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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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광 시대 Monsieur Verdoux (1947)

By 멧가비 | 2021년 11월 22일 | 
'유나이티드 아티스츠' 설립 후 [모던 타임즈]를 시작으로 한 작가주의적 장편 필모들을 하나씩 쌓는 동안 채플린은, 친구은 더글라스 페어뱅크스의 죽음, 마지막 아내 이외에 유일하게 신뢰했던 폴렛 고다드와의 이혼, 다른 전처들과의 끊임없는 소송, 무성영화 시대가 저물며 이어지는 동료들의 퇴장, 공산주의자 혐의 등을 겪게 된다. 그렇게 쌓인 10년이 로맨틱하고 따뜻했던 광대를 냉소주의자로 만들고야 만 것일까. 주식경제 몰락으로 굶주리고 곤두선 당대 사회상이 반영되고 채플린은 살인마 역을 맡는다. 그냥 사람을 죽이게 되는 것도 아니고 혼빙 연쇄 살인마 역이다. 전작에서 방랑자 캐릭터와의 이별을 선언했다고 한들, 이렇게까지 정반대로 돌아서야만 했을까. 이미 [위대한 독재자]로 충분히 세상에 밉보인 상태에

시티 라이트 City Lights (1931)

By 멧가비 | 2021년 11월 20일 | 
도시의 위정자들은 평화와 번영을 상징하는 동상 앞에서 자신들의 형편을 자축하지만 같은 프레임 안에서 떠돌이(The Tramp)는 등 대고 맘 편히 누워 잘 곳 하나 갖지 못한 채 도시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며 쫓겨난다. 높으신 분들이여, 당신들이 뻑적지근하게 자축하는 그 도시의 풍요는 대체 누굴 위한 것인지요. 떠돌이 혹은 부랑자라 불리우는 하나의 캐릭터로 수십년, 이제서야 드디어 떠돌이에 대한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이 영화는 첫 씬부터 문제 하나를 툭 던지고 시작한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처럼 채플린은 '유나이티드 아티스트' 설립 이후, [황금광 시대]에 이어서 또 한 번 떠돌이 캐릭터와 함께 장편 영화로 돌아온다. 제목이 중요한 영화이기도 하다. 여기서의 떠돌이에게는 세 가지의 빛이 있다. "눈

마가렛 Margaret (2011)

By 멧가비 | 2021년 11월 19일 | 
많은 픽션에서 말하는 뉴욕이라는 도시처럼, 불친절하고 꼬인 성격에 제멋대로 지껄이고 성질내야 직성이 풀리는 한 십대 소녀 리사가 있다. 소녀는 우연히 맞닥뜨린 교통사고 사망 사건으로, 그제까지 유지해오던 에고가 무너지는 것을 느낀다. 사건에서 리사는 목격자이자 간접적 가해자. 세상 두려울 것 없이 활개치던 이 소녀 깡패에게 별안간 생겨버린 마음의 족쇄, 영화 촬영이 시작된 시기를 감안하면 이는 9/11에 대한 꽤나 직접적인 은유다. 슬픔과 죄책감, 분노, 공포가 뒤엉킨 복잡한 감정에 빠진 자신을 둘러싼 세계관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예술가 허영심에 빠진 엄마는 고통에 빠져있는 딸에게 오히려 의지하고 싶어 징징대고, 학교의 교사들은 편협하거나 한심한 남자들이다. 해당 사고의 유일한 피해자이자 사망자

빅 피쉬 Big Fish (2003)

By 멧가비 | 2018년 1월 19일 | 
빅 피쉬 Big Fish (2003)
말년의 아버지에게서 과거사를 듣고 그에 관한 애증을 털어놓는 액자 구성의 이야기. 한국에서는 90년대 말 권장 도서로 유명했던 아트 슈피겔만의 [쥐]와 이야기 구조가 매우 흡사하다는 점이 흥미롭다. 화자(아들)의 아내가 프랑스인이라는 점마저 같은 것은 우연일까. 물론, 끔찍하게 사실적인 홀로코스트의 기억 대신 속아도 행복한 허풍이 이야기의 골자라는 것에서 전혀 달라지지만. 상기했다시피 액자 구성도 있지만, 로드무비 플롯을 취한다는 점에서 역시 기존 팀 버튼 영화들과 크게 다르다. 버튼 영화의 주인공들은 대개 어딘가에 갇혀있거나 갇혀있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만 본작에서는 주인공이 "더 큰 세상"을 외친다. 게다가 현재 파트는 완전히 다른 작품과 릴이 섞인 듯 장르 자체가 다르고, 버튼 특유의 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