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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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스트 슬램덩크 ザ・ファーストスラムダンク (2022)

멧가비|2023년 2월 26일

이 영화에 대해 논하려면 원작 만화의 어떤 성격을 반드시 먼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원작 [슬램덩크] 이전의 스포츠 만화라는 것은 이른바 "스포콘(スポコン)"이라고 해서, 과격한 특훈과 처절한 승부를 이겨내는 주인공의 투지와 근성이 중요한 장르였다. 고도성장기 스포콘의 주인공들은 늘 고독하거나 화가 나 있었고 승부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비극적인 전사(前史)를 갖고 있었다. 그에서 영향 받았을 한국의 스포츠맨들, 오혜성이나 독고탁 역시 근본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늘 숨막히던 6, 70년대의 스포츠 만화 경향을 한 번에 뒤엎은 게 [슬램덩크]였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북산의 다섯 주전들 모두에게 농구에 뛰어든 드라마틱한 계기라던가 농구로 이루고자 하는 원대한 자아실현 목표 같은 것은 주

안도르 시즌1 Andor (2022)

멧가비|2023년 2월 26일

카리스마 오지는 권력자가 손가락질만 하면 행성파괴 병기가 불을 내뿜고, 우주 만물에 깃든 기운을 운용하는 마법 기사들이 은하계의 명암을 걸고 벌이는 건곤일척.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는 대개 그랬다. 그렇게 스케일 뿐이던 세계관에 디테일 터치가 가해진다. 비열하고 때로는 한심한 제국 내 중간 관리자들의 권력 다툼, 혁명의 최전선에서 싸운 전사들 뿐만 아니라 그 뒷배가 되어줬던 정의로운 고관대작들의 고민 까지. 이전에는 [스타워즈] 세계관에 없었던 정서들. 연결되는 [로그 원] 때 부터 그랬지만, 다른 [스타워즈] IP 작품들에 비해 유독 낮게 가라앉아 있는 톤. 그것은 조금씩 혁명의 불씨를 지피면서도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기운이 계속 깔려있기 때문이다. 초우즌원의 아들인 루크 스카이워커가 다크호

수리남 (2022)

멧가비|2023년 2월 26일

윤종빈의 또 아버지 서사다. 역시나 가족 먹여 살리겠다는 궁극적인 목표 하나로 온갖 수완을 동원하다가 동업자의 뒷통수를 치기도 하는데, 그 뒷통수 맞는 역할에서 치는 역할로 하정우가 포지션 변경을 했을 뿐. "능글 맞은 달변가 하정우"는 윤종빈 필모 밖에서도 이미 여러 번 검증된, 마치 채플린의 "떠돌이"와 같은 개념의 아이덴티티가 아닐까 싶고. 윤종빈 영화에서는 아니었지만 스파이인 주인공을 믿었다가 자멸하는 악당 역할이라면 황정민도 경력직이다. 악한이라도 그 나름대로의 카리스마나 친화력 같은 것을 가진 악한이 있는가 하면 전요환 같은 타입은 말하자면, 커버 없이 강풍으로 돌아가는 선풍기 같은 인간, 나한테 아무리 이득이 되더라도 가까이 하기에 너무 위태로운 인간이다. 그래서 저 인간이 어떻게 파

신세계 (2012)

멧가비|2023년 1월 1일

네다섯명이 순서 무시하고 두는 난장판 바둑과도 같은데, 다음 수를 빨리 결정해서 빨리 두는 사람이 어쨌든 집을 차지하는 룰. 활로를 위한 각자의 수싸움이 복잡하게 얽히는 가운데 자성만이 살아남은 것은 결국은 인의(仁義) 때문, 이 부분이 판타지적이라면 판타지적이고 복고적이라면 복고적이다. 치밀한 수 싸움, 살벌한 액션, 예쁘게 포장된 폭력배 캐릭터, 배신과 반전, 모던하게 비정하다가다도 복고적으로 의협적인 플롯 흐름 등 갱스터 누아르의 어쩌면 전체를 한 번 쭉 훑는 듯한 느낌이 들게도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무간도]라든지 잠입 경찰 플롯에 대한 유사성이 많이 지적되곤 하는데, 장르 안에서 그 정도 레퍼런스를 가지고 작품의 전체적인 평가를 절하하는 것은 조금 성급하다 하겠다. 빌려다 쓴 소재 그 나

호빗 뜻밖의 여정 The Hobbit: An Unexpected Journey (2012)

멧가비|2023년 1월 1일

"반지 삼부작"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을 솔직하게 밝히자면, 대단하다는 것 알겠고 당대에 상당히 흥분한 채로 n차 관람 했으며 객관적으로 봐도 실사 영화판에서 "소드 앤 소서리" 장르의 기준치를 갑자기 한 방에 껑충 높여버린 뭔가 오파츠 같은 걸작, 그러나 보고 있지 않을 때에도 문득 생각나고 시간이 지나도 또 보고싶을 정도로 취향에 착 감기는 감칠맛은 없다, 라고 하겠다. 해당 리뷰에서도 밝힌 바, 뭔가 올림픽 결승전 마냥 비장하고 엄숙한 긴장감이 삼부작 전체를 뒤덮고 있는 막중한 무게감도 그 이유 중 하나. 작중 인물들이 맡은 임무는 공적으로 너무나 중요한 무언가라서 반지원정대 한 명 한 명의 표정이 마치 예비군 훈련가는 직장인처럼 딱딱하게들 굳어 보이며, 전장에 나가서는 차가울 정도로 하나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