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sibility

Hey, dancing boy!

By  | 2012년 10월 25일 | 
막연한 동경. 다들 한두개쯤은 있을 것이다. 어릴적, 나는 발레하는 소녀애들을 부러워했다. 살 하나 없는 몸에 감겨진 랩가디건과 하늘하늘한 발레치마. 연습할 때 신는 발레 슈즈위에 걸쳐진 보풀이 일어난 헐렁한 니트 토시. 힘껏 올려 묶은 머리. 가느다랗게 뻗은 목선과 어깨선. 아무런 말이 없이 이를 꽉 물고 연습하는 소녀. 남들 다입는 연습복 하나없이 런닝을 입고 백조처럼 날던 빌리. 튀튀에 토슈즈 신은 여자애들 사이에서 어려운 동작을 드디어 성공해내고 씨-익 웃어보이던 아이. 기나긴 노력끝에 얻는 결과는 언제나 달콤하다. "아버지, 저는 간절히 춤추고 싶어요. 춤이 너무 좋아요. " 아버지와 형의 억척스러운 반대에 단 한마디의

감당할 몫

By  | 2012년 11월 4일 | 
1. 공기도 차가운게 오늘 참, 고요한 겨울밤 같이 조용하다. 고마운 사람들, 좋은 일들만 곱게 체에 걸러 가져가려고 하는데 유쾌하지 않은 말들로 머리칼이 바짝바짝 선다.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라. 뭘 바라는거야. '모르는 게 약이다.' 뭘 많이 알아서 다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들어서 좋은 말보다 상처되는 말이 더 많기도 하고. 모두가 내 맘 같지는 않나보다. 점심을 먹으며 우연히 보게 된 글로 먹고 있던 밥알이 모래알이 되어 넘어간다. 보지 말 걸 그랬다. 달랑 한 줄의 글들인데 참 많이 억울하고 속상하다. 대체 왜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귀처럼 몰려들어 깎아내리지 못해 안달일까. 싫다면서 성의 있게 욕하는 심리는 뭘까. 오늘 보았던

잡설

By  | 2012년 10월 21일 | 
오늘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고 혼자 돌아오는 어두운 길에 주머니에 손을 넣고 땅만 보며 걸어오면서 part of the list를 조용히 읊조리듯 부르며 왔다. 바람 쌩쌩- 마음은 툭- 한동안 하도 많이 들은 탓인지 가사 하나하나 굳이 외우려 하지 않아도 귀가 기억하고 입술이 움직여 저절로 불러지는 노래이다. 이제 이 노래는 평상시에는 잘 듣지 않게 된다.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왠지 아무 때나 듣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나를 특정 상황으로 데려가는 기분이 든다. 책상 바깥의 햇빛이 점점 낮아질 때까지 그리고 어떤 빛도 주위에 없을 때까지 들었던 그 날. 하나도 특별하지 않았던 그 날이지만 이 노래에 의해 그 때의 기억과 느

마음

By  | 2012년 10월 31일 | 
10월의 마지막날. 무언가 그렁그렁한 밤에 종인이의 글을 보면서 잠못들고 헤매고 있다. Musiq Soulchild의 Yes를 오늘 내내 발을 까딱이며 들었다. 흑인음악을 들으며 흑인의 것과 비슷하게 리듬을 맞추고 그루브를 넣으며 춤을 추고 있을 대한민국 토종 열아홉 소년을 상상하면서. 어제 우연하게 주파수를 맞춘 정엽의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어떻게 그 시간에 이 노래가 들려왔을까.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선물처럼 말이다. 버스안에서 라디오를 듣다가 우연히 내가 아는 노래가 갑자기 나올 때 3분 남짓 행복한 그 기분, 집에 늦게 도착했음 좋겠다 싶은 기분을 오랜만에 느꼈다. 몇 천만원짜리 스테레오로 듣는 음악보다, 몇 만원짜리 시디

종인이가 보고싶은 밤

By  | 2012년 10월 15일 | 
1. 지난 날에는 구구절절했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너무 부끄러운 것들이 있다. 진지열매 가득 잡수신 싸이월드 메인글이나 바이런 저리가라 할 정도로 낭만의 끝을 달리는 옛날 짝사랑하던 누군가에게 혼자 끄적인 편지가 나에게 그렇다. 늦은 밤과 새벽, 감성에 젖어서 내가 썼던 글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누가 머리를 뒤에서 쫘악 잡아당기는 것처럼 부끄러움의 정도가 점점 더 세진다. 블로그에 적은 글들을 다시 보니 격한 감정표현과 덕덕한 덕후내가 진동한다... 종인이를 좋아하면서 점점 생각은 없어지고 감정만이 남아있는 것 같다. 종인이를 보면서 막 슬퍼하고 기뻐하고 웃고 화내고 그런다. 이 글도 바이트 낭비인줄 알면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