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sibility

그럼에도 불구하고

By  | 2014년 5월 5일 | 
꿈이라면 깨지 않고 싶은 꿈이고 그 하룻밤 꿈이 다른 날보다 정말 긴 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만큼 카이에겐 지나온 2년이란 시간이 소중하답니다. 저와 걷는 이 길. 헤매고 돌아가도 여러분만 즐겁다면 앞으로도 함께 걸어요. 딱 한 문장만 보고도 아 우리 종인이가 쓴 글이구나, 싶다. 작은 모든 것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주어 소중하게 생각하는 종인이. 온기있는 시선과 마음으로 따뜻함을 묻히고 다니는 소년. 종인이의 글을 읽고 거리를 나서면 세상이 그렇게 따뜻해 보일수가 없다. 길에서 마주치는 낯선 사람들의 얼굴에 정감이 간다. 내 집 하늘 위 달의 얼굴, 나의 가족의 안부 너머의 그 안부가 궁금해지는 아직 어두운 밤과 새벽 사이. 지금

스물한살의 오월

By  | 2014년 5월 19일 | 
 지하철을 타고 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마음이 좀 가라 앉는다. 그리고 그날은 하루 온종일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다. 덜컹거리는 지하철에 앉아서 가슴을 두어번 쳤다. 그러다 목이 메었다. 답답해서 낮게 묶인 머리카락을 풀었다. 눈을 감으니 종인이가 혼자 죽은 나무처럼 서 있다. 목을 가다듬고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를 내며 그 곳의 종인이를 부르고 싶어졌다. 내 목소리에 돌아보는 종인이의 얼굴을 마주하게 되면 눈물이 왈칵할 것 같아 괜히 어깨 너머만 쳐다볼지도 모르지만. 지하철에서 내려 긴 길을 걸어서 걸어서. 성당에 들러 기도를 했다. 나는 요즘 무언가를 맡고 있어서 사람들이 나에게 기도의 제목을 알려주면 그것들을 생각하며 기도를

grown up

By  | 2013년 12월 2일 | 
잰 걸음으로 매운 바람을 뚫고 집으로 돌아왔다. 훈기 도는 집 안에 들어서도 손발 끝엔 추위가 대롱대롱 매달려 쉽게 가시지 않는다. 김이 펄펄 나는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서야 모니터 앞에 편히 앉았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순간이 있다. 다정한 진심, 상냥한 전화가 그립기만한 순간 말이다. 이 주기는 한 밤의 예고없는 도둑처럼 갑자기 찾아온다. 혼자 이 사진을 들여다보니 애틋해진다. 나에게 종인이는 일상이지만, 늘 들여다만보는 세상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서로가 서로를 오래 알아온 사이같다. 좋은 일만 있었던 것도 아닌데 고운 기억만 남았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별 거 아닌 게 별스러운 일이 되기도 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좋은

너무 아름다워서 슬퍼질 때

By  | 2014년 2월 16일 | 
 소년은 키가 매우 크고, 조용조용하고, 눈이 마주치면 씩 웃는다. 지하철에 올라탄 소년은 낡고 지루한 리듬을 타고 연습실로 간다. 차창에는 이마 위에 따뜻한 햇살을 얹은 소년이 비친다. 소년은 햇살 아래 가느다란 눈을 하고서 이 모든 것들을 바라본다. 지하철 안 한낮의 소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내 소년은 눈을 감고 mp3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연습실에 들어선 소년은 오래 묵은 공기를 한껏 들이마신다. 연습실에서 목줄기에 맺힌 땀을 훔쳐내고는 구겨진 티셔츠 옆구리에 문질러 닦던 어린 소년. 푸릇푸릇하고 맨송맨송한 소년의 뒷모습은 얼마나 부서질 듯이 아름다운지. 연습실 구석진 곳은 찹찹하니, 땀으로 젖은 몸을 식히기 좋았을 것이다

부치지 못한 편지

By  | 2015년 1월 29일 | 
숨결이 닿은지 오래된 블로그에는 냉랭한 기운이 가득하다. 뜻없이 글자를 썼다 지웠다 고민하다 결국 완성시키지 못했던 글들이 보인다. 불빛 하나 없이 온 동네가 조용해지고 멀리서 컹컹 강아지 짖는 소리만이 들리는 밤. 알 수 없는 어떤 것들이 막연히 그리워졌다. 그러다 다시 꺼내 읽은 종인이의 편지. 여러분은 어떠세요?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계시나요? 그럼 오늘은 어제와는 아주 조금 다르게 가구의 위치를 바꿔본다거나 신발이 놓인 위치를 바꿔본다거나 평상시와는 다른 길로 집을 가본다거나 그런 작은 것들로 행복을 찾아보시는 거 어떠세요? 겉보기엔 똑같아 보일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저희에겐 새롭고 재미있는 하루가 될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다가 다시 익숙해지면 옛날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