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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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치 리뷰 시리즈 - 정고전가 整蠱專家 (1991)

멧가비|2021년 1월 5일

단독 연출을 맡게 되면서 자신의 롤을 조연들에게 어느 정도 나눠주기 시작한 [소림 축구] 이후도 아니고, 한참 주성치 원맨쇼가 작두를 탔던 90년대의 작품인데도 드물게 주인공 포지션이 아니다. 여기에서의 주성치는 관찰자 혹은 안타고니스트에서 조력자로 전역하는 포지션. 실질적인 주인공 롤은 유덕화가 연기한다. 유덕화 쯤 되니까 주성치가 한 발 물러날만도 했겠다 수긍이 가기도 하고, 유덕화가 맡은 캐릭터 자체가 주성치와는 애초에 결이 다르기도 하다. 제목의 '정고(整蠱)'는 저주라는 뜻도 가지고 있지만 보다 보편적으로는 골탕먹이기, 속이기 정도의 뜻으로 통한다. 즉 제목부터가 전문 사기꾼. 애초에 순수한 주인공 유덕화를 속여먹는, 주성치만을 위한 역할이 따로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의 주

천녀유혼 倩女幽魂 (1987)

멧가비|2021년 1월 2일

미인 유령이라니, 제목부터 앗쌀하다. 사실 이 영화는 시대의 트렌드 같은 걸 씹어버리는 왕조현의 올타임 미모와 섭소천이라는 가련하면서도 발칙한 캐릭터성에 올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펙터클한 액션과 오소독스한 코미디, 좋은 음악 등 홍콩 영화 전성기의 좋은 견본이랄 수 있겠다. 평범남과 비범녀의 로맨스의 선구자 쯤 될테니, [오! 나의 여신님] 같은 서브컬처 창작물들은 이 영화에 장르적으로 빚지고 있는 셈이다. 죽어서도 자유롭지 못한 가련한 여인, 부패한 조정의 업이지만 필사적으로 임하는 순진한 하급 공무원. 두 사람의 사랑이 싹트는 무대는 아이러니하게도 칼 든 무법자들과 탐관오리들 그리고 사악한 악귀가 한 데 뒤엉켜 각기 낮과 밤을 지배하는 마계와도 같은 세계관이다. 그에서 오는 대비효과는

청사 青蛇 (1993)

멧가비|2021년 1월 2일

흔히 [천녀유혼]의 아류, 혹은 요녀 전문 왕조현이 이미지 소모한 아류작 끝물 중 하나 정도로만 알려져 있는데, 알고보면 이 영화 기묘하다. 플롯이 애초에 천녀유혼에 대한 안티테제로 꾸려져 있는데 거길 왕조현이 직접 출연한 거니까 말이다. [천녀유혼]에서는 요녀 섭소천, 선비 영채신, 도사 연적하 3인방의 굳건한 의지와 믿음으로서 팀웍이 완성된다. 이 영화에서는 어떠한가. 선비는 우유부단하고 요녀는 발정을 참지 못 하며 (도사를 대체하는) 도력 높은 고승은 파쇼적이고 자비 없는 사냥꾼에 불과하다. 게다가 저 셋엔 왕조현이 들어가 있지도 않다. 발정난 요녀 포지션에서는 장만옥의 불꽃 같은 연기가 투혼을 발휘하고 있으며 왕조현은 그저 저 셋을 관조하는 관찰자에 가깝다. 때문에 결국 공(空)으로 귀결된다

황후화 滿城盡帶黃金甲 (2006)

멧가비|2020년 12월 31일

장기 두다가 결국 현피 뜨는 영화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권력자들도 결국 치정과 자존심 등 일차원적인 감정 싸움을 벌이는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기 위해 너무 많은 국화꽃이 꺾이고 너무 많은 피가 흐른다. 권력과 욕망 앞에서는 혈연이고 뭐고 없다는 식의 주제도 너무 적나라하고, 그걸 묘사하는 방식도 비정해서 아무튼 그냥 영화가 막 진흙탕이야. 거의 모든 화면을 황금색으로 도배할 만큼 미장센이 화려한데 정작 이야기는 진흙탕 똥통인 점이 대비되는 데에서 오는 맛은 또 있다. 한낱 인간이 인간의 위에 서는 사회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의미없이 희생되는 만 단위의 목숨들. 몰락 직전의 후당(後唐)을 간접적 배경으로 삼은 이 영화에서 그것은 전쟁 조차도 아니며 그렇게 쓰러진 많은 목숨들이 납득할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