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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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아미 맨 Swiss Army Man (2016)

By 멧가비 | 2022년 10월 29일 | 
시체와 친구가 된다면?이라는 발상, 아니 거기부터 제정신은 아닌 것 같지만 일단 발상 자체는 누가 해도 할 수는 있는 건데, 그걸 장편 영화 하나로 끌고 갈 요량으로 각본을 쓰는 인간이나 그런 영화에 돈을 대는 인간들이나 그걸 보려고 결제를 하는 나 같은 인간이나 초록은 동색이지. 이니나 다를까, A24 영화였구나. 감독인 대니얼스 콤비는 뮤직 비디오부터 시작해서 극도로 과장된 "surreal comedy"에 능한 변종 비주얼리스트 쯤으로 평가하기 쉬운데, 단순히 이 영화 역시 그런 악취미 코미디라기엔 꽤나 울림 있는 성찰과 파토스가 담겨있다. 그걸 캐치해내기 힘들게 꽁꽁 감췄을 뿐. 삶을 포기하려는 문턱에서 주인공 행크는 매니(의 시체)를 일종의 만능 툴로 활용하면서 돌파구를 찾아나가는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2022)

By 멧가비 | 2022년 10월 29일 | 
큰 힘에 큰 책임을 지려는 거미 인간도 아니고 모든 멀티버스에서 위험인물로 지목 당한 마법사도 아닌, 에블린, 인생의 모든 선택의 순간에서 실패만을 경험한 누군가의 딸이자 누군가의 어머니이고 또한 누군가의 아내인 자, 바로 에블린. 모두 똑같이 동그란 창문을 달고 있지만 그 안에는 모두 다른 빨래가 돌아가고 있는 빨래방 세탁기들처럼, 에블린은 모두 같은 에블린이지만 모두 다른 인생을 사는 멀티버스를 넘나드는 빨래방 주인, 알파버스에서 점프해 온 알파 에드워드가 기대를 건 바로 그 "이쪽 에블린",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다는 이유에서다. 대승불교에서 말하는 '잔을 비워야만 채울 수 있다'고 하는 진공묘유 철학과도 상통하는 바가 있는데, 영화는 구태여 불가를 언급하며 정

담뽀뽀 タンポポ (1986)

By 멧가비 | 2016년 11월 17일 | 
담뽀뽀 タンポポ (1986)
카우보이 모자를 쓴 그 남자의 직업은 장거리 트럭 기사. 여정에서 머무는 곳이 곧 집인 그가 발길을 멈춘 곳은 다 쓰러져 가는 한 라멘집이다. 미망인이 된 라멘집 주인에게 반한 카우보이는 패기있게 결성된 팀과 함께 라멘집을 성공 가도에 올려놓고선 다시 방랑의 길에 오른다. 무법지대 마을을 구원하는 서부극 해결사와 같은 뒷모습으로 말이다. 영화는 서부극의 변주임과 동시에 스포츠 영화의 플롯을 일부 빌리기도 한다. 라멘집 주인 담뽀뽀는 카우보이 고로의 트레이닝으로 점차 프로가 되어가는 신인 복서와도 같다. 뻔한 로맨스 대신 쿨하게 각자의 갈 길을 가는 마지막은, 로맨스 커플보다는 사제 혹은 동업자 관계에 가까웠던 이들의 관계를 완성하는 마침표를 찍는다. 서로에게 반했음에도 맛의 추구라는 대의 앞에서 그

하우스 ハウス (1977)

By 멧가비 | 2016년 8월 22일 | 
하우스 ハウス (1977)
일곱 명의 소녀들은 이름 없이 모두 간단한 특징을 나타낸 별명으로만 불리운다. 그 중 마쿠라는 별명의 소녀가 든 가방에는 아예 히라가나로 "마쿠"라고 쓰여있기까지 하다. 실사 영화에서 마치 명랑만화같은 묘사를 시치미 뚝 떼고 하면서 영화가 전개되는데, 그런가하면 소녀들 얼굴이 클로즈업 될 때는 한 장면도 빠지지 않고 마치 순정만화의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풍긴다. 단지 묘사의 파격에서 끝난다면 감독의 약물 전과를 의심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보통의 영화처럼 무난하게 넘어가는 화면 전환이 단 한 장면도 없으며 기본적으로 기승전결 구조라는 게 있는지 조차 의심해보게 된다. 광학 합성, 콜라주 등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내기에 좋은 촬영 기술과 연출 기교 등 온갖 것들을 꾸역 꾸역 쳐먹은 카메라가 토해낸 알록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