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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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 맨 Repo Men (2010)

리포 맨 Repo Men (2010)

멧가비|2017년 1월 16일

영화에서 언급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론은 영화 속 시민들의 삶을 절묘하게 함축한다. 인공장기가 생필품처럼 소비되는 세상. 그러나 그 수요에도 불구하고 만만찮은 가격으로 인해 대금을 완납하지 못하면 강제로 회수되는, 즉 돈이 없으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세계관인 것이다. 인공장기를 달고 사는 시민들은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삶과 죽음이 중첩되어 있는 채로 살아간다. 그리고 고양이가 담긴 박스를 여는 것은 '리포 맨', 바로 회수업자들인 셈이다. 빌린 돈이 결국 내 돈이 아니듯, 고리로 대여한 인공장기의 삶은 결국 자신의 목숨이 아니다. 살고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거나 통제하지 못하는 삶이라는 부분에서는 미국 의료제도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을 읽을 수 있다. 목숨줄을 쥔 자들이 실세를 쥐는 디스토피아에

리포 맨 Repo Man (1984)

리포 맨 Repo Man (1984)

멧가비|2017년 1월 16일

주인공 오토는 학교를 때려치우고 펑크족들과 어울리지만 그렇다고 펑크족은 아닌 어중간한 소년이다. 우연히 만난 전문가 '버드'의 소개를 통해 할부 대금 미납 차량을 강제로 회수하는 '리포 맨'이 되는데, 폭력과 위법으로 넘어가는 어느 선에 적당히 걸쳐있는, 마찬가지로 어중간한 갱스터 생활에 가깝다. 80년대식 물신주의를 상징하는 "자동차"를 탈취하는 일을 통해 해방감의 찌꺼기를 맛보지만 그나마도 확실하게 뺏는다기 보다는 몰래 훔쳐오는 방식. 어쩌다가는 차를 훔치다가 흑인 모드족들에게 붙들려 얻어맞기까지 하는 등, 오토는 여전히 이리 저리 치이기만 하는 인생이다. 그러던 오토에게 2만 달러의 현상금을 획득할 기회가 주어졌으니 그것은 바로 쉐비 말리부 한 대를 회수하는 일. 영화 도입부에 등장하는 이 수

MCU 탐구 - 어벤저스 훈련소의 거취는?

MCU 탐구 - 어벤저스 훈련소의 거취는?

멧가비|2017년 1월 14일

[에이지 오브 울트론] 말미에 나왔던 어벤저스 훈련소(New Avengers Facility). 지금 생각해보니 되게 애매하게 붕 뜬 설정이다. 애초에 구체적인 목적 자체가 언급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어느 쪽이든 존속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것. 에릭 셀빅이나 헬렌 조가 남아있겠지만 둘은 어차피 과학 기술 자문일테고,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전투력 담당이 없다. 당시 추측으로는 '어벤저스 아카데미'처럼 메타휴먼들을 훈련 시키고 관리하는 업무가 중추였을 것 같았는데, 주축이었던 오리지널 어벤저스가 [시빌 워] 이후 뿔뿔이 흩어진 데다가 교관 실무자였던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는 현재 잠적 상태. 즉, 멘토처럼 실질적인 전투 기술을 지도할 인재가 없다는 거다. 마리아 힐이 쉴드 부국장 출

미션 투 마스 Mission To Mars (2000)

미션 투 마스 Mission To Mars (2000)

멧가비|2017년 1월 14일

이 영화에서 재미있는 건 그 구성의 흐름이다. 다른 행성을 향해 진지하고 과묵하게 나아가는 하드 SF로 시작하지만 끝은 스페이스 오페라. 예컨대 [마션]으로 시작한 영화가 [스타트렉]으로 끝나는 셈이다. 물론 영화의 전체적인 베이스에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대한 리스펙트가 깔려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영화의 결론은, 그토록 탐구하려 했던 대상인 화성이 사실은 미지의 영역이 아닌, 인류가 출범한 진짜 고향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어쩌면 우주를 향한 인간의 끝없는 탐구심의 근원이 궁극의 "귀소본능"에서 기인한 것이었다는 신선한 해석이다. 이런 해석은 감동적이지만 한편으로 자존심이 상한다. 우주를 향한 인류의 욕망이 결국 엄마 뱃속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칭얼거림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조용한 지구 The Quiet Earth (1985)

조용한 지구 The Quiet Earth (1985)

멧가비|2017년 1월 14일

정체 불명의 과학 실험, 그 한 순간의 실수가 불러온 인류의 증발. 설정 면에서 [나는 전설이다] 혹은 [미스트]를 연상할 수 밖에 없는데, 오히려 영화는 절망적인 인류 멸망의 세계관을 다루면서도 포스트 아포칼립스적인 절망이나 폭력이 아닌, 근거없는 희망과 몽환적인 분위기가 더 돋보인다. 제목부터가 아이러니하다. 때는 핵의 공포가 남아있던 냉전시대, 그토록 시끌시끌했던 지구가 한 순간에 조용해졌는데 남은 것은 평화 대신 지독한 고독함이었다는 점에서 말이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그 넓은 지구를 독점하게 된 자유로움을 즐기기보다는 타인의 체온에 목말라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처럼, 그렇게 박터지게 싸웠어도 결국 인간은 다른 인간을 필요로 한다는 거다. 이렇게나 쓸쓸한 반전(反戰) 영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