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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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산책
주말에 동네 밖을 벗어나지 않았다. 동네 밖도 아니다. 집 주변 반경 오백미터 안에서 뱅뱅 돌기만 했다. 더위를 피해 일층, 이층, 삼층을 오르내리며 잤다. 아무래도 삼층은 덥다. 달은 부시럭거리며 무슨 주머니를 하나 꺼내오더니 갑자기 거실에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나는 옆에서 딴짓하고 있다가, 중간 폴대를 한번 잡아주기만 했다. 그리하야 텐트 완성. 마당에 빨래 널러 나갔는데, 위에서 달이 나를 불렀다. 옆에 봐봐! 옆을 보니 엄마 고양이가 있다. 제법 가까운 거리인데, 이제 피하지도 않는다. 너도 더워 그렇겠지. 감나무 그늘 아래 웅크리고 있다. 빨래를 척척 너느라, 근처까지 오가는 데도 움직임이 없다. 별 수가 있나. 조공을 바칠 수밖에.만화 캐릭터처럼 나왔다. 맛있게 먹거라, 하고 집에 들어온
그거 논 아냐? 논
광주에서부터였다. 주말의 한나절을 뚝 잘라내어, 아무런 약속과 의무 없이 혼곤히 지내는 것. 얇은 이불을 휘감고 누워 잠인가 잠 아닌가 사이를 헤매다 쿨쿨 잠드는 것. 나는 그런 종류의 휴식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래서 서울로 돌아와 몇 주 동안, 토요일을 그렇게 보냈다. 비가 내리면 내리는대로, 화창한 해가 들면 암막 커튼을 훅 쳐두고서 이불 속에서 마음껏 노니는 그런 휴일. 그렇게 실컷 자고나도, 밤이면 또다시 잠이 밀려왔다. 낮잠과 다르게, 불 끄면 방 안에 가득 차는 어둠이 좋아서 침대에 누워 계속 헤헤거렸다. 다리를 쭉 뻗고 활개를 치면서, 이런 게 행복이다 계속 생각했다. 소소에서도 많은 분들이 물어본 질문 중 하나가, 다음 여행은 어디인가요 였다. 뉴욕책의 말미에도 썼듯이, 이제 살림을 알차게

소소와 여행
상반기 마지막 소소예술시장. 날은 몹시 더웠고, 그 덕에 콧잔등에 송글송글 땀 맺힌 얼굴로 응대했던 하루. 소소에 갖는 애정은 각별하다. 나는 여기서 많고 많은 사람을 만났다. 다른 마켓에서 뵙기 어려운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은 신기하다. 부모님 나이 혹은 그 위의 어르신들이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물어온다. 그것은 여행, 책 제작, 사진, 그리고 다음 책에 관한 이야기까지. 주제는 다양하다. 길 위의 좌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다른 도시들의 길 위를 누빈다. 특히나 본인들의 여행담을 회고할 때면 얼굴엔 으레 웃음이 걸려있다. '그래도..' 를 말하며 주저하는 어머니께,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이건 '그래도 내가 ㅇㅇ해야 안 되겠나..'를 버리기 위해 가는 여행이니, 무조건 쪼대로 하셔야 해요.' 어

거꾸로 흐르는 여행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 밤까지 여행을 다녀왔다. 새벽녘 도착해 그대로 쓰러져 자고, 토요일 아침 알람에 맞춰 일어났다. 토요일과 알람은 어울리지 않지만, 눈꼽만 뗀 얼굴에 잠옷 바람으로 커피 사냥을 나서니 여행 무드가 물씬 풍겼다. 집 아닌 곳들에서, 나는 일어나자말자 그렇게 돈 얼마를 움켜쥐고 커피를 찾아다녔었다. 제일 편한 쪼리를 달달 끌고서. 결혼식 참석을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화장까지 다 지우고 침대에 누웠는데 정말이지 천국 같았다. 얇고 사각거리는 이불을 둘둘 말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나는 행복하다 행복하다 몇 번을 중얼거렸다. 나의 뾰족하고 까칠한 것들이 곱게 닳은 느낌. 이상하게 마음이 너무 좋고 편안해. 뭐 하는 것 없이 그냥 다 좋아. 말하다가 잠이 들었다

뜬금없이 여행
바다 건너 멀리 떠나는 친구와 추억을 남기기 위한 작별 여행이 목적이었는데, 어느새 그 목적은 흐려졌다. 서울내기들의 문화 탐방이랄까. 어쩌다보니 나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남포동에서, 가이드 노릇을 하고 있었다. 주린 배로 들어선 밀면 집에서 한 그릇씩 해치우고 나오는데, 설빙 본점 간판 앞에서 친구들이 호들갑을 떤다. 본점이래 본점! 그래서 나는 걷다가 만난 프랜차이즈 가게 앞에서,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뻥을 쳤다. 여기도 본점이잖아. 그러면 애들은 또 놀라서 진짜? 진짜? 하면 응, 아니. 하고 돌아서는 나. 가이드는 가이드답게, 쌀쌀한 날씨에 추워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당차게 옷가게로 들어섰다. 전품목 만 원인 옷가게에서, 다들 주렁주렁 사들고 나오는 길. 드디어 커미션 얼마 떨어지냐는 의혹을 받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