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와서 거의 한달을 집에 꼼짝하지 않고 있다가, 소멸 직전의 타이항공 마일리지를 핑계로 부산에 다녀왔다. 한국에서 유일한 여행이다. 내려갔더니 초여름의 상징이라고 생각했던 빨간 줄장미가 벌써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서, 봄에 좀더 열심히 다닐걸 하고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성수기 직전 5월의 해수욕장은 적당히 무덥고 적당히 시끌벅적하다. 짧은 일정인데다 인도에서 돌아다니는 것에 지쳐 해운대 주변에만 머무르는 것으로 계획을 짰는데도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걸어다녔다. 청사포에서 바닷가를 따라 난 철길을 걷고, 연화리에서 멸치 잡는 대변항까지 걷고, 아침에 동백섬을 산책했다. 잎이 반질반질하고 향기 짙은 노란 꽃이 피는 남쪽 해안 관목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이런 곳에서 일년 정도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