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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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캐너 다클리 A Scanner Darkly (2006)
필립 K. 딕 원작의 영화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원작에 충실하기도 하지만 또한 이례적으로 후기작에 속하는 소설을 영상화한 작품. 그 영향인지 다른 작품들에 깔려있는 서늘한 SF적 고찰보다는 반사회적이고 이야기 진행도 다소 혼돈스럽다. 딕 본인이 실제로 히로뽕에 절어있었던 시기에 집필된 흔적을 거의 지우지 않고 그대로 담아낸 작품에 가깝다. 또한 감독인 리처드 링클레이터로서는 [웨이킹 라이프]에서 쌓은 노하우로 더욱 본격적으로 만든 두 번째 로토스코핑 방식의 영화이기도 하다. 주인공 밥 악터는 마약반 소속의 경찰이자, 마약 공동체에 잠입한 마약중독자이기도 하다. 때문에 중독자로서의 자신을 경찰로서 감시하는 모순적인 생활 패턴에 갇혀있기도 하다. 작품 사이 사이에 마약국이 시민들을 감시하는 방식이 묘사되

닥터 후 2016 크리스마스 스페셜 The Return of Doctor Mysterio
닥터 후 크리스마스 스페셜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만들어진다. 시즌 끄트머리에 중요한 떡밥을 다루는 에피소드이거나 시즌 사이에 적당히 쉬어가는 에피소드인데, 이번엔 후자. 올해 본 시즌 방영이 없었던 데다가 바로 직전 에피소드가 작년 크리스마스 스페셜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하겠지. 그래도 맷 루카스가 연기한 나돌이 다음 시즌에 서브 컴패니언 쯤으로 합류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정도의 의의. 간만에 미국 배경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닥터가 우연히 만났던 꼬마가 닥터의 실수로 슈퍼히어로가 되어버린 해프닝을 다루는데, 쉬어가는 에피소드이니만큼 플롯에 눈에 띄는 변경점은 없고, 오히려 기존의 다른 에피소드들을 적당히 섞은 듯한 느낌. 닥터와 만난 꼬마가 어른이 되어 재회한다는 설정은 [벽난로

페이첵 Paycheck (2003)
미래를 보는 기술을 완성한 과학자 제닝스는 기업이 기술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의로운 사보타주를 행하게 된다. 기억이 지워질 자신을 위해 준비해 놓은 설계들, 정확한 타이밍에 정해진 도구를 사용하는 계획을 통해 제닝스는 자신이 열어버린 판도라의 상자를 닫는다. 한 마디로, 자기가 싼 똥 자기가 치우는 이야기. 제닝스는 본래 기업의 프로젝트에 기술 전문가로 참여하는 대신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기억을 지우는 하청 일을 맡아 한다. 그러던 와중에 참여한 것이 바로 미래를 보는 실험. 기억을 지운다는 것은 즉 "과거"를, 그리고 어쩌면 "현재"까지도 포기하는 개념이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과거를, 현재의 일을 기억하지 못할 것을 아는 삶이기 때문에 현재를 포기하는 것. 그러나 제닝스는 기억을 지움으로

마이너리티 리포트 Minority Report (2002)
범죄를 예언하는 예지자(precog)들의 존재. 그리고 범죄를 행하기 전에 예상 범죄자를 미리 체포하는 치안 테크놀러지. 이는 존 매카시의 "매카시즘"에 대한 은유임과 동시에 원작은 커녕 영화가 나올 당시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조지 부시의 "애국자법"을 미리 내다 본 혜안이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영화 속 고민은 가치 조율에 대한 것이다. 살릴 수 있는 목숨을 살리는 일과 죄 짓지 않은 자를 처벌하지 않는 일,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고민 말이다. 샤머니즘에 의존하는 사법경찰제도, 그리고 그 샤머니즘을 보완하는 테크놀러지에 대한 과신. 영화 속 미래의 치안은 그 두 가지 이유로 비합리적이다. 인류의 원시성을 상징하는 Superstition와 고도의 과학 기술력이 융합되어 인권을 무시하는 집행

엑스 마키나 Ex Machina (2015)
튜링 테스트의 피험자인 여성형 로봇 에이바는 자신을 테스트하는 인간 케일럽에게 호감을 드러내고, 로봇에게 점차 끌리기 시작하는 케일럽은 혼란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나 에이바는 "로봇이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보다 중요한, "로봇이 인간을 사랑하는 척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 대신, 자신에게 유혹 당한 케일럽을 배신하고 창조자 네이슨을 살해하며 탈출에 성공하고야 만다. 영화의 원형을 찾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프랑켄슈타인 박사를 부정하고 마을로 내려간 "피조물"의 이야기다. 탈출하기 전의 에이바가 자신보다 먼저 만들어지고 폐기된 모델들에서 스킨을 떼어내어 자신의 몸에 붙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치 프랑켄슈타인 박사 없이 그 스스로 괴물의 몸을 창조한 피조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