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상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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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볼 The Cannonball Run (1981)

By 멧가비 | 2021년 11월 25일 | 
60년대에 빅 레이스를 다룬 두 편의 코미디 걸작이 있었다. [매드 매드 대소동]은 노상에서 별안간 개최된 논 오피셜 레이싱이라 그들만의 리그일 뿐 세계관과의 상호작용은 없었다. 반대로 [그레이트 레이스]는 작중 전 세계가 주목하는 레이스가 소재이지만 영화 자체가 너무나 느긋하다. [죽음의 경주]는 아예 결이 다른 영화니 논외. 이 영화의 "캐논볼 레이스"는 그 두 레이스의 장점?을 조합한 듯 하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불법 레이싱인데, 그래서 사전 경계 태세를 취하는 경찰들의 개입이 장르적 서브 요소로 작용한다. 레이서들이 지나는 주 마다 다른 경찰들의 성향도 그러하고, 레이서들이 경찰의 단속을 피하는 방식의 배리에이션도 볼거리. 즉 지난 빅 레이스 영화들의 개선판처럼 보이는 면이 있다는 거다.

매드 매드 대소동 It's A Mad Mad Mad Mad World (1963)

By 멧가비 | 2021년 11월 24일 | 
"나의 보물이 거기에 있다"고 선언해 대해적시대를 개막한 해적왕처럼, 어느 노인이 돈가방의 소재를 유언으로 남겨 정신 나간 빅레이스를 반강제 개최해버리고 만다. 전설의 비보를 노린 해적들처럼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각자 자동차를 타고 보물로 향한다. 자동차 크기를 점점 키우는 산업적 변혁기였던 미국 60년대에 나올 법한 이야기가 나온 거지. 어딘가에 보상이 숨겨져 있는데 그에 이르는 힌트는 추상적이고, 보상 분배에 관해서 경쟁자들과는 합의점을 찾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독식을 노리는 불나방들이 필연적으로 출현한다. 이 영화에서 레이스가 열리는 논리가 그렇다. 배신, 협잡쇼라고 불러도 좋을 한국의 대표 코미디 TV쇼인 [런닝맨]의 정신적 조상은 엉뚱하게도 60년대 헐리웃 코미디 영화였단 말인가. 현 시대

네트워크 Network (1976)

By 멧가비 | 2021년 11월 17일 | 
50년대, 텔레비전이 널리 보급된 이후 가정에서의 일상은 경천동지하게 패러다임이 바뀌고 만다. 이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같은 시간에 같은 그림을 보면서 같이 울고 웃게 되고야 만 것이다. 90년대 인터넷 보급도 그 변화에는 비할 바가 못 될 것이다. 그렇게 텔레비전은 단지 매체로서 화려하게 등장했을 뿐 아니라 매체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삶을 뒤집어 놓았다. 장 보드리아르가 "시뮐라시옹" 이론을 통해 경고한 현상을 실제로 세상에 구현한 것이 바로 텔레비전. 텔레비전은 실제 삶을 기록해 보여주는 대신 어떠한 "경향"을 인위적으로 재구성해 대중에게 보여주고, 시청자는 그것들 받아들여 실제 삶에 반영하게 된다. 미디어가 삶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미디어를 흉내내는 현상, 가짜가 실체를 대체하는 상황

부귀열차 富貴列車 (1986)

By 멧가비 | 2021년 3월 24일 | 
본토 반환 전, 홍콩 전성기의 장르 영화들의 리스트를 멀찌감치서 가만 바라보면 한 가지 묘한 의문이 생긴다. 아니, 의문이랄 것도 없다. 당시 홍콩 영화를 섭렵한 세대들이라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다 같이 느꼈을 것이다. 홍콩 영화는 어느 장르를 만들어도 그 안에 어지간하면 쿵푸가 들어간다.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들은 쿵푸로 삼각관계의 결판을 내고, 호러 영화의 주인공들은 쿵푸로 귀신을 쫓는다. 견자단의 깐돌이 시절로 알려진 청춘 코미디물 [정봉적수]의 그 유명한 오프닝 장면을 보면 견자단이 꽤 그럴듯하게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데 그게 또 묘하게 우슈 투로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예 쿵푸랑 전혀 무관한 [금옥만당] 같은 음식 영화에서도 쿵푸를 한다. 아니 애초에 거기 캐스팅에 조문탁이 있잖아. 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