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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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드 Dead End (2003)

더 로드 Dead End (2003)

멧가비|2018년 1월 5일

미국 슬래셔 무비에 흔히 나오는 도로 위의 살인마. 그것을 역으로 뒤집어 도로가 곧 살인마라는 지극히 [환상특급]적인 설정의 영화. 작중 다뤄지는 것들은 가부장, 마리화나, 혼전 임신, 불륜 등 가족 테마의 흔한 공포들이다. 거기에 더해, 끝이 보이지 않는 음산한 고속도로와 사방 분간할 수 없이 울창한 숲의 조화, 도로 위의 낯선 존재라는 미국적 공포들이 깔린다. 나는 이 영화를 '아메리칸 주마등'이라고 평한다. 차는 달리고 있으나 이야기 구조는 캠프 호러를 닮는다. 사방 트였으나 그 가운데의 고립감이라는 기묘한 이질적 정서. 저예산의 자구책이었겠으나 훼손된 시체를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해 더욱 끔찍하다. 블랙 코미디라는 것은 그 주체들이 진지하게 굴수록 더 웃긴 법.

안개 The Fog (1980)

안개 The Fog (1980)

멧가비|2018년 1월 5일

어느 조용한 해변 마을을 배경으로 한 저예산 호러. 여기서 뭔가 보여주겠습니다 하는 건 보통의 풋나기. 존 카펜터는 오히려 감춰버린다. [텍사스 전기톱 학살]에서 모티브를 얻은 카펜터는 [할로윈]을 통해 마이클 마이어스를 세상에 내놓음으로써 제이슨과 프레디라는 두 걸출한 후배를 배출해 결과적으로 80년대 슬래셔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가면은 썼으나 사실은 나서고 싶어 안달인 것만 같은 과시적 살인마의 시대를 연 그 카펜터가 오히려 정반대로 모든 것이 안개 속에 숨는 슬래셔를 만든 것. 게다가 안개에 숨은 살인귀들이 떼로 등장한다. 여러모로 캠프 호러와 슬래셔의 정석들을 조금씩 빗나가는 설정들이 돋보인다. 기본적을 시야가 탁 특인 해변 마을에서 느껴지는 대자연적 고립감, 사방 열렸으되 안개로 자욱한

블랙 미러 406 블랙 뮤지엄 Black Museum

블랙 미러 406 블랙 뮤지엄 Black Museum

멧가비|2018년 1월 4일

시즌 4의 마지막 에피소드. 새로운 상상력들을 많이 선보였으나 전체적으로 블랙 미러답지 않았던 시즌3과 달리, 최초 두 시즌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 익숙한 것과 변주 사이를 오간 것이 시즌4. 특히나 본 에피소드는 소재 뿐만 아니라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전개 구조까지도 반복한다. 간단하지만 흥미로운 아이디어로 나열된 세 개의 짧은 에피소드, 그리고 그것이 최종 결말에 기능하는 구성. 첫 에피소드는 '감각의 동기화'에 대한 이야기. 환자의 고통을 함께 느낌으로써 극한의 의술을 추구한 한 의사가 임사체험을 통해 죽음과 고통이 주는 해방감에 중독되어 병적인 마조히스트로 전락한다. 세 개의 에피소드 중 최종 결말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 역시 동일하다. 두 번째 에피소드가 걸작이다. 인간은

블랙 미러 405 메탈헤드 Metalhead

블랙 미러 405 메탈헤드 Metalhead

멧가비|2018년 1월 4일

포스트 아포칼립스로 추정되는 세계관, 좀도둑들을 무참히 살해하며 추적하는 것은 작중 '개(dog)'라고 불리우는 4족 보행 로봇이다. 개 로봇이 너무나 뛰어난 기능을 선보여 오히려 이야기는 SF를 떠나 보통의 스릴러처럼 보인다. 나는 이 무기질적인 경비 기계에게서 스티븐 킹의 살인견 [쿠조]를 떠올린다. 채색이 안 된 그림은 역설적으로 예술가의 필체와 화풍을 감상하고 발견하는 데에 집중력을 높여준다. 시리즈 최초로 흑백인 본작의 시각 이미지는 마찬가지로 4족 보행 로봇이 움직이는 모습의 기괴함과, 더불어 기계가 자연스럽게 화면의 일부로서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배가시킨다. [블랙 미러] 버전의 터미네이터는 동유럽 억양으로 웃긴 대사를 내뱉지도, 바이크를 몰며 폼을 잡지도 않는다. 그저 냄새를 맡은 경

울트라맨 긴가 ウルトラマンギンガ (2013)

울트라맨 긴가 ウルトラマンギンガ (2013)

멧가비|2018년 1월 3일

'하이 컨셉'을 표방한 전작들이 이미 낌새를 드러냈지만, 본작에 이르러서는 츠부라야 프로덕션의 사운이 기울어가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 눈물나도록 짜치는 스케일. 본작의 2기 격인 [울트라맨 긴가S]라고 해도 화려했던 '헤이세이 3부작'에 비하면 거의 로컬 히어로 수준으로 물리적 완성도가 뚝 떨어진다. 방위대 기지는 떨렁 사무실 한 동, 등장 인물도 대폭 감축에 방위대의 장비라고는 공중 유닛 같은 것은 고유가 시대의 사치라는 듯이 소형 승용차 한대로 모든 임무에 출동한다. 물론 [울트라맨 네오스]에 비교하면 블록버스터로 보인다는 아이러니함이. 그러나 예산부족의 흔적이 무색케도 저연령 대상 히어로 특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왕도적 전개와 흥미로운 설정들. 특히나 2기로 넘어가면 [울트라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