외곽으로 빠지는지 지상철이 되었다. 내려서 푸니쿨라를 타고 오를 수도 있고, 그냥 걸어서 오를 수도 있다는 말에 우선 역 밖으로 나왔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길을 따라 걸었다. 사크레쾨르 성당이 저만치서 보이는데, 푸니쿨라 정류장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스쳐지났나 보다 하고 있는데 성당 앞 계단 어귀에 정류장이 있다. 하, 저리 짧은 거리면 그냥 계단 오르지 뭐. 하고 우리는 계단을 오른다. 하늘이 맑고 햇살이 좋다. 경사진 언덕의 잔디 색이 곱다. 잠시 계단 구석에 걸터 앉아 파리의 전경을 본다. 마침 걸려온 전화를 받는 달. 달은 전화를 받아 막 웃더니, 죄송합니다 형님. 제가 지금 파리에 있어서요. 서울 가면 꼭 가죠! 한다. 왜? 뭐라고 했

파리 나날 8

파리 나날 8

한량|2014년 8월 22일

비가 쏟아진다. 복층에 누워 뒹굴대다 깜짝 놀라 일어났다. 천장을 울리는 빗소리가 그득하다. 창을 내다봤더니, 옆 건물 뾰족한 삼각지붕에 비둘기가 한 마리 앉아있다. 그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꿈쩍 앉고 있다. 저러다 비를 피해 여기로 날아오지 않을까 싶어, 나는 창을 슬그머니 닫았다.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비둘기는 여전히 비를 맞고 있다. 아주 꼿꼿한 자세로.비가 오니 더 느슨해진다. 그리 오래 내릴 것 같지는 않으니, 내친 김에 더 누워있자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영화를 본다. 춤을 추는 사람이 나오는 흑백 영화. 몇 개월이지만 발레를 배우는 시간들이 참 행복했다. 어딘가 들어본 듯한 음악들이 그러하고, 그 박자들에 따라 몸을 움직이는 내가 그랬다. 불가능해 보이던 포즈가 잠깐이나마 되

파리 나날 7

파리 나날 7

한량|2014년 8월 21일

혼자 지냈던 시간들. 별다른 계획도 없고, 짜여진 일정도 없다. 내키는 시간에 일어나 밥을 먹고, 그리고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소파에 누워 조금 놀다가 느지막히 씻고 짐을 챙긴다. 지갑과 열쇠, 카메라와 핸드폰,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책. 혼자 다니는 마실에선 책이 꼭 필요했다. 함께 이야기 할 사람이 없으니, 글자를 눈으로 훑는다. 두 권의 책을 가져가 반복해서 읽었다. 공원에서도, 까페에서도, 그리고 혼자 밥을 먹는 식당에서도.책을 읽다, 술도 한 모금 마시고, 지나는 이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그렇게 산책하다 돌아오는 길, 재미있는 풍경을 보았다. 인도풍의 의상을 입은 선생님을 따라 밸리댄스를 추는 강변의 사람들. 서울이나 파리나 비슷하구나 싶어 웃었다.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은 다양한 연령대였고

파리 나날 6

파리 나날 6

한량|2014년 8월 20일

달이 오고부터 날은 흐렸다 맑았다를 반복했다. 가방 안에는 언제나 우산을 넣어다녔다. 가랑비가 흩뿌리다, 구름이 걷히면 이내 사방이 밝아졌다. 우리는 겹겹이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머플러를 풀었다, 스웨터를 벗었다, 다시 입었다 하며 거리를 걸었다. 아침 나절을 걷고서, 점심을 먹으러 팔레 드 도쿄로 향했다. 허기가 진 우리는 내리는 소낙비에 종종걸음을 했다. 그리고 도착. 그런데, 그날이 휴관일이란다. 망연자실해져 커다란 건물을 돌아나오는데, 우리가 가려던 도쿄 잇은 영업을 하고 있다. 다만 폭우 덕에 파라솔 사이로도 비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테이블 위 잔에도 퐁당퐁당 빗물이 튄다. 어찌할까, 어찌할까 하다 '불기가 닿은 따뜻한 음식'을 외치는 나 때문에 건물의 주랑 밑에 자리 잡는다. 그리고 앙트레부

파리 나날 5

파리 나날 5

한량|2014년 8월 12일

새로 옮긴 집은, 젊은 프랑스 아이 둘이 사는 집이었다. 내가 처음 들어섰을 때, 현관에는 커다란 여행 짐가방들이 가득해서 나는 전에 머물고 이제 체크아웃하려는 애인줄 알았다. 알고보니, 걔네는 나에게 키를 넘겨주고 자기들도 휴가를 떠난다고 했다. 오, 그래 그래. 갖가지 예술 서적들이 많고, 영화와 관련된 소품들도 많다. 방마다 그에 어울리는 그림들이 붙어 있다. 구석구석 수납장도 많다. 거실에 있는 큰 창으로는 건너편의 공원이 보인다. 지금도 이 흔들의자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집은 길쭉한 모양으로 욕실과 침실은 뒷면에 있다. 침실에 난 창은 주택가와 마주하고 있어 조용하다. 침실 바닥에는 인조털로 된 러그가 있는데, 그걸 보고 달이 말했다. 얘네 동물을 사랑하지 않나봐. 하, 그런 말에도 웃어준다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