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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 아니고 토스트

한량|2018년 12월 27일

이거 너희를 위한 거야. 자, 먹어. 데이빗은 비닐봉지를 부스럭대며 아이스크림 두 개를 꺼낸다. 아마도 2+1이 아니었을까 싶은 아이스크림. 그럼 좋은 밤 되렴. 데이빗은 인사를 하고 계단을 올라 총총 사라진다. 말 그대로 2+1로 지내는 우리들이다. 화목하고 다정하게. 데이빗은 3주의 휴가를 얻었다고 했다. 체크인 날짜가 임박해 예약을 하길래, 일정이 급하게 계획되었거나 아니면 원래 느긋한 사람이려니 했다. 서울역에서 집으로 향하는 사이, 우리는 우리의 일에 관해 이야기 한다. 데이빗은 페이스북에서 일했고 지금은 트위터에서 일한다고 했다. 노트북 하나 들고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일하는 사람. 나는 그러기에 아주 좋았던 곳을 떠올린다. 발리 가봤어? 발리에 그렇게 일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데이빗은 방콕 이야

출근하지 않는 자 셋이 모이면

한량|2018년 12월 11일

사람 셋이 모이면 없는 호랑이도 만든다 했었나. 배를 지고 산에 올리기엔 부족한 우리. 우리는 시시껄렁한 태도로 늘상 익숙한 동네를 누빈다. 지도 위에서 학교를 찾아 엄지를 찍고, 손으로 한바퀴 그린 동심원. 그 안에 우리의 이십대 삼십대가 담겨있다. 토박이 마포인, 어느 정도 마포인, 조금은 마포인이 모여 망원동을 배회한다. 중국 요리를 먹으며 다음 주의 영화 약속을 잡는다. 영화 시간표를 살피다 우린 오후 네 시경의 표를 사기로 한다. 출근하지 않는 자들의 행복은 이렇게 소소하고 귀엽다. 합정역으로 향하는 사이, 먼저 도착했다는 친구는 뭐가 필요하냐 묻는다. 나는 자신있게 외친다. 맥주! 흑맥주! 평일 낮의 영화관은 한산하다. 시네마천국도 아닌데, 살짝 정겹기까지 하다. 나란히 앉은 우리는 서둘러 맥

곳간 속 호스피탈리티

한량|2018년 12월 3일

이른 아침 만난 효정 씨에게 무릎담요를 챙겨주었다. 옥상에서 시간을 보내려 한다는 말 때문이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 돌아온 효정 씨는 쑥스러움을 담아 묻는다. 제가 내려오다 붓 하나를 떨어뜨렸는데, 주울 수 있을까요? 라고. 나는 마당 뒤편으로 나가 곧 붓을 찾아낸다. 수채화용 작은 붓이다. 식탁에 앉은 효정 씨를 위해, 물을 끓여 티백을 담근다. 사과도 깎는다. 따뜻한 차가 필요한 계절이 왔다. 그에 걸맞는 음악, 잔잔한 기타로 연주한 캐롤도 선곡한다. 이제 아침의 찬 기운이 좀 가신다 싶다. 나는 효정 씨의 작은 드로잉북을 넘겨본다. 거기엔 수채화로 그린 옥상의 가을이 있다. 종이가 작아서 이건 이렇게 그렸어요. 라고 꺼낸 것은 파노라마로 담은 풍경이다. 너무 예뻐요. 나는 진심을 담아 말한다. 효정

Show must go on

한량|2018년 11월 22일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따라 오르내린다. 석양이 내리기 시작한 도시가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한다. 이윽고 커다란 건물이 보였다. 올림픽 스타디움. 철창 안으로 들여다보니 좌석들이 빼곡하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사람들이 밀려드는 모습도 보인다. Palau Sant Jordi. 퀸의 콘서트가 열리는 곳이다. 여행을 얼마 앞둔 어느날. 우리 바르셀로나에서 퀸 콘서트 갈래? 달이 물어왔을 때, 나는 어리둥절했다. 살아있어? 아마도 이 말을 제일 먼저 했을 것이다. 프레디 머큐리를 대신해 아담 램버트가 보컬로 오른다 했다. 그게 누군데, 물으니 달은 이런저런 설명을 해준다. 리스본에서 시작한 유럽 투어가 마드리드를 거쳐 바르셀로나에도 온다고. 그것도 우리가 머무는 기간에. 좋아, 가자 가자. 세상에, 바르셀로나와 퀸

그 옛날 이곳에서 우리는

한량|2018년 11월 14일

오늘은 몬주익에 가는 날이다. 정확히 말하면 몬주익 요새. 처음 이곳을 찾았던 때는 이천십년. 어떻게 이런 곳을 마라톤 마지막 코스로 삼을 수 있지, 스페인 놈들 대단해. 이런 생각들을 했다. 활짝 펼쳐진 바다를 보고선 아! 대서양이야! 라고 생각했다. 쯧쯧, 그건 지중해였는데. 이천십일년엔 달과 함께였다. 해가 너울너울 저물던 때, 이곳이 마음에 들었던 우리는 잔디밭에 퍼질러 앉았다. 눈 아래로는 바르셀로나 전경이 펼쳐졌다. 나란한 두 발. 나는 그 모습을 필름으로 남겼다. 그 사진은 다음 해, 우리의 청첩장 앞면이 되었다.그리고 세번째 찾은 몬주익이다. 그냥 오를까, 아니면 케이블카를 탈까. 나는 당연히 케이블카를 주장했다. 우리는 편도티켓을 산다. 내려올 때는 또 가야할 다른 곳이 있어서다. 매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