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CUPATIONAL SLUMMING

바라나시, 마지막 밤

By  | 2012년 6월 16일 | 
바라나시, 마지막 밤
떠나기 이틀 전 밤에는 디야 108개를 띄웠다. 친하게 지내던 보트맨 쉬바에게 미리 부탁을 해두었더니 약속해둔 시간에 디야 108개에, 꽃장식까지 한 보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덕분에 관광객들 사진에 엄청 찍혔다 -_-). 바라나시에서 일출은 가트 쪽에서, 일몰은 강 건너에서 보게 된다. 가트변을 빽빽하게 메운 건물 뒤로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다시 배를 띄웠다. 108개가 되는 초를 띄워 보내려면 생각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배를 강 중간에 고정시키기 위해 추를 내려야 했다. 여러 번 썼지만 해진 뒤 새까만 강물 위로 반짝거리는 디야가 떠내려가는 광경은 밤하늘의 별이 내려온 것처럼 예쁘다. 한번에 수십 개씩 띄워보내니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다. 다 띄우고 돌아가는 길에 쉬바가 강 끝을 가리켰다. 그새

Never Ending Peace And Love

By  | 2012년 7월 7일 | 
Never Ending Peace And Love
카트만두 계곡에는 카트만두, 파탄, 박타푸르 3개의 왕국이 있었다. 카트만두에서 제일 먼 박타푸르도 차로 1시간이면 충분히 가는데 각각 독립된 왕국이었다고 한다. 세 왕국 모두 왕궁 앞에는 높은 사원들이 늘어선 광장이 형성되어 있다. 왕궁이 허름한 박물관으로 변한 지금도 왕궁 앞은 일종의 만남의 장 역할을 하는 광장이다. 사람들은 닳아서 반질반질해진 18세기 사원의 나무 바닥이나 돌계단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책을 읽고 약속을 기다린다. 벽돌과 나무로 이루어진 건축도 그렇고 이런 광장도 인도에서는 본 적이 없어서 인상이 깊게 남았다. 세 광장 중에서는 파탄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네팔에서 가장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박물관이 있는 곳이다. 항상 히말라야 미술은 별 감흥 없이 지나쳤는데 여기 소장된 밀교 조각들

My Favourite Restaurant

By  | 2012년 7월 11일 | 
My Favourite Restaurant
저게 식당 이름이다. 이름 정말 잘 지었다. 실제로 포카라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식당이었고, 레이크사이드 끝에 있어서 빠른 걸음으로도 20분은 걸리는데도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다. 트레킹하러 가던 날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아침을, 때로는 점심까지 여기서 먹었다. 잘 지은 이름에 세뇌당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것 말고도 좋은 점이 굉장히 많았다. 다른 외국인 상대 레스토랑에 비해서 값이 훨씬 싸고 양도 많은데다가 맛도 있는 편이었고, 파라솔 아래에서 보는 페와 호수의 전망이 좋았다. 걸핏하면 정전이 되는 네팔의 사정 때문에 항상 가능한 건 아니었지만 무료 와이파이도 쓸 수 있었다. 게다가 와이파이 패스워드는 "nice place"였다(이것도 정말 잘 지었다). 이곳에 관해 계속 생각나는 기억이 하나

ABC Trek

By  | 2012년 6월 21일 | 
ABC Trek
네팔에서는 7일동안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했다. 네팔은 인도 체류기간 연장 때문에 겸사겸사 갔는데, 이왕 갔으니 남들 다 하는 트레킹도 해보자 하고 아무런 준비 없이, 아마도 고3 이후 최악의 저질체력 상태로 올라갔다 왔다. 7일이면 일정을 상당히 빡빡하게 잡은 편인데, 스무살짜리 청소년 태권도 선수 출신 -_- 이 내 트레킹 파트너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여행가본 곳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고 내가 2012년에 한 짓 중 제일 잘했다고 생각한다. 트레킹을 시작하기도 전에 포카라에서 ABC 트레킹 루트가 찍힌 싸구려 티셔츠를 기념으로 샀다. 몇번 빨았더니 글씨가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희미해졌는데 내 기억도 마찬가지다. 처음 들어보는 지명과 해발고도를 줄줄 읊고 다녔는데 이제는 내가 저기

히말라야의 댓가

By  | 2012년 6월 15일 | 
히말라야의 댓가
오늘 드디어 죽었던(?) 엄지발톱이 빠졌다. ㅠㅠ 왜 하필 여름에! 왜! 그래도 이거 안 보고 발톱 다 붙어 있는 것보다는 이거 보고 발톱 빠지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