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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트라이앵글 우주의 여름 끝자락.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하나, 둘, 셋...숫자를 세기 시작해 120까지. 미야케 쇼 감독의 영화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는 어딘가 이곳에 잘 보이지 않는 시절의 이야기다. 주인공 '나'는 잠깐 눈길이 스친 여자를 기다리며 의미없는 숫자를 하나씩 더하기 시작하고, 그 사이 여자는 뒤를 돌아 그에게 다가오고, 같은 서점에서 함께 일을 하면서도 둘은 그렇게 만난다. 동거하는 친구 시즈오(소메타니 쇼타)와 숫자 120보다 먼저 도착한 여자 사치코(이시바시 시즈카)와 에모토 타스쿠가 연기하는 '나'의 조금은 이상한 여름 한 철 스토리. 꼼꼼히 따지고 보면 셋의 그 시절은 때로 복잡하기 그지없지만, 영화는 성가시고, 귀찮고, 번거로운 그런 날들에 별로 관심이 없다. 굳이 묻지 않고, 애써 말하지 않고, 부러 외면하며 세 남녀 사이

성장을 하는 무렵, 세상은 잠시 그곳에 다녀온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오래된 영화를 본다. 지나간 영화를 이제야 본다는 건 박제된 이야기를 뒤늦게 바라보는 철지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프랑소와 트뤼포의 '쥴 앤 짐'을 다시 보거나, 김보라 감독과 만나고 돌아온 날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을 꺼내보거나, 홍상수의 영화는 늘 다르게 다가오고, 그렇게 영화는 내게 조금 수상한 생물체처럼 살아간다. 지금 상영중인 영화 미야케 쇼 감독의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에 시즈오로 출연하는 소메타니 쇼타는 나보다 열 살이나 어린데도, 죤 카사베츠의 '러브 스트림'를 보고, 트리포의 '마지막 열차'를 이야기하고, 오즈 야스지로의' '오차의 맛'과 같은 클래식을 즐겨본다. 그의 인터뷰를 읽던 밤, 나보다 10년이나 뒤를 살아가는 그의 말들이 영화의 언어처럼 들려왔다. "고다

코로나 시대를 사는 법(2)_스다 마사키와 호시노 겐의 예

고작 잠을 설쳤던 날들의 이야기. 잠에 들기까지 20~30분 남짓이었지만, 아마도 2년 전 스다의 라디오는 조금 과장해 삶의 반전이었다. 한국의 라디오에선 들을 수 없는 솔직함,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에 몇 번이나 귀를 의심했고, 영화에선 그렇게나 우울하던 스다 마사키는 그곳에 없었다. 심야 01시에 시작해 두 시간쯤 흘러가는, 나이 스물 여섯의 천진난만함. 그렇게 20분은 한 시간이 되고, 2시간이 되고 방송이 끝나고도 자리를 뒤척이며 밤을 지새는 날들은 늘어나 내가 요즘 늦잠을 자는 이유 중 9할은 분명 이 라디오 때문이다. 중국의 한 도시에서 시작됐다는 바이러스는 이제는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고, 그곳에도 있어, 내가 혼자가 아님을 이 지독한 시절은 이렇게나 고약하게 알려준다. 스다가 진행하는

시무라 켄의 나무

일본에서 국민 코메디언으로 불리는 시무라 켄. TV에서 몇 번 본 적은 있어도 그를 잘 모르지만, 누구의 인사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야하는 이의 마음은 조금 알 것 같다. 생애 두 번째 올림픽을 기다리며, 고향 '히가시무라'의 히어로가 되어 성화 봉송을 하는 날을 애타게 준비하던 이의 설렘은 알 것 같다. 시무라 켄은 40년 넘게 코미디 인생을 살았지만, 이제야 처음으로 영화에서 주연으로 출연할 예정이었고, 그 타이틀은 얄궂게도 '영화의 신(キネマの神)'이다. 야마다 요지 감독이 쇼치쿠 100주년을 기념해 연출하는 영화. 스다 마사키와 더블 주연, 1인 2역이라는, 설정 만으로도 코미디가 기대되는, 하지만 이제는 그저 환상이 되어버렸다. 두 해 전 키키 키린이 유작이자 해외 데뷔작인 도리스 되리의 '

가까이서 보면 '오또상', 멀리서 보면 '이토상', '아버지와 이토씨'

'그 말의 진짜 의미를 내가 알 일은 절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영화는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내가 이 영화를 곱씹어보게 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오늘도 집에서, 고작 2천 걸음을 걸으며 보내던 중, 넷플릭스에서 어쩌다 클릭한 영화. '아버지와 이토씨(お父さんと伊藤さん)'는 묘하다. 주인공 아야(우에노 쥬리)는 아빠 뻘 나이의 남자와 동거하지만 그건 그저 어쩌다 벌어진 일이고, 그런 딸을 알고도 아빠는 화를 내지 않고, 같이 파르페를 먹으며 그 사실을 알게된 서른 무렵의 남자가 아야의 전 남편인지, 헤어진 애인인지, 설마 오빠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간략히 말하면, 아야(우에노 쥬리)와 동거하는 이혼남 이토 씨(릴리 프랭키), 아야의 오빠 키요시(하세가와 토모하루)와 그의 아내,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