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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6

발리 6

한량|2016년 10월 3일

이 풍경을 보기 위해서 우리는 바다가 전혀 보이지 않는 대로변에서부터 한참을 들어가야했다. 온갖 종류의 나무 문짝을 이어붙여 세운 외벽을 멀리 두고, 도로에 세운 여러 겹의 바리케이드 앞에서 택시가 멈추었다. 명색이 비치 클럽이니, 가드가 있는 것은 당연한데 그들의 어깨엔 총이 걸려있다. 그리고 멈춰선 택시 안을 확인하더니, 예초기 같은 긴 막대를 들고 차량의 하부를 따라 한 바퀴 돈다. 폭발물 탐지기 같은 것일까. 첫번째 관문을 그리 통과하고서, 택시는 계속 나아간다. 매일같이 들고 나는 청와대 앞 검문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이윽고 택시는 멈추고, 우리는 다시 한참을 걸어간다. 이 엄청난 부지는 뭐지? 싶을 때 드디어 클럽에 당도했다. 잠시 기다린 후에, 안으로 안내를 받았다. 바다 앞 수영장, 그리고

발리 4

발리 4

한량|2016년 9월 20일

거리의 풍경들. 주택가를 조금 벗어나면, 이차선 도로 위가 빼곡하다. 처음 바닷가를 가려했던 날은 마침 금요일이었기에, 우리는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한국이라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기 시작할 때부터 도로를 넓혔을텐데. 발리 사람들은 대신 오토바이를 탄다. 오토바이는 막힌 도로 가장자리를 헤치며 나아간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선두 그룹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들이 돌파한 자리를 다른 오토바이들이 줄을 이어 나아간다. 오토바이의 앞 혹은 뒤, 아니면 그 모두에 아이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가기도 한다. 심지어 새근새근 자는 아이도 있다. 번화가 쪽엔 커다란 주유소도 있는 모양이지만, 대부분의 길가에서 연료를 판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런 일이 있었다. 택시를 타고 행선지로 가던 중, 기사가 잠시 주유소에 들려도 되

발리 4

발리 4

한량|2016년 9월 1일

밥 먹으러 나선 길, 재미있는 광경을 봤다. 몇 마리의 오리들이 논으로 나아가다,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다시 되돌아 갔다. 할머니가 나와 훠이훠이 내쫓으니 다시금 방향을 틀었다. 아마도 벌레를 잡아야 할 시간인가 보다. 그래, 해가 훤하니 아직 일할 시간이지. 반면, 놀고 먹고 쉬는 시간은 내게 풍요를 줬다. 나는 쉽게 웃고, 자주 춤을 추었다. 구성진 바이브레이션 창법을 터득해, 온갖 노래를 은혜 입은 성가대원처럼 불러제꼈다. 성내지 아니하고, 노여워 아니하고, 온유한 날들. 아니 이건 흡사 고린도전서가 아닌가. 그 와중에 거창하지 않으나, 실은 몹시 거창한 일도 있었다. 건조하고 상쾌한 바람이 솔솔 부는 날씨지만, 한낮의 햇살은 뜨겁다. 그래서 나갈 채비를 할 때면, 짐도 몸도 가벼울 필요가

발리 3

발리 3

한량|2016년 8월 30일

밤마다 잠을 푹 잤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의무 없는 하루가 기다리고 있다. 아침부터 엄청 달달한 믹스 커피를 타 먹기도 하고, 모닝 맥주를 따기도 했다. 달은 일찌감치 일어나 동네 과일 가게를 다녀오곤 했다. 비닐봉지 안엔 울퉁불퉁한 모양에 낯선 껍질의 과일들. 그 껍질을 벗기겠다며 큰 칼을 휘두르는 모습이 보기 무서워 나는 부엌에서 도망쳤다. 잠시 후 달이 얼기설기 썬 과일들을 종류별로 담아 가져오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공손하고 충직해보였다. 그러나 다가와 접시를 내려놓을 때면 나는 크게 웃었다. 의기양양한 달의 입가엔 한 입 크게 베어먹은 흔적이 역력했다. 입꼬리에 묻은 망고 과육. 너 제일 맛있는 건 먼저 먹고, 이렇게 가져오는거냐. 추궁할 때마다 손사래를 쳤다. 씨에 붙은 거 먹은 거라고. 그게

발리 2

발리 2

한량|2016년 8월 29일

서울에 살면 서울의 속도로 살게 된다. 시간은 분 단위로 끊어져 있다. 무심히 허공에 걸린 시간은 없다. 모두가 바쁘기 때문에, 홀로 느긋하기란 어렵다. 그 안에 존재하면서, 자신의 속도를 파악하기란 도통 어려운 일이다. 일종의 관성. 나는 정말 그게 좋아서 그랬다기보다, 안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그 속도에 맞추며 살았다. 이 도시와 부대껴 가며, 돈을 벌고 돈을 쓰며 살아야 하니까. 그 뒤엔 언제나 불안이나 초조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이게 제대로 사는 건가, 라는 의문과 함께. 여하튼 이 빠른 시대에 우리 모두는 효율적인 인간이 되었다. 생산성 있게 시간을 쪼개 쓰며(정확히 말하면 그러고 있다고 믿으며), 여가 시간도 '헛되이' 쓰지 않고자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들. 그러니 여행을 앞두고도, 혼자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