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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의 맛 秋刀魚の味 (1962)

꽁치의 맛 秋刀魚の味 (1962)

멧가비|2018년 10월 17일

류 치수의 오즈 영화 캐릭터들이 늘 그랬듯 어디에나 있을 평범하고 점잖은 초로의 남성 히라야마 슈헤이는 딸의 결혼을 앞두고 만감이 교차함을 느낀다. 그러나영화에서 결혼식이라는 것은 히치콕식으로 말하자면 맥거핀이다. 영화의 서사는 딸의 결혼 준비에 맞춰 흘러가지 않으며 그 결혼식 자체도 숫제 나오질 않는다. 영화의 서사는 히라야마가 딸의 결혼 문제로 심란한 가운데 마주치는 일상의 여러 순간들로만 채워질 뿐이다. 딸의 결혼이라는 게 딸을 둔 아버지라면 자연스럽게 겪게 되는 사건이다. 하지만 "관혼상제"의 딱지가 붙는 굵직한 사건들이 아닌, 그 사이에 존재하는 마주침부터 헤어짐 까지의 작은 순간들로 사실은 이뤄져 있다고 영화는 말하고 있다. 언제나 한발짝 물러서서 일본의 일상을 관조했던 오즈는 그의 유작

동경 이야기 東京物語 (1953)

동경 이야기 東京物語 (1953)

멧가비|2018년 10월 17일

인생의 막바지를 준비하는 노부부에게 무심한 자식들을 조명하고 있지만, 과연 영화가 그들에게 비판의 시선을 대고 있는 걸까. 물론 관객은 친자식들의 괘씸한 태도와 오히려 생판 남인 전(前) 며느리의 극진한 봉양을 비교하며 분통을 터뜨릴 수 있다. 특히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관객이 느낄 씁쓸함은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뒤이어 나오는 장면에서, 친자식들 중에서도 가장 성글던 큰 딸이 유품을 뭘 갖고 싶느니, 아버지가 먼저 가셨어야 하느니 등등의 눈치 없는 이야기를 늘어 놓는 모습 까지 그대로 묘사해 버린다. 하지만 동서고금 이것이 현실이고 인생의 민낯이다. 막내딸은 언니의 불효막심한 태도에 대해 끝내 불만을 드러내지만, 가장 극진했던 전 며느리는 오히려 막내딸을 다독이며 중립의 관점을 제시한다.

빅 피쉬 Big Fish (2003)

빅 피쉬 Big Fish (2003)

멧가비|2018년 1월 19일

말년의 아버지에게서 과거사를 듣고 그에 관한 애증을 털어놓는 액자 구성의 이야기. 한국에서는 90년대 말 권장 도서로 유명했던 아트 슈피겔만의 [쥐]와 이야기 구조가 매우 흡사하다는 점이 흥미롭다. 화자(아들)의 아내가 프랑스인이라는 점마저 같은 것은 우연일까. 물론, 끔찍하게 사실적인 홀로코스트의 기억 대신 속아도 행복한 허풍이 이야기의 골자라는 것에서 전혀 달라지지만. 상기했다시피 액자 구성도 있지만, 로드무비 플롯을 취한다는 점에서 역시 기존 팀 버튼 영화들과 크게 다르다. 버튼 영화의 주인공들은 대개 어딘가에 갇혀있거나 갇혀있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만 본작에서는 주인공이 "더 큰 세상"을 외친다. 게다가 현재 파트는 완전히 다른 작품과 릴이 섞인 듯 장르 자체가 다르고, 버튼 특유의 미학

매그놀리아 Magnolia (1999)

매그놀리아 Magnolia (1999)

멧가비|2018년 1월 8일

밥 먹으러 가던 식당 건물에 불이 났는데 내 휴대폰에서는 다급히 벨이 울리고, 등 뒤에선 거품 문 개가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오고 있는데 개 목줄을 놓친 주인은 멍하니 불 구경을 하고 있다. 전화를 건 사람은 내가 밥 먹으러 가던 식당의 주인이었는데 개가 나 말고 전화기를 입에 물어 도망가더라, 는 이야기와도 같다. 겹겹이 쌓인 우연과 인연이 교차점들을 지나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종의 관찰형 플롯을 비선형적 구조로 배치함으로써 선후 인과 따질 겨를 없이 그 빙글빙글 돌아가는 4차원적 이야기에 휘말리게 된다. 작은 쇠구슬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결국 골인점에 가져다 놓는 '골드버그 장치' 영상을 간혹 멍하니 들여다 볼 때가 있다. 영화 속 인물들이 각기 다른 공간, 다른 상황에서 각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