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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여행 여덟번째, 산타 클라라의 체

쿠바여행 여덟번째, 산타 클라라의 체

한량|2013년 10월 6일

로스 인헤니오스를 지나 다시금 산타 클라라를 향해 달린다. 녹색 씨에로는 거침없이 잘만 달린다. 오고 가는 길 모두를 포함한 도로는 삼차선. 중앙선도 따로 없다. 그래도 차들은 하나 엇갈림 없이 잘도 달린다. 달은 낡디 낡은 론리 플래닛을 넘겨가며 가보고 싶은 곳들을 꼽는다. 나는 창 밖을 구경하다가, 다시 창 밖을 구경하다가, 그러다 살풋 잠이 들었다가 깬다. 들판과 나무들과 독수리대신, 도시의 풍경이 서서히 들어온다. 산타 클라라, 이름도 어여쁜 그 도시에 도착했다. 우리가 향한 곳은, 체의 기념관. 넓은 광장 가득 햇살이 쏟아졌다. 그 옛날. 체의 시신이 고국인 아르헨티나도, 사망한 볼리비아도 아닌 이곳에 이르렀을 때를 상상했다. 국장으로 치러진 그의 장례식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모여 슬퍼했을까. 볕에

쿠바여행 일곱번째, 로스 인헤니오스에서 한라산을

쿠바여행 일곱번째, 로스 인헤니오스에서 한라산을

한량|2013년 9월 12일

달은 산타클라라에 가보고 싶어했다. 산타클라라, 예쁜 이름의 이 도시는 켜켜이 체의 흔적을 담고 있다. 일정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고민할 때 까를로스 아저씨가 제안을 했다. 여기서 차를 빌려 하루 투어를 하렴. 버스 시간 맞춰 오고가고 하는 것보다 그게 나을거야. 버스 시간표와 숙소 여부를 두고 고민하던 우리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제안이었다. 기사가 픽업부터 산타클라라에서 원하는 장소까지 잘 데려다 줄거야. 물론 다시 트리니다드로 오는 것까지 포함이지. 주섬주섬 영어로 들은 설명이었다. 우리는 우리끼리 또 의논을 한다. 낯선 한국말 틈에서 아저씨는 유유히 담배를 한 대 태우셨다. 역시나 지나치는 아미고들과 뭐라뭐라 인사를 한다. 그럼 그렇게 하자, 롤란도네 까사는 예약이 다 찼다고 했으니 돌아와 머물 숙

쿠바여행 여섯번째, 다시 앙꼰

쿠바여행 여섯번째, 다시 앙꼰

한량|2013년 9월 5일

비가 퍼붓는 앙꼰을 떠나기 전, 달이 앙꼰 호텔에 잠시 가보자 한다. 아무래도 이곳을 그냥 떠나기가 쉽지 않은 모양. 나는 더하다. 바닷물에 발 한번 담궈보지 못했으니. 로비에 가서 방을 좀 보고 싶다고 하니 선뜻 키를 내어준다. 우리는 낡고 어두침침한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사층에 내리니 넓고 탁 트인 복도엔 비가 비껴들고 있었다. 어딜 봐도 우중충한 하늘. 조심스레 키를 넣고 문을 여니, 어딘가 음산하다. 발코니도 없는 방. 창 밖으로 비가 쏟아진다. 너울너울 야자수 잎이 흔들린다. 이건 뭐, 과 같은 제목의 납량특집물을 보는 기분. 그냥 트리니다드로 돌아가자. 어차피 오늘은 까사에서 자야하니까. 그러나 그 바다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사면이 바다인 섬이건만, 흔히 상상

쿠바여행 번외편 나는 왜 쓰는가

쿠바여행 번외편 나는 왜 쓰는가

한량|2013년 8월 31일

「그는 35세이지만 50세로 보인다. 대머리고 하지정맥류를 앓고 있으며 안경을 쓴다(하나뿐인 안경을 습관처럼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쓰고 있을 것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영양실조 상태일 것이고, 최근에 반짝 운이 좋았다면 숙취로 힘들어 하고 있을 것이다. 때는 오전 11시 반, 계획대로라면 두 시간 전부터 일을 시작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래보려고 발버둥을 쳤다 한들 좌절하고 말았을 것이다. 거의 쉴 새 없이 전화벨이 울리고, 아기는 울어대고, 바깥의 길에선 전기드릴로 무언가를 뚫어대고, 계단에선 돈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발소리를 쿵쾅거리며 오르내렸던 것이다. 방금 전엔 두 번째로 우편배달이 왔는데, 광고 전단 둘과 빨간 글씨가 박힌 소득세 독촉장이었다. 이 사람은 말할 것도 없이 작가다. 그는 시인일

쿠바여행 다섯번째, 앙꼰 퇴각기

쿠바여행 다섯번째, 앙꼰 퇴각기

한량|2013년 8월 25일

아바나를 뺀 나머지 도시에서 동양인을 찾아볼 수 없었다. 누가 봐도 한눈에 외국인인 우리. 치노 치노, 하고 우리를 불러 쳐다보면 빙긋 웃으며 묻는다. 택시? 혹은 시가? 우리는 고개를 젓는다. 때로는 하뽄? 하고 묻기도 한다. 느닷없이 웨얼 아유 프롬? 혹은 빠이스? 하고 물으면 우리는 꼬레아라 대답했다. 오! 꼬레아! 그리고 반드시 돌아오는 질문. 놀스? 사우스? 그리고 이어지는 몇 가지 농담. 보다 살갑게 인삿말로 치고 들어오기도 한다. 사요나라, 란 말을 몇 번이고 들었다. (정확히 기술하자면 '싸요우-나라아')어째 반갑게 웃으며 하는 인사가 작별 인사인 것인지. 가르쳐줘야 되는 거 아닌가 했다. 우리와 몇 번 말을 나누었던 이들이 한국어로 그리시아스가 뭐냐고 물었다. 감사합니다, 라고 했더니 고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