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지고 보면 별 것 없어뵈는 이야기고, 이런 이야기도 이제 지천에 널렸다. 영화 역사가 이제 130년을 훌쩍 넘기지 않았나? 그러니까 세상에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는 없는 거라고. 그런 상황에서, 가이 리치는 말하는 듯 하다. '같은 이야기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르지.' <젠틀맨>이 가이 리치의 최고작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가이 리치 스타일의 정점이라고 보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가이 리치가 이제서야 돌아왔다고, 가이 리치가 초심을 찾았다고 말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젠틀한 영화다. <맨 프롬 엉클>과 <킹 아더>의 장르물 늪을 거쳐 <알라딘>으로 잠시 어울리지 않는 외도를 했던 가이 리치가, 이 정도면 제대로 돌아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