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키가 매우 크고, 조용조용하고, 눈이 마주치면 씩 웃는다. 지하철에 올라탄 소년은 낡고 지루한 리듬을 타고 연습실로 간다. 차창에는 이마 위에 따뜻한 햇살을 얹은 소년이 비친다. 소년은 햇살 아래 가느다란 눈을 하고서 이 모든 것들을 바라본다. 지하철 안 한낮의 소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내 소년은 눈을 감고 mp3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연습실에 들어선 소년은 오래 묵은 공기를 한껏 들이마신다. 연습실에서 목줄기에 맺힌 땀을 훔쳐내고는 구겨진 티셔츠 옆구리에 문질러 닦던 어린 소년. 푸릇푸릇하고 맨송맨송한 소년의 뒷모습은 얼마나 부서질 듯이 아름다운지. 연습실 구석진 곳은 찹찹하니, 땀으로 젖은 몸을 식히기 좋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