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Drive (2011)
By 멧가비 | 2022년 11월 11일 |
무신경하게 쓰곤 하는 "도시의 카우보이"라는 진부한 수사가 의외로 굉장히 철썩같이 영화를 표현할 때가 있는데 그게 바로 이 영화. 아닌 게 아니라, 떠돌이 마초가 한 가족을 구원하면서 겸사겸사 아이 엄마와 썸도 좀 타는 이야기, 즉 [셰인]이 플롯인데, 단지 그 배경이 매트페인팅으로 근사하게 구현된 미 서부 평야에서 LA 로케로 대체되었을 뿐이다. 주인공 "드라이버"는 흔히 떠올리는 방랑 카우보이의 어떠한 전형, 그러나 실은 자주 보진 못한 캐릭터, 욕망없이 계획없이 그저 가담할 수 있는 범죄라면 기꺼이 가담하고 일은 일로써 깨끗하게 선을 긋는 남자. 친절하고 너그럽지만 도발해 오는 폭력에는 주저하지 않고 더 큰 폭력으로 잔혹하게 대응하는 순도 높은 마초. 카우보이의 순정을 짓밟으면 그 땐 깡패가
언컷 젬스 Uncut Gems (2019)
By 멧가비 | 2022년 11월 11일 |
물건을 사고 파는 사람이라면 무릇 물건의 가치를 알아 볼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하는데, 특히나 귀중품을 거래하는 상인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랴. 진짜 좋은 것의 가치를 외면하고 외부 어딘가에 더 큰 한 방이 있을 거라 헛된 꿈만을 꾸는 어리석은 남자의 위태로운 삶을 적나라하게 구경시켜주는 영화라 하겠다. 유대인 귀금속상 하워드는 자신에게 호감이 있거나 충성도 높은, 적어도 중립적으로 성실하기라도 한 사람에게는 무신경하게 대하면서 인생에 도움 안 되는 시정잡배들에게만 아첨하기 바쁘다. 실용적인 측면을 따지자면 전혀 쓸모가 없는데 그저 과시하기 위해, 그냥 기분 좋으려고 천문학적인 돈을 갖다 바쳐 어는 게 귀금속 아니겠는가. 그 귀금속 상인에게 불현듯 찾아온, 다듬어지지도 감정되지도 않았지만 왠지 모를
비밀의 숲 (2017)
By 멧가비 | 2017년 8월 1일 |
![비밀의 숲 (2017)](https://img.zoomtrend.com/2017/08/01/a0317057_59802a3c04df8.jpg)
초반 몰입도를 겪으면서는 이소룡의 "절권도"가 떠오른다. 절권도를 일종의 철학으로 풀이할 때, "쓰지 않을 동작은 버리라"는 말을 이소룡은 곧잘 하곤 했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미덕은 군더더기가 없는 것이다. 이른바 "감초"라는 이름으로 관습처럼 투입되는 코미디 담당 캐릭터가 없고, 주인공을 위기에 빠뜨리기 위해 갑자기 지능이 떨어져 뻔한 함정에 빠지는 등의 속 터지는 전개도 없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녀 두 주인공이 티격태격 하다가 어느 새 사랑에 빠진다는 시시껄렁한 플롯을 배제한 것이 가장 좋다. 몰입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로만 채워졌음에도 밀도는 높다. 잘라 말하면 맥거핀 투성이다. [사망유희]의 이소룡이 사망탑을 오르며 새로운 고수들을 만나듯, 맥거핀 하나가 나타났다 사라지면 또 다른
기생충 (2019)
By 멧가비 | 2021년 2월 11일 |
부자(富者)의 자유와 빈자(貧者)의 계획, 나는 그렇게 대략 축약한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하는 가장 유명한 대사. 그렇다, 문득 찾아온 찬스에 맞춘 기우의 계획으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다. 그 계획이란 것의 궁극적인 도달점은 계획이 실패함으로써 결국 밝혀지지 않지만, 그 폭우가 쏟아지기 전 까지는 기우의 계획은 성공적인 듯 보인다. 박사장 부부는 아무 것도 모른다. 줄을 잇는 새 피고용인들이 사실은 한통속이라는 것을 모른다. 다송의 트라우마가 뭔지 모르고 다혜가 잘생긴 과외 선생들과 방에서 뭘 하는지 모른다. 문광의 비밀을 모르며 지하 벙커의 비밀을 모른다. 이렇게 아무 것도 몰라서 그들은 손해보는가? 전혀. 박사장이 칼에 찔린 건 자존심 상한 기생충들의 예외적인 악의(惡意) 때문이지,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