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녀유혼 倩女幽魂 (1987)
By 멧가비 | 2021년 1월 2일 |
미인 유령이라니, 제목부터 앗쌀하다. 사실 이 영화는 시대의 트렌드 같은 걸 씹어버리는 왕조현의 올타임 미모와 섭소천이라는 가련하면서도 발칙한 캐릭터성에 올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펙터클한 액션과 오소독스한 코미디, 좋은 음악 등 홍콩 영화 전성기의 좋은 견본이랄 수 있겠다. 평범남과 비범녀의 로맨스의 선구자 쯤 될테니, [오! 나의 여신님] 같은 서브컬처 창작물들은 이 영화에 장르적으로 빚지고 있는 셈이다. 죽어서도 자유롭지 못한 가련한 여인, 부패한 조정의 업이지만 필사적으로 임하는 순진한 하급 공무원. 두 사람의 사랑이 싹트는 무대는 아이러니하게도 칼 든 무법자들과 탐관오리들 그리고 사악한 악귀가 한 데 뒤엉켜 각기 낮과 밤을 지배하는 마계와도 같은 세계관이다. 그에서 오는 대비효과는
차원괴물 엑시엄 (The Axiom.2018)
By 뿌리의 이글루스 | 2020년 8월 15일 |
2018년에 ‘니콜라스 우즈’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내용은 여동생 ‘메를린’이 ‘신더 국립공원’에서 실종되자, 언니인 ‘맥켄지’가 ‘마틴’, ‘다시’, ‘에드가’, ‘게릭’ 등의 친구들과 함께 신더 국립공원에 찾아갔다가 거기서 ‘레온’이라는 중년 남성을 만나 국립공원 안에 다른 차원의 세계가 공존하는 ‘엑시엄’이란 곳이 있고 거기서 다른 차원의 괴물들이 나타난다고 경고를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다차원과 다른 차원의 괴물을 메인 소재로 삼고 있어서 줄거리만 보면 꽤 그럴 듯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작중의 배경이 국립공원이라서 숲과 숲속에 있는 통나무 집 쉼터를 번갈아가며 스토리가 진행돼서 다차원 공간이란 설정이 무색하게 배경 스케일이 작다. 다차원 공간이라는 사전 정
엽문3 최후의 대결 (2015)
By 멧가비 | 2016년 3월 22일 |
이제 정말 실존인물 엽문하고는 전혀 상관 없는 시리즈가 되어버렸다. 일대 다수의 액션 스턴트를 보여주기 위해서만 존재할 뿐인 '아무래도 상관 없는' 스토리의 영화가 아직도 만들어지고 있다는 건, 쿵푸 연기를 전문으로 하는 스타 배우에게 의존하는 구식 시스템으로도 여전히 장사가 된다는 뜻이겠지. 소년 시절의 로망과도 같았던 권격 영화의 현주소를 생각하니 좀 슬프다. 아니 오히려 성룡의 전성기 시절보다 액션 스턴트의 기술만 발전했지 영화적인 완성도로는 훨씬 퇴보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견자단이 내 기억으로는 액션 전문이지만 연기 자체도 꽤 잘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경력이 쌓일 수록 연기력이 떨어지는 건지 이 시리즈의 엽문 캐릭터가 문제가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자다 일어나서 사
신기협려 神奇侠侣 (2011) - 무림의 슈퍼히어로
By 멧가비 | 2016년 8월 6일 |
슈퍼맨처럼 눈으로 광선을 쏘는 '경경협(冏冏俠)', 그리고 향기로 사람의 마음을 희롱하는 '향향협(香香俠)'은 중원의 고수로 군림하면서 위세를 떨치고 사사로이 힘을 사용하는 대신 민생치안에 매진하는, 이른바 무림의 슈퍼히어로들이다. 영화는 얼핏 무림판 슈퍼히어로물의 외피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중년 부부의 닭살 돋는 로맨스에 집중한다. 닭살 돋는데 둘 다 참 귀여우시다. 은퇴하고 십년 째 결혼 생활을 지속 중인 왕년의 슈퍼히어로 커플이 겪는 사소한 위기는 바로 외도에 대한 심증. 이는 픽사의 '인크레더블'의 영향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 외에 무성 영화 패러디라든지, 카니발 등 미국식 소재를 중국풍으로 변주한 잔재미들이 가득한 "창조적 우라까이"에 가까운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무림 파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