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천녀유혼]의 아류, 혹은 요녀 전문 왕조현이 이미지 소모한 아류작 끝물 중 하나 정도로만 알려져 있는데, 알고보면 이 영화 기묘하다. 플롯이 애초에 천녀유혼에 대한 안티테제로 꾸려져 있는데 거길 왕조현이 직접 출연한 거니까 말이다. [천녀유혼]에서는 요녀 섭소천, 선비 영채신, 도사 연적하 3인방의 굳건한 의지와 믿음으로서 팀웍이 완성된다. 이 영화에서는 어떠한가. 선비는 우유부단하고 요녀는 발정을 참지 못 하며 (도사를 대체하는) 도력 높은 고승은 파쇼적이고 자비 없는 사냥꾼에 불과하다. 게다가 저 셋엔 왕조현이 들어가 있지도 않다. 발정난 요녀 포지션에서는 장만옥의 불꽃 같은 연기가 투혼을 발휘하고 있으며 왕조현은 그저 저 셋을 관조하는 관찰자에 가깝다. 때문에 결국 공(空)으로 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