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가비

Sources

Posts

2018 posts

툭툭남 Mr. Flip (1909)

멧가비|2021년 11월 18일

아주 간단한 플롯. 주인공 미스터 플립(툭! 치는 의성어)은 식료품점, 미용실 등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여직원들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는 장난을 친다. 요즘 식으로 간단히 말하자면 진상이요 성추행범인 셈이다. 매번 성추행을 일삼다가 매번 혼쭐 나고 쫓겨나는데도 도무지 그 짓을 멈추질 않는다. 결국 마지막 술집 여직원에 의해 얼굴에 파이를 맞고 끝. 시나리오라는 개념이 존재하지도 않은 시절의 시시한 개그만이 반복되는 이 짧은 영화가 중요한 이유. 남성성에 순종하지 않고 저항하는 여성상들을 묘사했다는 점. 그리고 'Pie in the Face'라고 하는, 서구 코미디 장르에서 사실은 굉장히 중요한 소재를 처음으로 사용한 영화라는 점이다. 간단하게 Pieing이라고도 하는 이 행위, 주로 둥근 종이 접시

마이티 조 영 Mighty Joe Young (1998)

멧가비|2021년 11월 18일

[킹콩] 시리즈의 적자 중 가장 졸작으로 평가가 완료됐으나 내가 개인적으로 76년작을 가장 좋아하는 건 오로지 수트 액션의 실재감 하나 때문이다. 기술적으로야 당연히 (나는 좋아하지 않지만) 피터 잭슨 판이 제일 완전하다고 봐야겠고. [킹콩] 만큼 아류작이 많이 쏟아진 레퍼런스도 드물텐데, 유사 킹콩을 모두 포함한다면 이 영화는 피터 잭슨 이전에 있었던, 아니 피터 잭슨 이후에도 여전히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운 킹콩 영화라고, 나 혼자 생각한다. (게다가 이 영화는 다른 아류 킹콩들과는 혈통이 다르지. 아류라기 보다는 "방계 킹콩" 쯤 되겠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라면, 스톱모션 빼고 전부 다 때려부어진다. 광활한 로케 촬영에, 스톱모션 대신 수준 높은 애니매트로닉스, 투박하지만 적게 써서 부담없는 컴

시몬 S1m0ne (2002)

멧가비|2021년 11월 17일

배우, 가수, 아이돌 등 화면 너머에 존재하는, 그들은 어떤 의미로는 하나의 오브제다. 조명과 화장과 시각 효과 등을 통해 인공성으로 무장한 채 화면 바깥의 소비자에게 어필, 실제 인간이든 사이버 아바타이든 본질적으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군다가 그것이 실제와 구분조차 할 수 없다면, 실제 사람이냐 아바타이냐 구분할 의미가 있는 내에서의 차이점이 없다면, 어느 한 쪽을 가짜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일까. 가게 점원 대신 로봇을 세웠을 때, 인간인 점원이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의 모든 서비스를 로봇으로 대체 가능하다면 더 이상 로봇은 "대체"가 아니고 "가짜"는 더더욱 아니다. TV 스타가 대중에게 제공 가능한 모든 감흥을 폴리곤으로 만든 아바타 인간이 똑같이

퀴즈 쇼 Quiz Show (1994)

멧가비|2021년 11월 17일

텔레비전 드라마와 극장 영화의 차이, 영화관은 결국 팝콘 장사가 본질이고 영화 앞에 광고도 붙이지만 어쨌든 관객은 영화 자체에 돈을 지불한다. 하지만 드라마, 아니 텔레비전의 모든 컨텐츠는 전적으로 기업 광고에 의해 지탱된다. TV쇼는 인문학에 정통한 평론가들이 너나없이 달라붙어 예술적 가치를 발굴해내지도, 컬트 팬들에 의해 유의미하게 재소비되지도 않는다. TV쇼 시청률이라는 것은 정확히는 광고가 노출된, 즉 기업이 지불한 광고료에 대한 "밥값"을 그 프로그램이 해냈냐 못했냐에 대한 지표에 다름 아니다. TV는 ([네트워크]에서 신랄하게 지적되었듯이) 결국 광고를 붙여주는 기업이 지배하는 시스템이다. 그렇다면 TV쇼의 모든 것은 사실은 광고주의 의향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해도 된다. 신념있는

네트워크 Network (1976)

멧가비|2021년 11월 17일

50년대, 텔레비전이 널리 보급된 이후 가정에서의 일상은 경천동지하게 패러다임이 바뀌고 만다. 이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같은 시간에 같은 그림을 보면서 같이 울고 웃게 되고야 만 것이다. 90년대 인터넷 보급도 그 변화에는 비할 바가 못 될 것이다. 그렇게 텔레비전은 단지 매체로서 화려하게 등장했을 뿐 아니라 매체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삶을 뒤집어 놓았다. 장 보드리아르가 "시뮐라시옹" 이론을 통해 경고한 현상을 실제로 세상에 구현한 것이 바로 텔레비전. 텔레비전은 실제 삶을 기록해 보여주는 대신 어떠한 "경향"을 인위적으로 재구성해 대중에게 보여주고, 시청자는 그것들 받아들여 실제 삶에 반영하게 된다. 미디어가 삶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미디어를 흉내내는 현상, 가짜가 실체를 대체하는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