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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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결 Duel (1971)

By 멧가비 | 2021년 9월 29일 | 
너무 유명하고 너무 거장이라서 오히려 저평가 받는 영화 감독 단 한 명을 고르라면 주저없이 스티븐 스필버그다. 좋아하는 영화 감독 누구냐는 질문에 스필버그라고 답하면 왠지 존나 영화 잘 모르는 사람 같고, 왜 그런 게 있는 게 사실이다. 영화광인 척 허세 부리고 싶을 때 절대로 언급하지 않는 감독 중 하나. 하지만 스노비즘이든 뭐든 다 제껴놓고 가만히 돌이켜 보면, 그 양반 정말 다 잘한다. 다 잘하니까 되려 이 사람만의 전매특허랄까 하는 것들이 금세 떠오르질 않는다. 타란티노 하면 폭력, 기예르모 델 토로 하면 괴물딱지, 봉만대 하면 떡. 스필버그한테는 그런 게 잘 없단 말이지. 대부분은 스필버그 하면 가족애 촉촉하다 못해 축축한 전연령가 SF를 떠올릴 수 있겠고, 누군가에게는 [후크] 같은 캐주

대결 Duel (1971)

By 멧가비 | 2018년 1월 8일 | 
대결 Duel (1971)
소형 세단과 탱크로리 트레일러가 달리는 영화. 쫓기는 자와 쫓는 자라는, 거의 트리트먼트만으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싶을 정도로 내가 아는 스릴러 영화 중 가장 단순한 구조의 플롯. 스티븐 스필버그가 단편과 TV 시리즈에서 벗어나 본격 장편 영화 연출을 시작한 본작은, 우주적 동심이나 가족주의로 각인된 그가 사실은 [죠스] 이전의 써스펜스로 경력을 펼치기 시작했음을 증명하는 기록이다. 영화 속 정체불명의 트럭은 인간의 강박관념, 스트레스와도 같다. 이유도 모르고, 나를 어떤 형태로 해칠지도 아직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그것이 나를 추격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끝없는 압박감과 공포를 느끼게 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말이다. 인생의 긴 일부를 쫓기는 기분으로 산 기억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내러티브와 이

더 로드 Dead End (2003)

By 멧가비 | 2018년 1월 5일 | 
더 로드 Dead End (2003)
미국 슬래셔 무비에 흔히 나오는 도로 위의 살인마. 그것을 역으로 뒤집어 도로가 곧 살인마라는 지극히 [환상특급]적인 설정의 영화. 작중 다뤄지는 것들은 가부장, 마리화나, 혼전 임신, 불륜 등 가족 테마의 흔한 공포들이다. 거기에 더해, 끝이 보이지 않는 음산한 고속도로와 사방 분간할 수 없이 울창한 숲의 조화, 도로 위의 낯선 존재라는 미국적 공포들이 깔린다. 나는 이 영화를 '아메리칸 주마등'이라고 평한다. 차는 달리고 있으나 이야기 구조는 캠프 호러를 닮는다. 사방 트였으나 그 가운데의 고립감이라는 기묘한 이질적 정서. 저예산의 자구책이었겠으나 훼손된 시체를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해 더욱 끔찍하다. 블랙 코미디라는 것은 그 주체들이 진지하게 굴수록 더 웃긴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