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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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만지 Jumanji (1995)
난데없이 튀어나오는 성난 짐승들, 살인 식물과 사냥꾼. '보드 게임'의 트랩들이 현실로 튀어나온다는 상상, 이것은 "실사화"에 대한 실사화 영화다. 굴리고, 달아나고, 싸운다는 게임 감각. 그러나 그런 장르적인 재미를 떠나서도, 영화는 궁극의 인생 시뮬레이션이기도 하다. '쥬만지'라는 게임의 진정한 마법은 게임 과정 자체가 아닌, 게임이 끝난 후에 작동한다. 말(piece)이 골인점에 도착하고 쥬만지 사인을 외치면 게임 시작 전으로 모든 게 돌아가버린다는 극단적인 룰. 그 어떤 SF 문학, 영화보다도 감각의 체험과 시간적 회수 범위를 넓게 잡은 가상현실이다. 상상하기 나름이다. 게임을 시작한 이후 부터 게임을 끝내기 전 까지는 어떠한 체험, 어떠한 선택도 가능한 것이다.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를

오펀 천사의 비밀 Orphan (2009)
케이트와 에스더는 대구를 이룬다. 입양모와 양녀라는 입장 차이는 대립되며, 각자 불편한 과거를 가진 인물이라는 점에서는 동류다. 다른 듯 닮은 둘의 공방, 그 리듬은 잘 짜여진 법정극과도 같다. 이 법정 대립에서 케이트는 피고이자 스스로 변론하는 변호사, 에스더는 심판관이자 징벌의 대리인으로 기능한다. 영화 시작 시점에서 케이트에게는 원죄가 있다. 아이를 잃은 슬픔인지 자기연민인지 그 경계가 애매한 감정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먼저 낳은 아이들에게 소홀한 죄. 자신이 가진 예술적 비전(혹은 욕망)을 먼저 낳은 아이들이 충족시키지 못하자 다른 아이를 그 대체제로 삼으려 한 죄 등. 이에 맞서 마치 "네 죄를 네가 알렸다"라고 하듯 케이트에게 고통을 선사하는 에스더. 그러나 대리 징벌처럼 행해

대공항 三谷幸喜 大空港2013 (2013)
미타니의 전작들이 그 구성 면에서 연극과 같았다면 본작에 이르러서는 형식에 대한 도전이 더 돋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기획 자체가 WOWOW에서 2011년 방영한 [숏 컷]에 이어 "원 신 원 컷 드라마" 시리즈의 2탄으로 기획된 TV 영화라는 점. 임시 착륙한 여객기에서 내려 나가노의 작은 공항에 잠시 체류하게 된 타노쿠라 일가. 미타니 영화 답게 출연하는 면면들의 개성이 넘친다. 누군가는 불륜, 누군가는 협박 또 다른 누군가는 가족에게 차마 말 못하는 비밀을 품고 있는 등 군상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상대는 오코치 치구사, 공항의 지상직 승무원이다. 컴플레인이며 각종 요구에 쉴틈 없이 움직이는 오코치가 그 바쁜 동선에서 마주치는 타노쿠라 사람들의 문제를 들어주고, 코치해주고, 지지해주는 등

케빈에 대하여 We Need to Talk About Kevin (2011)
기괴할 정도로 붉은색만이 강조되는 토마토 축제. 도입부의 그 이미지는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복선이다. 이국의 축제를 한껏 즐기는 여행가 에바, 그 자유인의 아이덴티티는 에바의 삶을 피로 물들이는 씨앗이 된다. 여행가라는 것은 "정처 없음"을 삶의 핵심으로 삼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뜻하지 않는 임신과 출산으로 가정에 눌러앉게 되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스트레스를 자신의 새로운 삶에 배설해버린다. "자유로움"은 "이기적임"과 동전의 앞뒷면을 공유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뜻하지 않던 삶은 에바를 이기적인 사람으로 만든다. 스스로의 선택을 부정하는 것. 여기서 불행의 씨앗은 잉태된다. 영화는 에바와 케빈의 닮은 점을 넘어, 그 둘을 종종 동일시해서 묘사한다. 에바와 케빈은 말하자면 서로의 거울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