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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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Black Panther: Wakanda Forever (2022)

멧가비|2022년 11월 11일

고백컨대, 기본적으로 이 와칸다 세계관이라는 것에 대한 일종의 비웃음 같은 것이 내게 있었다. 미국 백인들이 상상한 아프리칸 판타지에서 시작해 미국 백인들 돈으로 구현해 낸 영화를 거의 신성시 하기 까지 하는 전세계 흑인들의 맹목적인 충성이, 이해 안 가는 촌극을 넘어 거의 화물신앙처럼 보일 지경. 존 카펜터의 [빅 트러블] 같은 영화에 동아시아 전체가 울고 웃으면서 착취당한 역사, 아시아의 혼 어쩌고 하면 그게 안 웃기겠냐고. 거기에 더해 채드윅 보스먼의 사망 소식 이후 그가 암투병 사실을 감춘 채로 영화 계약을 했다는, 고인이라서 말을 아낄 뿐 개운하지 않은 뒷사정 같은 것들이 밝혀질 때 즈음, 공교롭게도 인터넷에서는 동양인에 대한 흑인들의 내로남불식 인종차별 담론이 오고가더란 말이지. 아무튼 내외부

언컷 젬스 Uncut Gems (2019)

멧가비|2022년 11월 11일

물건을 사고 파는 사람이라면 무릇 물건의 가치를 알아 볼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하는데, 특히나 귀중품을 거래하는 상인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랴. 진짜 좋은 것의 가치를 외면하고 외부 어딘가에 더 큰 한 방이 있을 거라 헛된 꿈만을 꾸는 어리석은 남자의 위태로운 삶을 적나라하게 구경시켜주는 영화라 하겠다. 유대인 귀금속상 하워드는 자신에게 호감이 있거나 충성도 높은, 적어도 중립적으로 성실하기라도 한 사람에게는 무신경하게 대하면서 인생에 도움 안 되는 시정잡배들에게만 아첨하기 바쁘다. 실용적인 측면을 따지자면 전혀 쓸모가 없는데 그저 과시하기 위해, 그냥 기분 좋으려고 천문학적인 돈을 갖다 바쳐 어는 게 귀금속 아니겠는가. 그 귀금속 상인에게 불현듯 찾아온, 다듬어지지도 감정되지도 않았지만 왠지 모를

드라이브 Drive (2011)

멧가비|2022년 11월 11일

무신경하게 쓰곤 하는 "도시의 카우보이"라는 진부한 수사가 의외로 굉장히 철썩같이 영화를 표현할 때가 있는데 그게 바로 이 영화. 아닌 게 아니라, 떠돌이 마초가 한 가족을 구원하면서 겸사겸사 아이 엄마와 썸도 좀 타는 이야기, 즉 [셰인]이 플롯인데, 단지 그 배경이 매트페인팅으로 근사하게 구현된 미 서부 평야에서 LA 로케로 대체되었을 뿐이다. 주인공 "드라이버"는 흔히 떠올리는 방랑 카우보이의 어떠한 전형, 그러나 실은 자주 보진 못한 캐릭터, 욕망없이 계획없이 그저 가담할 수 있는 범죄라면 기꺼이 가담하고 일은 일로써 깨끗하게 선을 긋는 남자. 친절하고 너그럽지만 도발해 오는 폭력에는 주저하지 않고 더 큰 폭력으로 잔혹하게 대응하는 순도 높은 마초. 카우보이의 순정을 짓밟으면 그 땐 깡패가

타운 The Town (2010)

멧가비|2022년 11월 10일

굳이 어떤 영화인가를 설명하자면 조금 미묘한데, 범죄가 대물림되는 도시의 비관적인 상황을 건조하게 르포하는 듯 시작하지만 결국은 범죄자의 애끓는 순정 이야기로 넘어가더라. 양쪽 모두 조금씩은 함량 미달이지만 양쪽 다 나름대로 진지하게 접근하려는 진정성은 보인다. 미숙했지만 벤 에플렉에게 장르적 감각은 있다는 증거. 어찌보면 많이 보던 강도단 이야기에 새로울 것 없는 이뤄질 수 없는 러브 스토리지만, 시나리오가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 정도로 캐릭터 묘사는 꽤 좋다. 주인공 더그, 무장 강도인데다가 인질 까지 잡았는데 그 인질에게 "다치지 않게 하겠다"며 상냥한 말로 안심시킨다. 이후 묘사를 봐도 은근히 금욕적이고 섬세한 부분이 있다. 이런 남자가 범죄의 세계에서 폭력을 마시고 숨

히트 Heat (1995)

멧가비|2022년 11월 10일

마이클 만의 최고 걸작이자 현대 도시범죄 영화 장르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절대기준. 무장강도 그룹의 리더 닐 매컬리와 경찰 빈센트 해나의 대결구도는 서로의 프로페셔널리즘을 존중하면서도 직업 이해관계상 제로썸 게임으로 만나야만 하는 두 중년 워크홀릭의 어쩌면 밥그릇 싸움이다. 위태로운 외길을 질주하는 한 남자, 그 뒤를 쫓는 안전한 입장이지만 인생에선 이미 바닥을 친지 오래인 또 한 남자. 둘 중 누가 삐끗하고 떨어져도 아쉬울 수 밖에 없을 저 멋진 마초 게임에, 혈기 넘치는 그 시절 남자놈들이 어떻게 열광을 안 하고 배겨. 90년대, 리얼리티며 고증이며 하는 것들이 최우선순위가 아니었던 낭만의 시대. [코만도]와 [람보]의 과장된 80년대 마초이즘에 대한 로망이 아직 유효하던 시절에 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